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자살 막으려다 경찰관 실족사 ‘안타까운 죽음’
시민 자살 막으려다 경찰관 실족사 ‘안타까운 죽음’
  • 김무진
  • 승인 2017.12.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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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희생,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수성경찰서 정연호 경위
아파트 외벽 타다 미끄러져
병원 옮겼지만 끝내 사망
200여명 참석 영결식 거행
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고정연호경위영결식2
지난 21일 우울증세를 보이는 시민을 구하다 순직한 고 정연호 경위의 영결식이 24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수성경찰서에서 대구경찰청장 장으로 엄수됐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투신 자살을 시도하던 시민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아파트에서 떨어지면서 영면에 들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4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9시 20분께 수성구 수성4가 한 아파트 9층에서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소속 정연호(40) 경위가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숨졌다.

앞서 정 경위는 ‘아들이 번개탄을 사서 집에 들어왔는데 조치해 달라’는 112 신고를 받고 동료 경찰과 함께 해당 아파트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정 경위는 선배 경찰과 함께 A(30)씨 및 A씨의 어머니와 30분 가량 상담을 나눴다. 하지만 상담 중 A씨가 갑자기 다른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고, 방 안에서 창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정 경위는 방문을 열려고 했지만 잠겨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한 정 경위는 아파트 외벽 창을 통해 문이 잠긴 방으로 들어가려던 중 미끄러져 1층 아래로 떨어졌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정 경위를 응급 조치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튿날 오전 2시 47분께 사망했다.

정 경위는 지난 2006년 12월 경찰관이 된 뒤 지난해부터 범어지구대에서 근무해 왔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6살 아들, 노모가 있다.

특히 정 경위는 사고 전날인 지난 20일 고등학생 2명과 함께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에서 보이스피싱범을 추격해 붙잡은 주인공이었다. 그는 매사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경찰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과 경찰은 지난 22일 수성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고, 24일 오전 8시 30분 수성경찰서에서 대구지방경찰청장(葬)으로 영결식을 거행했다.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엄수된 영결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윤재옥·주호영 국회의원, 이재용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이진훈 수성구청장, 이준섭 대구경찰청장 및 동료 경찰관 등 2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은 조사 낭독에서 “찰나의 순간 위험한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지만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국민의 부름에 답했다”며 “자랑스럽고 당당한 경찰이 되기 위해 당신의 희생과 헌신, 용기를 결코 잃지 않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정 경위의 동료인 배민중 경사가 “떨어지는 너를 붙잡지 못한 죄를 어찌 하느냐. 도와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아무리 불러봐도 이젠 널 볼 수가 없구나”며 “엄숙하고 거룩한 사명 앞에 순결한 청춘의 피를 뿌린 연호야. 강산과 역사 앞에 널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고별사를 읽어나가자 곳곳에서 흐느낌과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고별사를 마치자 유족들은 웃고 있는 영정 사진 속 고인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영결식 후 운구 차량은 대구명복공원을 들렸다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또 이날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고, 경찰청은 경위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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