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는 경쟁력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는 경쟁력이다
  • 김종현
  • 승인 2018.01.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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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구축 확실한 재원 없고
든든한 정치적 지원군도 없어
고속철·도로 등 구축 불투명
김해공항 확장시 버틸지 의문
KTX 경유 추진 무안공항
회의적 여론 타산지석 삼아야
대구시가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서두르고 있으나 고속철과 도로 등 연결 인프라 구축이 불투명한데다 인근에 김해공항까지 확장될 경우 대구통합공항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광주공항의 대체공항으로 만들어진 전남 무안공항은 광주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이에 호남지역 지자체와 호남 정치권은 무안공항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었고, 정부는 1조1천억 원 예산낭비와 선거용 정책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지난해 연말 호남 고속철의 전남 무안공항 경유를 확정지었다.

광주 군공항의 이전이 논의되고 있는데다 광주민간공항의 국내선이 무안공항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무안공항은 지역거점공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무안공항
전남 무안공항 전경.
광주공항은 1948년 11월 동구 학동에 민·군 겸용 비행장으로 만들어졌다가 1964년 광산구 신촌동으로 이전했다.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에 국제선을 넘겨주고 현재는 군 공항과 함께 국내선만 주 133회 운영 중이다. 2007년 5월 광주∼무안 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광주의 항공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광주시민들은 여전히 가까운 광주공항 이용을 선호하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공항의 국내선을 고수해 왔고 전남도는 “무안공항은 광주·목포공항의 기능이전을 전제로 추진된 국책사업인 만큼 국내선도 넘길 것”을 광주시에 요구해왔다.

전국 8개 민ㆍ군 겸용 공항 중 광주공항의 평균 소음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항 주변 10개 동 주민 30만여명이 군공항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의 이전적정지역 조사분석 용역 결과 무안(1곳), 신안(1곳), 영암(1곳), 해남(3곳) 등 4개 군(郡) 6개 지역이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압축됐다. 광주시는 올 하반기에 이전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지만 전남도와 전남도의회, 이전 지역은 민간 공항과 군 공항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달 광주공항 국내선의 무안공항 이전 검토를 시사했다. 윤 시장은 “미래 천년을 본다면 큰 그림을 그려 광주만의 시각을 뛰어넘는 미래비전을 위한 거대 담론이 필요한 때”라면서 “어떻게든 무안공항을 서남권 중추공항으로 활성화시켜야만 앞으로 광주시의 자동차산업, 에너지산업 등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갇혀진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어떻게 무안공항을 활성화시킬 것인가 전향적인 대안들을 스터디 해야만 군 공항 이전도 탄력을 받고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재영 전남지사 권한대행은 “광주시장이 광주와 무안의 민간공항 통합과 무안공항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간 판단”이라며 “민간공항 이전 로드맵을 논의하고, 군 공항의 경우 전남의 이전 후보지 의견을 먼저 들어주는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본부는 2020년까지 광주공항의 제주·김포 노선을 모두 옮기면 무안공항 국내선 이용객이 237만3천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안공항 부지 256만 7천690㎡. 활주로 2천800m, 여객터미널 수용인원 연간 519만명). 전남도는 무안공항의 활주로를 3천200m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광주시는 통합 이전으로 5조7천480억 원의 군 공항 이전사업비가 풀려 10조 원대의 생산유발·부가가치와 5만7천여 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무안군은 최근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 자회사인 GMF, 말레이시아 투자사인 TWA와 MRO(항공정비 MRO, Aircraft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단지 조성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무안군은 무안공항 주변 39만㎡에 항공 특화산업단지를 개발해 임대하고, GMF는 항공정비와 관련해 지역 대학과 연계한 기술교육을 맡는다. TWA는 750억원 규모 시설 투자를 하게된다.

호남고속철 2단계 광주송정~무안공항~목포 노선 확정
 ‘고추 말리던 ’무안공항 활성화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KTX 무안공항 경유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호남고속철 2단계 노선(광주송정∼목포)의 무안공항 경유를 최종 결정, 2020년 착공해 2025년 개통하기로 했다.

