경주지진 1년, 달라진 게 없다
경주지진 1년, 달라진 게 없다
  • 남승렬
  • 승인 2017.09.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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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뒷받침 제대로 안돼
공공시설 내진율 ‘제자리’
민간 건축물은 더 심각
2005년 이전 지은 3층 이상
대부분 내진설계 안 돼있어
재난 위험에 무방비 노출
‘9·12 경주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시설물 내진 보강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고 정부의 지진대책도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주지진 초기에 노출된 지진 상황 전파 등 허점은 매뉴얼 구체화로 다소 개선됐지만, 공공시설 내진 보강의 경우는 아직 큰 진전이 없다고 진단한다.

11일 행정안전부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전국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43.7% 수준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2015년 42.4%였다가 올해 1.3%P 증가한 수치다. 내진율은 규모 6.0~6.5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된 시설물 비율을 말한다.

특히 지난해 경주지진에 속수무책이었던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30%대에 머물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내진 보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까닭은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다. 공공시설물 내진율 향상에 편성된 국비가 전무할 뿐만 아니라 지진피해 대책 예산도 대부분 삭감됐다. 정부의 지진 대책이 사실상 ‘헛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내년도 지진대책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재중 의원(자유한국당)이 11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지진대책 예산은 65억4천600만원으로, 올해 83억5천900만원보다 22% 삭감됐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예산이 준 구체적 항목은 지진 대비 인프라 구축, 국가재난 관리정보 시스템 구축, 재난관리 지원기술개발(R&D) 사업 등이다.

유 의원은 “북핵 위험과 함께 지진대책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정부는 안전예산 확보와 지진대책 추진에 소홀한 점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진방재 5개년 계획’도 뒷걸음치고 있다. 경주지진 이후 경북도는 지난해 하반기 지진방재 5개년 계획을 수립해 2016년 36.3%인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오는 2021년까지 7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가 45.2%로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 역시 국비 등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때문이다.

경북도는 고육지책으로 올해 도비 11억원을 투입, 3개 기관 건축물 31채를 대상으로 내진 성능평가를 하고 있을 뿐이다. 경북도는 결과가 도출되면 보강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교육현장 시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북지역 학교시설 내진율은 18.7%에 그쳐, 올 연말 목표치인 36% 수준으로 보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간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경주지진 당시 주택 등의 피해가 컸던 만큼 전문가들은 민간 건축물 내진율 제고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지적한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35.5%에 불과하다. 특히 2005년 이전에 지어진 3층 이상 민간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안 돼 있다. 1988년부터 6층 이상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됐고, 2005년부터는 3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지만, 1988년 이전 건축물과 1988년부터 2005년 7월 사이에 지어진 3~5층 건물에는 어떤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우리 사회 곳곳의 건축물들이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제도적 허점도 적잖다. 현행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은 내진설계를 하게 돼 있지만, 정작 난방열을 공급하는 열수송관에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겨울에 지진이 나면 아파트 건물은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난방 공급은 끊어져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경북의 한 재난방재 전문가는 “9·12 경주지진 이후 한국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더욱 촘촘한 시설 보강과 현실에 맞는 맞춤형 지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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