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VS “경제 효과”…풍력발전 뜨거운 논란
“환경 파괴” VS “경제 효과”…풍력발전 뜨거운 논란
  • 남승렬
  • 승인 2017.04.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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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남발에 찬반 팽팽
반대측
영양, 계획단계 포함 130기 ‘밀집’
풍력발전기서 발생하는 저주파
생태계 부정적 영향 우려 높아
안동·청송서도 갈등 격화
찬성측
자원 확보·일자리 창출 효과
지역 경제 발전 호재 더불어
국가 신재생에너지 정책 이바지
풍차2
영양군을 비롯한 경북 백두대간 산등성이 곳곳에 풍력발전소 사업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풍력발전소 반대 측은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며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반면, 찬성 측은 대체에너지 발굴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중단돼선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사진은 영양군의 풍력발전소 모습. 대구신문 DB
경북 북부권에서 풍력발전시설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불붙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풍력발전소 건설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빗장이 풀리자, 생태를 무시한 ‘무차별 인허가’가 남발돼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던 경북 북부 산간에 풍력발전시설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풍력발전시설 건설을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은 각각 ‘환경 파괴’와 ‘경제 효과’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4년 풍력발전 인허가 완화 조치로 ‘생태자연도 2급지’에서만 가능하던 풍력발전소 건설을 ‘1급지’까지 풀었다. 산지전용 허가도 3만㎡ 이내로 제한하던 것을 10만㎡ 이내로 넓혔다. 이 때문에 백두대간 산등성이 곳곳에 풍력발전소 사업 허가가 잇따르고 있다.

△ 청정지역 영양에 풍력발전기 ‘우후죽순’

경북에서 풍력발전소 건설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대표적 지역은 영양군이다. 영양군은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오지다. 특히 백두대간의 주요한 생태축이자 우수한 산림과 자연경관을 갖춰 국내를 대표하는 청정지역으로 손꼽힌다.

10일 영양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이 지역에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선 것은 지난 2009년이다. 그해 6월 석보면 맹동산 일원에 풍력발전시설 1.5㎿급 41기가 들어섰다. 그 뒤 7년여 만인 지난 3월 현재 영양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은 3.5㎿급 18기를 포함해 모두 59기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발전업체가 석보면 홍계리 주산에 3.3㎿급 풍력발전시설 22기를 추가로 만들기 위해 산 정상을 깎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애초 1.65㎿급 25기를 발전시설을 건설하려고 했다. 그러나 산림청이 주산 정상은 산사태 1급 위험지역인 만큼 규모를 줄이라고 권고하자 3.3㎿급 22기 건설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주산 풍력단지 건설사와 영양군이 산림청 권고를 사실상 무시하며 발전시설 수만 줄이고 발전용량은 오히려 늘리는 꼼수를 부렸다”며 “건설 과정에서 한반도 생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백두대간 산림이 잘려나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양군과 영덕군 사이에도 풍력발전시설(영양 5기·영덕 2기) 건설 허가가 나 착공을 앞두고 있다. 또 석보면 토산리 포도산 일대, 삼의리 등에도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허가를 받아 풍력발전 건설을 위한 적합도 등 평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가 끝나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건설에 들어간다.

영양읍 무학리~무창2리에 걸친 무창산과 청기면 구매리~입암면 금학리 속칭 ‘장갈령’에도 44기가 건설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되면 영양에만 130기가 넘는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선다.

△ 유해 전자파로 생태계에 악영향 ‘명약관화’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풍력발전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해 전자파에 따른 건강권, 재산권 피해와 환경파괴다. 특히 영양군 경우와 같이 풍력발전시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물 피해 등 생태계에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 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환경·생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풍력발전기를 돌리면 ‘웅웅’ 하는 저주파가 나오는데, 이는 동물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상당한 신중을 기해 풍력발전시설 입지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전자파, 소음 등이 벌(蜂)에 영향을 끼치면 농사에 필요한 수정이 어렵다는 점도 주민들이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다. 영양에서 과수농사를 짓는 석보면 주민 김영호(67)씨는 “수정용으로 벌을 이용하는 과수원에선 건강한 벌이 농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풍력시설의 소음과 전자파가 벌에게 악영향을 끼치면 결국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치면 땅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재산권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 백척간두 위기에 직면한 멸종위기종

풍력발전시설 건설로 산양 등 멸종위기종 생물의 백두대간 보금자리가 파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생태·환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맹동산과 풍력발전단지 건립 예정지인 무창리를 포함한 영양군 일대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이뤄진 자연 지역으로, 각종 멸종위기종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

실제 환경부 자료를 보면 영양군에는 멸종위기종만 I급과 II급을 더해 1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I급으로는 ‘산양’과 ‘수달’이 영양군에서 확인됐다. II급으로는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포유류가 관찰됐다. 조류의 경우는 붉은배새매, 새매, 올빼미, 참매, 흰목물떼새 등의 멸종위기종이 영양군 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무분별한 인허가를 남발할 게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거쳐 멸종위기종 추가 서식 여부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며 “멸종위기종 등이 추가 확인된다면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북 곳곳 풍력시설 갈등

풍력발전시설 건설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영양만이 아니다. 경북 북부 곳곳에서 풍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주민과 발전업체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청송군 안덕면·현서면·현덕면 등에 걸쳐 있는 면봉산에도 풍력발전시설 10기 건설 허가가 났다. 발전회사는 추가로 14기를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반대에 밀려 건설 계획은 표류하고 있다. 주민들이 “피해 대책도 없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고 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황학산 일대에도 2014년 한 발전회사가 500억원을 들여 3.2㎿급 풍력발전기 5기를 세우려고 했으나 주민 반대에 막혔다. 안동시는 주민 동의가 없으면 허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 찬성 측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추가 조성은 없을 것”

환경파괴 우려를 알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풍력발전소 건설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역경제 발전의 호재가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주민 반대에도 허가를 내준 영양군은 지역 발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영양군에 따르면 현재 가동하는 영양 풍력발전시설 59기가 생산하는 평균 전기량은 120.9㎿ 안팎이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6만5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고 경북 경산시민(약 27만 명)이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풍력발전시설 건설 과정에 지역 기업과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양군은 또 기술인력 양성 등 다양한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권영택 영양군수는 10일 영양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풍력발전 사업 유치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국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이바지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 군수는 이어 “현재 영양군에 추진되거나 진행 중인 풍력발전기 현황은 총 130기로, 이 가운데 완공돼 상업 운전 중에 있는 것은 59기, 공사 진행 중인 것이 27기,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것이 44기”라며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44기를 빼고는 앞으로 풍력발전기를 추가로 조성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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