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대형지진·쓰나미 등 최악 상황에도 안전 ‘끄떡없다’
원전, 대형지진·쓰나미 등 최악 상황에도 안전 ‘끄떡없다’
  • 이승표
  • 승인 2016.09.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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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전, 지진 대비 시스템은?

부지 선택전 종합적 검증 거쳐

지진 빈발 국가 토대 안전성 보완

일정 규모 이상 지진땐 자동 정지

지난 12일 지진때 ‘A급 비상’ 발령

전직원 복귀해 매뉴얼따라 움직여

정밀 안전점검 결과 문제 없어

예측 불가능한 대지진에도 대비

침수 가능성 대비 냉각계통 강화

본부 4곳에 이동형발전차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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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발생 직후 매뉴얼에 따라 월성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 사진은 월성원전. 연합뉴스

지난 12일 저녁 경주 지역에서 규모 5.1과 5.8 지진과 이에 따른 여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규모 5.8 지진은 우리나라의 기상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어서 국민들의 체감 지진도 가장 컸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과연 한반도가 지진에 안전한지, 원전 등 위험시설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지역에 위치한 월성원전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됐으며 지진 대응하는 시스템은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원전은 검증된 부지 위 건설

우리나라 원전의 입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원전 입지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다량의 물을 냉각수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원전 가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단단한 지반에 건설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조건과 함께 단단한 지반을 가진 원전 부지를 찾는 일은 어렵다. 원전 건설 후보지를 결정할 때는 부지의 지리적 특성, 주변산업·수송·군사시설, 기상·해양 특성, 지질·지진 및 지반 공학 특성 등을 검토해. 부지 적합성을 평가한다. 원자력안전법 규정에 따라 발전소가 세워지는 부지의 반경 320㎞ 지역은 문헌조사, 인공위성 및 항공사진 판독 등 광역조사를 수행하며 40㎞, 8㎞, 1㎞ 이내의 지역은 기존 자료를 수집·검토한다.

또 지질의 구조, 단층 분포, 암반 특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물리학적 조사, 야외 지질조사, 단층 연대 측정, 해양물리탐사, 시추조사, 탄성파 활용 물리탐사, 트렌치조사 등 단계적 정밀 조사를 수행한다. 이 검사들을 통과하면 비로소 원전 건설에 적합한 부지로 선정될 수 있다.

부지에 단단한 암반이 확인되면, 약 20m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서 단단한 철근을 조밀하게 설치한다. 건물을 암반에 고정시키려는 공정으로, 원전에 사용하는 콘크리트도 일반 건물에 사용하는 것보다 약 두 배 정도의 강도를 지니는 특수 제품이라 지진에도 튼튼하게 버틸 수 있다. 조밀하게 배치한 철근을 고강도 콘크리트로 둘러싼 벽이 자그마치 1.2m 두께에 이르도록 단단하게 건설한다.

◇지진자동정지시스템 구축

내진설계는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지진을 예측해 넣고 여기에 여유도를 추가해 결정한다. 이에 맞춰 원전은 지진가속도 0.2g(리히터 규모 6.5 수준)로 내진설계를 했다. 여기에다 일본과 대만 등 세계 지진 빈발 국가의 경험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지진 안전성을 보완하고 있다.

윤청로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은 “원전은 건설시 내진설계로 지진에 대비하는 데다 추가적으로 지진 안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전 주요설비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시설과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고의 내진성능을 강화했다. 또 지진감시 능력을 높여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지진 자동정지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설비는 세계에서 대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원전과 대만원전, 미국의 디아블로 캐년 1호기에만 구축돼 있으며, 한국원전의 경우 전 원전에 설치돼 있다.

월성원전의 경우 월성1호기와 2호기에 각각 5대, 신월성1호기에 6대 등 총 16대의 지진계측기가 설치돼 있어 원전부지뿐 아니라 원자로건물이나 보조건물 기초와 외벽 등이 받는 지진을 세밀히 측정한다.

◇수동정지, 매뉴얼 따라 진행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과 8시 23분 지진이 발생하자 한수원은 지진에 따른 A급 비상을 월성본부 오후 8시, 본사 8시 20분, 고리본부 8시 34분에 잇따라 발령했다. 사상 첫 A급비상에 대부분의 직원이 복귀했고 매뉴얼에 따른 대응시스템이 가동됐다.

