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절대농지 해제 추진
농민들 “수입물량 줄이고
소비촉진 등 근본대책” 주장
식량주권·난개발 우려 목소리도
3. 천덕꾸러기가 된 ‘쌀’
하지만 농민들과 정부·여당의 시각은 엇갈린다. 농민들은 FTA 등 수입개방 파고와 실패한 농업정책을 쌀값 폭락의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반면 정부·여당은 지나치게 많은 쌀 생산량과 국민들의 쌀소비량 감소를 이유로 꼽는다. 이에 따라 해법도 달라진다.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적정 생산, 소비 확대, 재고 처분, 수출 확대 등 쌀 수급안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유관기관 토론회를 가졌다. 김재수 농림부 장관은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쌀 예상생산량 420만2천t을 기준으로 잠정 물량을 산정해 10월 하순부터 일부 물량을 우선 매입할 예정이며, 11월 실수확량 발표 이후 최종 격리 물량을 확정해 연내 매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쌀 생산량은 2009년 492만t에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다 2012년(401만t)이후 다시 늘어나면서 지난해 433만t을 기록했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쌀 생산이 꾸준히 이뤄지다 보니 재고량도 급증했다. 쌀 재고량은 2012년 76만t에서 지난해 135만t으로 늘었고 올해 6월 기준으로 175만t을 기록했다. 재고량 증가에 따라 관리비용도 치솟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재고량 10만t에 연간 316억원이 소요된다. 175만t에 5천530억원이 드는 셈이다.
남는 쌀을 해외원조나 대북 지원으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10만t을 국제기구를 통해 해외원조한다면 쌀값을 제외하고도 작업비와 운송비 등으로 2천400억원가량 지출이 발생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보관 비용보다 8배나 높다. 대북 지원도 경색된 남북관계 고려 시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쌀값 하락에 따라 정부가 농민들에게 보전해주는 직불금도 늘어나 정부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쌀 수확기 평균 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정부는 차액의 최대 85%까지 보전해 준다. 김재수 장관은 지난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쌀을 사주며 직불금 제도가 원취지에 어긋났고 고정비용이 너무 많다”면서 쌀 직불금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쌀에 1조8천억원을 지출하는 등 9가지 작물의 직불금으로 연간 2조1천억원을 쓴다. 농식품부 예산의 15%다. 이렇게 고정 투입하는 돈이 많다 보니 다른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현재 변동 직불금이 과대하게 소요되는 것은 정부 양곡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책임을 추궁한다면 농식품부 관료를 징계해야지 쌀 직불금을 감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도 농지 면적 자체를 줄이거나 벼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 입장을 거들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쌀 재배 면적을 줄이고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농민의 요청이 있을 경우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해제를 추진키로 했다. 1992년 처음 지정된 절대농지는 그린벨트처럼 농업 생산이나 개량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농지다. 절대농지가 해제될 경우 이곳에 공장, 물류창고, 근린생활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절대농지 해제는 농지 가치가 상승하고 재산권 행사를 자유롭게 해 주기 때문에 농민 입장에선 유리하다. 반면 쌀 생산 감소로 식량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주장, 농지가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거나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반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지부 관계자는 “쌀 재고량이 지나치게 많다면 수입물량을 줄이고 쌀 소비 진흥책을 쓰고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등으로 활용하면 되는데 농지 면적 자체를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농업 정책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