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실상 영장 청구 예고
삼성 “뇌물 공여 아닌 피해자”
특히 특검은 이 부회장을 참고인이 아닌 뇌물공여 등 혐의의 피의자라고 못박아 향후 신병처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대한 금전 지원을 둘러싼 박 대통령과 삼성 간 ‘뒷거래’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한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 모녀를 지원하도록 했다는 게 주된 혐의다.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은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의 최종 지시자이자 그에 따른 수혜자라고 특검은 보는 것이다.
특검은 그동안 박 대통령, 최씨, 삼성 등이 연루된 뇌물 또는 제3자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지난달 31일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그룹 수뇌부인 미래전략실의 최지성(66) 부회장과 장충기(63)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최근에는 최순실씨 일가의 삼성 지원금 수수 관련 이메일이 담긴 또 다른 태블릿PC를 입수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피의자로 소환하는 것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뇌물 혐의 퍼즐을 거의 맞췄다는 방증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소환 조사 이후 그의 사법처리 방향이 결정된다면 뇌물죄 규명을 앞둔 수사 단계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만 남게 된다.
이 부회장의 신병처리 방향도 초미의 관심 사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 자체가 특검의 신병처리 방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사실상 예고한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특검이 앞서 피의자로 소환한 수사 대상자들은 대부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김낙중 LA한국문화원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 7명 가운데 김 원장과 홍 전 본부장을 제외한 5명은 모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한편 삼성 측은 승마 등을 앞세운 최씨 측 지원이 사실 관계는 맞지만 이는 압박에 못 이겨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적극적인 뇌물공여 차원이 아니라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공갈·강요 프레임’이다. 설령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범죄 고의성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뇌물죄와는 차이가 크다.
이 부회장도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