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게 받은 신장, 반딧불이 되어 삶을 비추네
소녀에게 받은 신장, 반딧불이 되어 삶을 비추네
  • 황인옥
  • 승인 2016.09.22 08: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택수 ‘반딧불이의 숲’ 개인전

수성아트피아서 25일까지 개최

신부전 치료비 위해 상업활동 지속

이식 수술 후 ‘희망과 사랑’ 매료돼

“판매용 아닌 진짜 내 그림 그리고파”
/news/photo/first/201609/img_207810_1.jpg"20160920_161132/news/photo/first/201609/img_207810_1.jpg"
‘반딧불이의 숲’ 연작을 그리는 남택수의 전시가 25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꽃그림 그리기는 멈출 수가 없었다. 최대 15년 생존이라는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오며 감당해야할 치료비 마련을 위한 사투와도 같은 그리기였다. 다행히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그림이 잘 팔려 근근이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다. “꽃그림은 내가 원해서 영혼을 닮아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늘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시한부 최대치인 15년이 가까워 올 무렵인 2010년에 한 줄이 빛이 내려왔다. 뇌사상태에 빠진 16살 소녀의 신장을 이식받게 된 것. 화가 남택수에게 기적처럼 새 삶이 찾아온 것이다.

수술 후 남택수는 자신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16살 소녀에게 다짐했다. 소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그러면서 그림이 달라졌다. 깜깜한 숲속을 밝혀주는 반딧불이 그림이 시작됐다. ‘반딧불이의 숲’ 연작이다.

그는 “팔기 위한 그림이 아닌 내 이야기를 하는 진짜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희망과 꿈과 사랑이 넘실대는 ‘반딧불이의 숲’은 그 과정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캄캄한 어둠을 밝혀주는 반딧불이를 희망의 빛으로 은유했다. 반딧불이가 밝혀주는 숲은 내게 찾아온 새로운 희망의 세상이자 16살 소녀에게 선물하는 동화의 나라다.”

화가 남택수의 개인전이 수성아트피아에서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반딧불이의 숲’ 연작을 ‘희망’, ‘꿈’, ‘사랑’이라는 세 개의 소주제로 나눠 3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꿈’은 야광 효과를 내는 특수 물감을 직접 제작해 반딧불 특유의 환상의 숲을 구현해 숲, 밤, 우주(밤하늘) 등을 잇는 3중 공간을 한 화면에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표현된 지상의 숲은 때로는 숲이 되고 바다가 되어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

밤을 표현한 ‘꿈’과 달리 ‘희망’은 아침을 표현한다. 거북이, 숲을 유영하는 소나무, 해, 달 등의 십장생 등을 통해 행복한 삶을 기원한다. 또 다른 소주제 ‘사랑’에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무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내 그림에는 아름다운 반딧불이 속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우리 아이 둘이 등장하고,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는 내 아내다. 달 빛 속에서 종을 들고 있는 여인은 가족을 지키는 희망의 상징이다.”

신부전증을 앓았던 그에게 30대는 없었다. 새생명을 얻은 그는 이제 거침이 없다.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늦은 나이에 임용고시를 준비해 지난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현재 세종시에서 중등교사로 재직하며 작품 활동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이야기들이 점점 행복해지고 풍성해지고 있다.

그는 “그림도 물처럼 흘러야 한다.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며 “내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거듭해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내 그림은 철저하게 상상의 산물이다. 자다가도 생각이 번뜩이면 일어나 밤새도록 그림을 그린다. 이제부터는 진실한 그림, 성실한 그림만 그리며 그림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 것이다.” 053-668-15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