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올림픽 도전사가 아쉽게 마무리됐다. 이상화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된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동계올림픽 사상 첫 3연패이자 올림픽 빙속 여자 500ｍ 사상 두 번째 3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이상화는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ｍ 단판 레이스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이상화는 3연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자 독일의 카린 엔케(1980년 금메달, 1984년 은메달, 1988년 동메달)와 블레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3개 대회 연속 포디움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잇달아 여자 500ｍ를 제패한 이상화는 ‘라이벌’인 일본의 간판 고다이라 나오(32)를 결국 넘지 못하고 자신의 올림픽 도전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31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5조 아웃코스에서 일본의 고 아리사와 함께 출발한 이상화는 초반 100ｍ를 10초20으로 끊으면서 순조롭게 질주했지만 나머지 400ｍ에서 아쉬운 스퍼트로 37초3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상화보다 앞서 14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일본의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는 36초9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 일본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고다이라는 초반 100ｍ에서 이상화보다 늦은 10초26를 기록했지만 막판 질주로 나머지 400ｍ를 26초68로 통과하며 최종 36초94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고다이라는 이번 대회에 나선 31명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36초대 기록을 끊었다.

체코의 카롤리나 데르바노바가 37초34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의 김현영(성남시청)은 38초251의 기록으로 12위에 올랐고, 김민선(의정부시청)은 38초534의 기록으로 공동 16위를 차지했다.

이날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오르기까지 이상화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림픽을 앞두고 재활에 전력했다. 이상화가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무려 7년 만이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상화는 2017-2018 시즌에서 예전의 기량을 조금씩 찾았지만 결국 고다이라를 넘지 못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무대 화려한 피날레를 꿈꿨던 이상화의 도전은 물거품이 됐지만 그의 도전은 박수를 받을만 했다. 아웃코스 스타트 배정도 이상화에게 불리한 조건이 됐다. 아웃코스에서 레이스를 시작할 경우에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원을 작게 돌게 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원을 작게 돌면 원심력으로 인해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상화는 과거 아웃코스 스타트를 선호했었지만 왼쪽 무릎 부상과 오른쪽 종아리 통증에 시달린 뒤부터는 마지막 곡선주로 주파에 부담을 느껴 인코스 스타트를 선호하게 됐다.

그러나 이상화는 이날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ｍ 경기에서 악조건을 이겨내고 초반 100ｍ까지 고다이라 나오를 앞지르며 역주를 펼쳤다. 하지만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삐끗하는 바람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후회없는 질주를 펼친 이상화의 올림픽 도전사가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