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 홍명희 자필 한문편지 안동서 발견
벽초 홍명희 자필 한문편지 안동서 발견
  • 지현기
  • 승인 2018.02.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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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진흥원 김순석 박사 번역
풍산김씨 기탁 문서 중 4통 발굴
父 장례도운 김지섭에 자필편지
아비 잃은 애통함과 감사 표해
안동 애국지사·홍명희 관계 시사
사본-간찰4122
삼가 말씀 올립니다. 근래에 건강하신지요? 매우 그립습니다. 상주인 저는 특별히 보살펴 주신 은혜를 입어 관을 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장례를 치러 아픔의 눈물이 더욱 새롭습니다. 오직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모시는 일로 잘 지내시기 바랄 따름입니다. 나머지는 혼미하여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삼가 소疏의 예를 올립니다. 1910년 8월 5일 상주 홍명희 올림

사본-간찰4124
삼가 소식을 전할 길이 아득하여 몹시 그리웠습니다. 10월 날씨에 잘 지내시리라고 생각되며 그리운 마음 구구합니다. 실로 그립지만 상주인 저는 질긴 목숨을 구차하게 부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다만 선인께서 갚지 못한 부채가 원금과 이자 모두 2백 66원인데 지금 형께서 헤아려 보시고 각인에게 나누어 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자세한 것은 별지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찾아가서 나누어 드리고자 하였으나 집안 일이 너무 바빠서 뜻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형께 세세한 것까지 살피게 하는 수고로움을 끼치지만 훗날 이를 위해 번거로움을 나누어 주시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나머지는 예를 갖추지 못합니다. 11월 8일 상주 홍명희 올림

대하소설 ‘임꺽정’ 저자, 벽초 홍명희(碧初 洪命憙·1888~1968) 한문 자필편지가 안동시 도산면 소재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순석 박사는 국학진흥원이 보관 중이던 편지류 5천여점 가운데 벽초의 편지를 발견해 번역하고 분석했다고 19일 밝혔다. 벽초는 해방 직후인 1948년 북한으로 넘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에 참여해 초대 부수상을 지냈다.

벽초가 쓴 편지는 총 4통으로 안동시 풍산면 오미리 풍산김씨 집안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여러 가지 옛 편지에 섞여 있었다. 20대이던 벽초는 아버지(홍범식) 초상을 치를 때 도움을 준 김지섭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1910년 8∼11월 편지를 썼다.

금산군수였던 홍범식은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범식이 자결하기 직전에 당시, 금산재판소 서기였던 김지섭에게 유서 등이 든 상자를 전했으며 김지섭은 이를 아들 홍명희에게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김씨인 김지섭은 이후 일본 강점기에 의열단원으로 활동했고 1924년 일본 황궁에 폭탄을 던졌다가 붙잡혀 옥사했다. 벽초는 편지에서 아버지 상을 치른 슬픈 심정과 김지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거듭 표시했다.

또 김지섭을 형이라고 하며 숨진 자기 아버지가 남긴 부채를 갚는 것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김순석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벽초 자필 편지가 독립운동성지로 알려진 안동과 홍명희 관계를 보여주고 소설 임꺽정을 쓴 배경을 추정하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동=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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