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농업정책 쌀 파동 되풀이…‘농민만 죽어난다’
실패한 농업정책 쌀 파동 되풀이…‘농민만 죽어난다’
  • 김정석
  • 승인 2016.10.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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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량 증가·직불금 부담에
당정청, 절대농지 해제 추진
농민들 “수입물량 줄이고
소비촉진 등 근본대책” 주장
식량주권·난개발 우려 목소리도
3. 천덕꾸러기가 된 ‘쌀’
김재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2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농해수위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2016년 수확기 쌀수급 안정 관련 당정협의에서 이완영(가운데), 안상수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농민회총연맹상경집회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산물 최저가격 인상과 밥쌀 수입 금지, 백남기 농민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쌀값 폭락 사태가 농촌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쥐게 된 농민들은 물론, 정부·여당도 쌀 재고량 급증과 더불어 농민에게 지급하는 직불금 증가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과 정부·여당의 시각은 엇갈린다. 농민들은 FTA 등 수입개방 파고와 실패한 농업정책을 쌀값 폭락의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반면 정부·여당은 지나치게 많은 쌀 생산량과 국민들의 쌀소비량 감소를 이유로 꼽는다. 이에 따라 해법도 달라진다.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적정 생산, 소비 확대, 재고 처분, 수출 확대 등 쌀 수급안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유관기관 토론회를 가졌다. 김재수 농림부 장관은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쌀 예상생산량 420만2천t을 기준으로 잠정 물량을 산정해 10월 하순부터 일부 물량을 우선 매입할 예정이며, 11월 실수확량 발표 이후 최종 격리 물량을 확정해 연내 매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쌀 생산량은 2009년 492만t에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다 2012년(401만t)이후 다시 늘어나면서 지난해 433만t을 기록했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쌀 생산이 꾸준히 이뤄지다 보니 재고량도 급증했다. 쌀 재고량은 2012년 76만t에서 지난해 135만t으로 늘었고 올해 6월 기준으로 175만t을 기록했다. 재고량 증가에 따라 관리비용도 치솟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재고량 10만t에 연간 316억원이 소요된다. 175만t에 5천530억원이 드는 셈이다.

남는 쌀을 해외원조나 대북 지원으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10만t을 국제기구를 통해 해외원조한다면 쌀값을 제외하고도 작업비와 운송비 등으로 2천400억원가량 지출이 발생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보관 비용보다 8배나 높다. 대북 지원도 경색된 남북관계 고려 시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쌀값 하락에 따라 정부가 농민들에게 보전해주는 직불금도 늘어나 정부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쌀 수확기 평균 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정부는 차액의 최대 85%까지 보전해 준다. 김재수 장관은 지난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쌀을 사주며 직불금 제도가 원취지에 어긋났고 고정비용이 너무 많다”면서 쌀 직불금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쌀에 1조8천억원을 지출하는 등 9가지 작물의 직불금으로 연간 2조1천억원을 쓴다. 농식품부 예산의 15%다. 이렇게 고정 투입하는 돈이 많다 보니 다른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현재 변동 직불금이 과대하게 소요되는 것은 정부 양곡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책임을 추궁한다면 농식품부 관료를 징계해야지 쌀 직불금을 감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도 농지 면적 자체를 줄이거나 벼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 입장을 거들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쌀 재배 면적을 줄이고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농민의 요청이 있을 경우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해제를 추진키로 했다. 1992년 처음 지정된 절대농지는 그린벨트처럼 농업 생산이나 개량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농지다. 절대농지가 해제될 경우 이곳에 공장, 물류창고, 근린생활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절대농지 해제는 농지 가치가 상승하고 재산권 행사를 자유롭게 해 주기 때문에 농민 입장에선 유리하다. 반면 쌀 생산 감소로 식량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주장, 농지가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거나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반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지부 관계자는 “쌀 재고량이 지나치게 많다면 수입물량을 줄이고 쌀 소비 진흥책을 쓰고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등으로 활용하면 되는데 농지 면적 자체를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농업 정책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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