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없앤 화장실, 바닥 내쳐진 양심
휴지통 없앤 화장실, 바닥 내쳐진 양심
  • 장성환
  • 승인 2018.01.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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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시행령’ 20여일
대구 곳곳서 부작용 속출
휴지·담배꽁초 등 바닥에 방치
변기에 이물질 넣고 물 내려
역류 때문에 사용조차 못 해
지난 1일부터 공중화장실 변기 옆 휴지통이 자취를 감추게 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대구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4시께 대구 동구 효목동에 위치한 동촌유원지에는 50~70대 어르신,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 등 주말을 맞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동촌유원지 내 곳곳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일부 시민들이 화장실에서 불쾌한 표정으로 나오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공중화장실 몇몇 칸에 사람들이 그냥 버리고 간 휴지와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 박성태(69·대구 동구 효목동)씨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진 이후로 평일에는 그나마 깨끗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주말에는 이렇게 더러울 때가 종종 있다”며 “주말에는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대구 중구의 2.28기념중앙공원·달성공원 등의 공중화장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이 버리고 간 휴지와 쓰레기로 지저분한 화장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화장실의 변기는 막혀서 물도 제대로 내려가지 않는 상태였다.

대학생 도예은(여·23·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새로운 정책이 시행된 후로 더 깨끗해진 공중화장실이 있고, 더 더러워진 공중화장실이 있다”며 “아직 과도기적인 시기라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공중화장실 변기 옆 휴지통이 사라진 지 2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변기 막힘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일부 시민들이 휴지를 변기가 아닌 화장실 바닥에 그냥 버리고 가는 등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변기가 막혀 물이 역류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면서, 이물질로 인해 화장실 바닥이 지저분해지고 악취가 풍기는 일이 툭하면 발생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주말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에 휴지통 없는 화장실과 성숙한 화장실 문화에 대한 홍보·캠페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다수의 공중화장실에서 휴지통이 없는 것에 대한 그 어떠한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아직 정책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면서 “향후 3~5년의 세월만 지나면 시민들이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익숙해지고, 성숙한 화장실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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