하지만 KTX 무안공항 경유에도 불구하고 무안 공항이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KTX가 개통되면 무안공항의 국내선 항공수요가 오히려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민들이 광주지역 군 공항이 전남지역에 오는 것을 선뜻 반길 전망도 높지 않다. 대구와 수원의 경우처럼 군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심각한 찬반 갈등이 불가피하고 통합이전을 추진하는 예산 마련도 쉽지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KTX 노선을 ‘ㄷ 자’ 모양으로 꺾으면서 노선 길이를 11km나 늘려 전남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합의하자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도 거세다. 사업비만 무려 1조1천억 원이 불어나고 광주~목포 간 KTX 소요 시간도 10분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무안공항의 접근성이 개선되어도 활성화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북에서는 새만금공항을 다시 추진하자는 주장도 계속한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최근 “(새만금) 국제공항만큼은 꼭 하고 싶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립 사업은 신규사업이 아닌 과거 중단된 김제공항의 연속사업이다. 중앙부처도 국제공항 설립에 부정적이지 않으며, 다만 꼭 해야 한다는 분명한 논리와 기조, 여건을 전북에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호남지역 언론도 “고속철 경유로 접근성이 좀 나아졌다고 노선이 많은 인천국제공항 대신 무안국제공항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또 KTX 개통으로 1시간 안팎이면 이용 가능한 무안공항을 두고 굳이 새만금공항이 필요하느냐”며 새만금공항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KTX 노선도 없는 대구통합공항 경쟁력확보방안 있나?

무안공항은 인근에 김해공항같은 제 2 관문공항이 없다. 여기에 고속철까지 경유한다. 그럼에도 경쟁력 문제가 불거졌다. 그렇다면 대구공항은 경쟁력이 있을까? 대구공항이 군위나 의성 중 한 곳으로 통합이전하면 확장되는 김해공항과 경쟁할 수 밖에 없다. 무안공항처럼 KTX나 연결 고속도로를 놓아줄 든든한 ‘정치적 지원군’도 없다. 대구시는 5조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려던 카드를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강력한 경쟁 공항이 있는데다, 인프라 구축 재원도 없고, 정치권이나 정부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터에 통합 대구공항을 살릴 수 있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대구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동대구환승센터 설립으로 동대구역과 기존 대구공항이 영남권 교통허브로 확실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동대구환승센터도 살리고 대구공항도 살리는 길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민간공항을 대구에서 빼내 동대구환승센터의 기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느냐”며 “김해공항 확장으로 대구지역 항공수요를 뺏기면 통합 대구공항이 현재 무안공항처럼 고추 말리는 공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해공항과의 경쟁력 문제는 결국 누가 먼저 개항하느냐에 달렸다. 항공노선을 선점하면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 우리는 두 군데나 서로 하겠다는 곳이 있는데 차일피일 시간만 가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통합공항 이전으로 지역내 갈등을 빚을 것이 아니라 서둘러 착공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시는 군위 의성 중 한 곳으로 이전 후보지가 결정되면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구상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무안공항은 KTX 경유를 위해 1 조원 이상의 추가 사업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대구경북은 이미 SRT와 KTX가 놓여있다. 서대구역에서 분기로 빠져나가 공항으로 연결만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X 서대구역과 3호선 칠곡역을 활용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수서고속철도 SRT 동탄역에서 1시간 대에 경북 통합공항에 다다를 수 있어 수도권 이남의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공항이 활성화되려면 반드시 철도가 있어야 한다. 지역의 한 공항전문가는 “공항철도가 어떤 네트워크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이전 공항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대구로부터의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구에서의 거리와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권영진 대구시장이 4개 지자체 협의체를 구성해 이전후보지 선정에 나서고 있지만 후보지간 알력으로 6월 지방선거이전 후보지 확정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김해공항과 경쟁해야 하는 대구통합공항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해소하는 대책이 하루속히 나와야 통합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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