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실내흡연 자제 부탁에도 ‘나몰라라’
층간소음·실내흡연 자제 부탁에도 ‘나몰라라’
  • 장성환
  • 승인 2018.02.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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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진 공동체의식, 이웃이 원수로…
화장실·베란다 담배연기
개 짖는 소리 등 피해 급증
위·아래 층간 분쟁 잇따라
전문가 “배려·양보 기반
지역사회 공동체 복원을”
이웃 간 정(情)이 사라진 지 오래다. 주민들끼리 인사를 하고 지내기는커녕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얼굴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웃 사람과 친분이 없으니 서로 배려하며 에티켓을 지킬 리 만무하다.

아랫집 주민이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고통스런 밤을 보내는 것보다 내가 키우는 반려견이 중요하고, 이웃집에 담배 연기가 들어가 힘들어 하든 말든 내가 움직이기 귀찮으니 그냥 화장실에서 담배를 핀다.

최근 이러한 이웃 간 공공 에티켓 부족으로 생기는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단순한 갈등·다툼을 넘어 살인·방화와 같은 큰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지역 사회 공동체 정신 복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이웃 간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밤중 음악 소리부터 개 짖는 소리까지…갈수록 다양해지는 층간소음 문제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방화 등의 사건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 러닝머신과 같은 운동기구 사용하는 소리, 피아노나 기타와 같은 악기 연주하는 소리, 한밤중 큰 소리로 듣는 음악 소리 등 다양한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 분쟁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반려동물로 인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며 많은 사람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층견(犬)소음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배상우(31·대구 달서구 대곡동)씨는 “위층에서 키우는 개가 짖는 소리 때문에 밤에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다”며 “귀마개를 끼고 자기도 하고 개 짖는 소리를 묻기 위해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 놓고 자보기도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개 주인도 최대한 개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너무 괴롭다”고 호소했다.



◇화장실 환풍기로 들어오는 담배 연기, 범인 찾을 수 없어 답답

아파트 실내·복도에서의 흡연 문제 역시 이웃 간 갈등이 발생하는 주요 요소다. 흡연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지만, 아파트 실내 흡연으로 인한 분쟁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 실내 흡연에 따른 다툼은 총 1천215건으로 859건인 층간소음 분쟁보다 약 1.5배 많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흡연자가 아파트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 연기가 전 세대로 퍼지면서 이웃 간 갈등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다. 아파트 화장실은 1층부터 옥상까지 굴뚝이 뚫린 것처럼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정지민(여·29·대구 동구 각산동)씨는 “이웃 중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 그 냄새가 환풍기를 통해 우리 집 화장실로 고스란히 들어오고 있다”며 “그래서 화장실에 방향제를 3개나 가져다 놨지만 담배 냄새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웃 중 정확히 누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지 모르니 가서 따질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정승택(62·대구 동구 신천동)씨도 “해가 거듭될수록 층간소음, 담배 연기 등으로 경비실에 민원을 넣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요즘은 이웃 간에 문제가 발생해도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하려 하지 않고 경비실이나 게시판 글 등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직접 이야기하면 좀 더 쉽게 문제가 해결될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 공동체 복원이 해결책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공동체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 속 작은 부분에서부터 이웃을 배려하는 습관을 길러 건강한 지역 사회 공동체를 이루면 이웃 간 분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정·학교 등에서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밸 수 있도록 교육해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 정신을 복원해야 지금 발생하는 이웃 간 여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며 “일상 속 작은 것에서부터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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