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처벌 기준 마련돼야”
최근 충남지역 한 국립대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같은 동아리 소속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대학과 직장 등에서 ‘디지털 성희롱’이 범람하고 있다. 여전히 뿌리깊은 남성 중심의 성차별적 사회문화, 디지털 기술 발전 등에 따른 영향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여성단체들은 모바일 메신저나 게임 채팅창 등 사적 공간에서의 성적 언동에 대해서도 성희롱으로 인정해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지역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 모(여·38·수성구 두산동)씨는 올 4월 자신이 가르치는 수강생들과 가입한 단톡방에서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일을 겪었다. 자신을 포함해 6명이 참여하는 모바일 메신저에 수강생 A(48)씨가 ‘선생님은 손도 예쁘고, 피부도 뽀얗다. 속살도 그런가요?’라는 성희롱적인 글이 올라왔다.
화가 난 이씨는 A씨에게 “한 번만 더 이 같은 말을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오히려 “농담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구냐. 반응이 지나치다”며 웃어 넘겼다. 이 일로 결국 이씨는 학원을 그만뒀다.
대구지역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박 모(여·21·동구 신암동)씨는 지난 9월 학과 단톡방에서 남자 선배의 성희롱성 발언 때문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같은 과 한 남자 선배가 50여 명이 공유하는 단톡방에서 자신에게 “살 안 빼면 결혼이나 할 수 있겠냐. 살이 빠지지 않으면 최소한 꾸미고는 다녀라. 무슨 자신감으로 화장도 안 하고 다니냐?”며 공개적인 모욕을 줬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박씨는 즉시 단톡방을 탈퇴했으며, 현재는 자신과 같은 과 친구 및 선·후배들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피해 다니고 있는 중이다. 박씨는 “해당 발언을 한 선배가 학과에서 따르는 후배가 많아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학교 내에서 숨어 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디지털 공간에서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통상적으로 가해자는 당당한 반면 피해자는 부끄러움과 모욕감으로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며 “이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여성들은 전문기관에서의 상담을 반드시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무진기자·장성환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