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에서 느낀 것은?
리우 올림픽에서 느낀 것은?
  • 승인 2016.08.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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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된 2016올림픽은 많은 우려 속에 막을 열었다. 남미에서는 처음으로 올림픽경기가 열리는 역사적 의미도 있었지만 브라질의 경제사정이 유치 당시와는 판이하게 나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올림픽위원회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과연 예정대로 열 수 있을 것인지 우려를 금치 못했다. 더군다나 선수촌 입촌 직전까지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모습들이 각국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는 통에 더 큰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염려들은 올림픽 시설을 떠나 브라질의 치안문제가 선수들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염려가 컸다. 게다가 지카바이러스 모기에 물리기만 하면 소두증에 걸릴 염려가 있다는 경고도 수없이 나왔고 미국의 어떤 선수는 아예 출전을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뜬 것은 브라질 정계의 혼란상이다. 브라질 국회는 올림픽을 앞두고 호세 대통령을 탄핵했다. 대통령 업무는 즉시 중단되었고 아직도 탄핵정국은 계속 중이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대행사를 눈앞에 두고 주최국의 대통령이 탄핵이 되었으니 외교적으로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은 예정대로 열렸고 많은 세계 신기록도 수립되었다. 그렇게도 염려했던 지카 바이러스나 치안문제 등도 큰 탈이 없이 끝맺음했다. 한국 선수들도 그동안 거듭된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선전했다. 그들의 메달이 금빛이냐 은빛이냐 구리빛이냐 하는 문제는 하등 관심 둘 필요가 없다. 엄청난 땀을 흘리며 조국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메달 경쟁을 했지만 상대가 있는 경기에서 승리만을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각국의 나라 깃발이 펄럭이는 것으로 상징을 삼고 있었지만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중에서도 선수가 선발되어 올림픽기를 들고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모국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들은 올림픽이라는 셰계민의 잔치에 당당하게 낄 수 있는 자격을 가졌으며 이를 인정한 올림픽위원회는 참으로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칭찬받을 만하다. 그들을 맞이하는 개막 입장식에서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은 팀은 난민선수다. 그들의 경기내용이 보잘 것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올림픽을 통하여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위축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시리아 국민들이 아사드정권의 수십 년 계속되는 독재에 대항하여 하루빨리 민주화를 이룩하고 내전이 종식되어 과거의 문화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복구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우리나라는 육상의 불모지대로 과거 손기정으로 이어지는 마라톤의 맥조차 끊어진 상태지만 아프리카의 자마이카는 볼트를 앞세워 3연속 삼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볼트는 선천적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거듭 확인되었다. 당분간 그를 이겨낼 선수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과감히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의 수영선수 펠프스는 지금까지 역대 올림픽에서만 2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사람이다. 이번 리우에서도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앞으로의 꿈은 소박하기만 하다. 부와 명예를 쥐었으면서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깨끗이 은퇴를 발표했다. 그리고 수영코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역시 대 선수다운 멋진 결정이다. 이들을 보면서 흔한 얘기로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체육계를 돌아보면 선수선발을 둘러싼 지연 학연 혈연이 얽히고 설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이 무더기로 도태되는 현실에 처해있다. 체육은 기술보다 공정성이 앞서는 운동이다. 공정하지 못한 선수선발은 공정하지 못한 경기를 불러올 것이며 공정하지 못한 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양궁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남녀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쾌거다. 양궁협회장은 현대차의 정몽구가 아들 정의선에게 물려줬는데 두 사람 모두 선수 선발에 일체의 사적감정이 낄 틈새를 주지 않고 6개월 전부터 120명의 선수에게 4000발 이상의 화살을 쏘게 하여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선수로 팀을 꾸렸다. 다른 종목에서도 이와 같은 선발방식이 적용되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 메달박스로 주목받던 유도가 몰락한 것은 뿌리 깊은 파벌과 관계있지 않을까. 우리 선수 중에서도 권총부문의 진종오는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은퇴를 선언하고 후배양성에 힘을 쓰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박태환은 출전여부를 놓고 대한체육회와 소송까지 벌이는 고통 속에서 무슨 실력발휘를 하겠는가. 박태환에게는 나이와 열정으로 보아 아직 한 번의 기회는 더 있다. 여자배구는 잘 싸웠다. 8강전에서 물러났지만 지원이 부족한 가운데 선전했다는 보도는 또 무엇인가. 태권도는 종주국의 텃세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회장이 바뀌고 나서 처음 출전인데 김소희 오혜리 등이 크게 체면을 세웠다. 공격적인 경기운용이 절실해 보였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체육계는 스스로 자정하여 파벌 없는 협회운영을 지향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분열과 갈등이 잔존하는 한 체육계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리우 올림픽에서 느낀 점이 많아야 우리 체육계가 뻗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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