진앙지에서 27~28㎞ 정도 떨어져 있는 월성원전의 경우 지진최대가속도 0.2g(규모 6.5)로 내진설계가 돼 있고 이에 따른 원전운영절차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SSE(안전정지지진·Safe Shutdown Earthquake)는 0.2g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도 안전하게 정지될 수 있는 기준이며, OBE(운전기준지진·Operating Basis Earthquake)는 0.1g(규모 6.0)의 지진에서도 정상적으로 운전 가능한 기준이다.

이번 지진의 경우 지진가속도 기준 0.1g를 넘지 않았지만 지진파동을 분석한 응답스펙트럼 값이 기준치를 넘어 정지에 따른 준비 및 후속조치를 취한 뒤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월성1·2·3·4호기가 12일 오후 11시 56분부터 수동정지에 들어갔다.

전휘수 월성원자력본부장은 “발전소 설비는 안전운전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안전최우선 원칙에 따른 절차서 기준 대로 수동정지를 했다”면서 “지진에 따른 수동정지 절차서 수행이 처음이었지만 방재훈련을 주기적으로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절차대로 잘 대응했으며 월성1~4호기 정밀 안전점검 결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내진설계치 다다르기 전 조치

원전 주요기기가 받는 충격에 따른 지진대응시스템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지진경보 발생, 데이터 분석 후 내진설계의 50% 수준에 도달하면 수동정지 후 안전점검, 90% 수준 도달하면 자동정지되도록 설계한 것.

지진계측기에 측정된 값이 지진가속도 0.01g(규모 2~3)가 넘으면 지진자동경보가 울린다. 경보에 따라 원전 현장에서는 지진상황에 대비하고 주요 안전설비와 구조물 등을 점검한다.

내진설계(0.2g)의 50%인 0.1g 이상이 되면 원전은 수동정지하게 돼 있다. 내진기준에는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원전을 돌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일단 수동으로 정지시킨 후 정밀 안전점검을 하는 게 원전 지진 매뉴얼이다.

내진설계(0.2g)의 90% 수준이 넘지 않는 0.18g(규모 6.4)가 되면 원전은 자동으로 안전정지된다.

원전에서의 지진 감지 및 대응 상황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기술원, 산업부, 전력거래소, 소속 지자체 등에 자동통보시스템(ACS), 전화, 팩스 등을 이용해 정보가 공유된다.

◇스트레스테스트로 건전성 확인

그렇다면 설계기준을 넘는 지진이 발생할 때는 어떻게 되는가가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우리나라에서 올 수 있는 최대의 지진을 예측한 뒤 여유도를 넣어 내진설계를 했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예측불가능한 대형지진이 올 경우 속수무책이라면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 등 오래된 원전을 중심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설계기준 이상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원전 주요기기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지진가속도 0.3g(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도 기기의 건전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나라 원전에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됐다.

2011년 3월 규모 9.0 지진에다 10m의 쓰나미가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후쿠시마원전의 비상발전기가 침수되자 핵연료가 녹아내려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과 해일 대비 설비를 대폭 늘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안전시설을 대폭 강화했다.

사고 직후 국내에서는 국내 원자력시설 안전점검이 이뤄졌고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한 후 침수 가능성을 대비한 전력 및 냉각계통을 강화했다. 부지고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리원전에는 해안방벽을 구축하고 비상발전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등 최종 열제거원이 상실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 4개 원전 본부에 이동형발전차도 도입했다.

덧붙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짠 후 대비책을 만들었다. 노심이 용융되는 중대사고로 진전되더라도 방사능 누출이 없도록 전원 없이도 격납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를 모든 원전에 설치했다.

또 압력이 높아져 격납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격납건물 여과배기계통을 설치하고 있으며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원자로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를 설치했다.

◇발전운영종합센터 신설

한수원은 본사에 발전운영종합센터를 신설해 사고 시 전 원전에 대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콘트롤 타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원전을 실시간으로 통합 감시하고 원전의 고장징후를 조기 감지해 발전정지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며 방사선 유출이나 테러상황 같은 비상시에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해 적기에 비상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국내 원전은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내진설계를 하고 지진의 발생부터 중대사고를 완화하는 모든 단계에서 취약한 요소를 찾아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IAEA 검증단은 한국 원전의 지진과 해일 대비에 대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취한 조치가 신속성과 양에 있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경주=이승표기자 jc755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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