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거리 2시간 ‘엉금엉금’…도심 전역 교통대란
20분 거리 2시간 ‘엉금엉금’…도심 전역 교통대란
  • 정은빈
  • 승인 2018.03.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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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눈에 발묶인 시민들
버스·지하철 등 이용객 급증
출근길 대중교통 사실상 마비
3호선차량 정지 사태 ‘아찔’
택시 잡는데만 1시간 이상 걸려
대구시·경찰 통제에도 ‘혼란’
어설픈 제설 행정에 시민 분통
비닐하우스 파손·차량 추돌 등
대구·경북 곳곳 사고 잇따라
폭설3호선열차멈춤
공중에 멈춰버린 도시철도 3호선 8일 오전에 내린 폭설을 영향으로 대구 수성구 지산역에서 범물역으로 향하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열차가 멈춰 서있는 가운데 후속 열차가 멈춘 앞선 열차를 밀기위해 진입하고 있다.

폭설택시기다리는시민들
택시 기다리는 시민 행렬 대구 시내에 많은 양의 눈이 내린 8일 오전 대구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 승용차를 두고 출근하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전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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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폭탄에 방천시장 ‘아수라장’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 설치된 그늘 막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찢어져있다. 전영호기자

차량과 시민들이 말그대로 설(雪)설(雪) 긴 하루였다. 예상치 못한 7.5cm 폭설이 내린 8일 대구 도심은 사실상 마비됐다. 제대로 예측 못한 일기예보와 폭설 때마다 되풀이되는 대구시의 어설픈 ‘제설 행정’에 시민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경북지역에서도 농업용 시설 등이 파손되고 낙상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 버스·택시 언제 오나 ‘발만 동동’

대구시는 이날 오전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과 내 집 앞 눈 치우기 등을 독려했지만 부작용이 속출했다.

많은 시민들이 버스와 도시철도를 이용하면서 출근대란이 일어났고 주택들이 밀집한 골목길과 이면도로 등에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제설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시민들은 거북이 걸음으로 다니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특히 각 지자체들이 주요도로 위주로 제설작업을 한 탓에 골목길 등은 혼란 그 자체였다. 상당수 시민들은 골목길을 빠져나오지 못해 대로에조차 진입 못하고 승용차를 둔 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증가하자 출근길 교통대란은 현실화됐다. 오지 않는 시내버스에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시민 황광석(36·달서구 용산동)씨는 “버스가 오지 않아 1시간을 걸어서 서구 중리동으로 갔다. 얽히고설킨 차량행렬을 보니 불편을 넘어 불안감마저 밀려왔다. 경찰이 통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얽히고설킨 차량행렬을 보니 불편을 넘어 불안감마저 밀려왔다”고 성토했다.

만촌동에 사는 한 시민은 “평소 승용차로 20분이면 도착하는 북구 산격동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 걸렸다”며 “대구시의 발 빠른 제설작업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는 버스가 너무 오지 않자 ‘대구버스 비행기 설.jpg’라는 풍자성 이미지도 속속 등장했다.

평소 같으면 한산했을 택시 승강장이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비는 풍경도 연출됐다. 이른 출근길 택시 잡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개인택시는 폭설에 따른 차량사고를 우려해 오전에는 운행자체를 하지 않았고, 법인의 경우엔 콜택시 등에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시민 한모(40)씨는 “택시를 잡는데 만 1시간 이상 걸렸다”며 “대구도 제설에 따른 특단의 대책이 수립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운행 멈추고…불안한 도시철도에 시민들 “아찔”

대구도시철도의 경우 이날 3호선이 개통 이래 처음으로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 운행돼 시민들이 불편을 겼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이날 도시철도 1~3호선에 임시열차 8대씩을 각각 편성, 증편 운행했지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낮 12시 55분께 수성구 지산역에서 범물역으로 향하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열차가 멈춰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앞서 오전 11시 11분께도 수성구 범물역에서 용지역 방향으로 가던 3호선 열차가 멈췄다. 열차가 멈추자 도시철도 측은 범물역 방향으로 열차를 운행, 승객을 구출했다.

당시 열차에 탄 시민 이모(30)씨는 “열차가 갑자기 멈춰 극심한 불안에 떨었다”며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별다른 탈이 없었던 열차가 폭설로 인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앞으로 눈 오는 날 열차 타기가 두려워 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출근시간대 대중교통에 이용객이 몰리자 크고 작은 불편이 잇따랐다. 오전 8시 50분께 용산역에 도착한 도시철도 2호선 열차는 정차 시간이 3분 이상 소요됐다. 앞서 오전 8시 48분께 도시철도 2호선 경대병원역 부근을 지나던 열차도 3분가량 멈춰 섰다 다시 출발했다.

용산역에서 운행 지연을 겪은 이윤희(여·27)씨는 “안에 사람이 꽉 차 있는데도 억지로 타려고 하니까 문이 여러 번 열렸다 닫히고 출발도 지연됐다. 특히 탑승객이 많은 용산·죽전·감삼역 등에서 지연 시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 크고 작은 피해 속출

붕괴와 낙상, 차량충돌 등 각종 사고도 속출했다. 대구 중구청과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내 2곳에서 그늘막 지지대가 눈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무너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55분께 대구역 인근의 번개시장에서도 그늘막 일부가 붕괴돼 소방대원들이 임시 지지대를 설치했다.

경북지역도 사고가 잇따랐다. 경북도 소방본부와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도내에서 16건의 구조·구급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5시 50분께 경산시 남천면 하도리에서 차량 충돌사고로 3명이 다쳤다.

눈길 낙상사고도 잇따랐다. 오전 7시 30분 구미시 황상동에서는 40대 여성이 다쳤고, 낮 12시께에는 경산시 중방동에서는 30대 남성이 넘어져 다쳤다.

구조·구급 외에도 각종 구조물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위험에 놓여 긴급 안전조치에 나섰다. 파악된 것만 13건에 이른다. 농업용 시설 등도 폭설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내린 눈으로 농업용 시설 54.5㏊에서 피해가 났고 비닐하우스 36채가 부서지거나 비닐이 찢어졌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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