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안에 고객만의 개성과 인간적 정 담아내고 싶어요”
“옷 안에 고객만의 개성과 인간적 정 담아내고 싶어요”
  • 황인옥
  • 승인 2016.12.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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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양복 브랜드 HK테일러 대구앞산점 장 원 진·장 형 진 대표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많던 형제
디자인·제작 등 전문적 분업 가능
HK테일러 프랜차이즈 선택
대구 앞산 고산골 인근에 터 잡아
“고객과 진정성 있는 관계맺기 집중
쉬어갈 수 있는 힐링공간 추구”
양복점1
수제 맞춤 양복점인 HK 테일러 대구 앞산점을 경영하는 장원진(우)·형진(좌) 형제는 “이 시대의 남성들이 HK 테일러에서 옷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힐링까지 했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매장전경
HK 테일러 대구앞산점 전경.
100년 전 양복이 국내에 소개될 때만 해도 양복점에서 100% 수제 맞춤으로 제작됐다. 1980년대 이후가 되면서 공장에서 대량 생산으로 제품화되는 기성양복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양복시장을 점유해 나가면서 수제 맞춤양복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이제 맞춤양복점은 애써 수소문해야만 한 곳쯤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귀하게 됐다. 수제 양복점이 사라지면서 수제 양복을 제작하는 전문가인 테일러도 같은 길을 걸어왔다. 기성양복에 밀려 테일러의 역사도 내리막길을 걸어온 것.

하지만 최근 테일러가 영화와 드라마, 최근 들어선 예능 소재로 등장하며 테일러와 수제 맞춤양복에 대한 관심이 20~30대의 젊은 세대에까지 불고 있다. 지역에서도 최근 DTC섬유박물관에서 양복의 국내 도입과 정착을 알려주는 ‘100년의 테일러 그리고 대구’ 전시가 시작되면서 테일러의 귀환을 점치고 있다.

최근의 변화된 기류는 소비자의 기호 변화가 주도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자의 기호가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 재등장 하고 있다.

맞춤양복을 지향하는 브랜드인 ‘HK 테일러’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적극 수용한다. 이들은 고객의 체형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반영한 감성 슈트를 주문 제작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지향한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가맹점 체제로 운영되며, 외주 하청 생산 없이 양복 제작 전 과정이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 제작소 두 곳에서 진행된다.

‘HK 테일러’ 제작 과정의 핵심은 세 단계다. 가맹점에서 고객의 체형을 파악하고 고객의 선호에 맞는 디자인을 결정하면 본사가 운영하는 제작소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들이 양복을 제작하고, 본사에서 가맹점에 가봉 옷을 보내면 가맹점에서 직접 고객에게 입혀보고 수정해서 다시 보내면 본사 제작소에서 완성해 가맹점으로 완제품을 보낸다.

수제맞춤으로 양복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양복점과 동일하지만 ‘HK 테일러’는 치수 제기와 디자인 결정은 가맹점에서 하고, 양복제작은 본사 제작소에서 담당하며 역할분담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전 공정이 하나의 양복점에서 진행되던 과거의 맞춤양복점과 차별화된다.

장원진·형진 형제는 21세기에 걸맞는 신세대 테일러를 자처하고 맞춤양복브랜드인 ‘HK 테일러 대구앞산점’을 지난 9월에 열었다. 이들 형제는 맞춤양복점 하면 떠올리는 나이 지긋한 신사와는 거리가 먼 30대 초, 중반의 젊은이들다.

두 형제의 꿈이 자라고 있는 HK 테일러 대구앞산점은 지리적인 입지에서 의외다. 도심 번화가 대신 인적이 드문 앞산 고산골 입구 언덕배기 중간쯤에 둥지를 틀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기존의 양복점 이미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카페처럼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다.

특히 앞산을 병풍처럼 거느리고, 통유리 너머에는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정원이 펼쳐져 있는 주위 풍광이 매력적이다. 미술전시가 이뤄지는 갤러리를 한 지붕 두 공간으로 이웃하고 있다는 점도 이 공간만의 독특함이다. 말하자면 자연과 문화와 장인정신이 함께하는 21세기 개념형 신(新) 맞춤양복점인 셈이다.

“처음에 대구 최고의 번화가인 수성구와 이곳을 두고 저울질 했어요. 번화가가 고객 유치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주위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곳을 낙점했어요. ‘편안한 휴식처’ 같은 양복점, ‘카페처럼 힐링’할 수 있는 양복점을 지향하는 저희의 가치에 이 공간이 부합했어요.”(장원진)

“갤러리와 붙어있어 더 좋은 것 같아요. 전시를 보러 오셨다가 양복점을 들러시고는 맞춤양복에 관심을 가지시기도 하고, 양복을 맞추러 오셨다가 자연스럽게 갤러리를 들러 그림을 접하기도 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 같아요.”(장형진)

두 형제는 성격이나 취향에서 정 반대다. 선조들이 일찍부터 ‘원수가 되려면 동업을 하라’는 말을 했을 만큼 가까운 이들과의 동업을 경계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두 형제의 이질적인 성격은 불안정 요소다. 기자의 우려에 클래식한 슈트를 입은 형과 조금은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을 소화하고 있는 동생이 동시에 피식 웃었다.

“저희는 어린 시절부터 옷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즐겨왔어요. 둘 모두 옷을 좋아하고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것은 사업파트너로서 큰 장점이죠. 서로 다른 성격은 보완관계여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죠.”(장원진)

젊은 나이에 맞춤양복점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핸드 메이드 슈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스포크(bespoke·100% 맞춤)’ 정장은 여전히 특정인들의 기호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형인 장원진 씨였다. 그는 영남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에서 디자인 연수 과정을 거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과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디자인 관련 일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에 염증을 느끼면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다는 열망이 올라왔다.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곧바로 사표를 던지고 테일러 아카데미를 알아보며 맞춤양복점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맞춤양복의 정석은 디자인과 재단을 한 묶음으로 한다. 그 역시 처음에는 재단부터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40~50년 경력의 양복 장인들을 만나면서 직접 바느질까지 하기에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실무를 쌓았던 경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복 바느질 하는 분들은 모두 40~50년 경력의 베테랑이었어요. 그들을 보면서 양복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면서 제작과 디자인이 분리된 HK 테일러를 알게됐죠. HK 테일러가 운영하는 제작소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양복장인들로 유명한 소공동 장인들이 있어 더 믿음이 갔어요.”(장원진)

동생인 장형진 씨의 이력은 형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HK 테일러를 시작하기 전까지 대기업 대리점 업무지원 및 마케팅직에 종사했다. 형과 의기투합 하기 직전에는 대리점 카센터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조직에서 영업과 홍보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아왔다.

형 못지않게 형진 씨도 옷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던 일을 접고 전혀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가 선뜻 형의 제안을 받아들인데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형제애, 그리고 우리나라 평균 성인을 웃도는 그의 체형에 따른 옷에 대한 결핍 등이 작용했다.

“옷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형제를 묶어주는 연결점이 되기도 했지만, 형과 제가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어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어요. 형은 조용하면서도 섬세하고 저는 선이 굵으면서 활발한 성격이거든요.”(장형진)

HK 테일러 대구앞산점은 디자인을 전공한 장원진 씨의 강점을 십분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복 맞춤은 물론이고 셔츠, 구두, 벨트 등의 패션 전반에 대한 제안을 겸하고 있는 것.

“저희와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들은 양복 뿐만 아니라 패션 전반에 걸쳐 저희와 끈끈하게 연결되고 있어요. 백화점에 구두를 사러 가셔서 사진을 찍어 보내시며 저희 샵에서 맞춘 양복과 어울리는지 문의하기도 하고, 또 악세사리를 사실때도 저희에게 질문을 하시기도 합니다.”(장원진)

두 형제는 인터뷰 내내 양복 이야기 보다 사람이야기에 더 시간을 할애했다. 그 속내에는 고객을 향한 형제의 남다른 철학이 스며있다.

“저희는 단 한번의 인연을 맺어도 진정성 있는 관계를 추구합니다. 단기적인 고객 유치보다 장기적으로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중시하죠. 저희가 직장생활 경험이 있어 현대 남성들의 고뇌를 알기 때문에 그들에게 친구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죠. 무한경쟁에 내몰린 남성들이 이 공간에서 만이라도 편하게 쉬면서 세상이야기를 나누며 힐링 했으면 해요.”(장원진)

“샵을 시작한지 불과 3개월 남짓 지났을 뿐인데 고객들이 저희를 아들처럼, 동생처럼, 친구처럼 여겨주세요. 한번 찾아주신 고객들은 별일이 없으셔도 지나다 들러셔서 차도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시고는 합니다. 저희들이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가치가 조금씩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장형진)

옷감이나 제작 방식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맞춤양복 가격은 기본 100만원에서 200만~300만원 대가 넘는다. 중장년층에서 젊은 층으로 맞춤 양복에 대한 선호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장원진·형진 형제는 고객만족도로 높은 문턱을 낮추고 있다.

“옷감이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하게 알아야 해요. 고객의 나이와 직업은 물론이고 성격이나 취향, 가족관계 등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꼭 맞는 디자인을 뽑을 수 있고, 그렇게 돼야 만족도도 높죠. 그 단계까지 가려면 먼저 인간적으로 친해져야 합니다. 단 한번을 방문해도 이 공간이 집처럼 편안하고, 저희들 역시 가족처럼 친근하게 느끼셔야 하죠.”(장형진)

특히 결혼이나 취업을 앞두고 양복을 맞추러 오는 청년들에게 애정을 더 쏟게 된다고 귀띔했다.

“내 인생의 첫 양복을 맞추러 오는 젊은 고객은 애정이 더 갈 수 밖에 없어요.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맞춤 양복의 품위와 편안함을 최대한 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장원진)

“첫출발, 결혼, 사업적인 성장 등 고객들의 인생의 구비마다 저희 양복을 입고 저희와 함께 성장해 가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객들과 양복을 매개로 삶의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장형진)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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