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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수탉 또한 자존심이다 - 갇혀있을지언정 울음을 그치랴

기사전송 2017-01-11, 21: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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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지금으로부터 거의 오십여 년 전인 1970년 3월의 일입니다.

새벽에 아스라이 들려오는 닭울음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 꼬끼오 꾸르르!

분명히 새벽을 알리는 수탉소리였습니다.

‘아니, 대구 한복판에서도 닭이 우는가? 우리 마당은 아닌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당에 나가보았습니다. 어제 분명히 네 시간 동안 덜컹거리는 버스에 실려 대구로 올라와 물려받은 친구의 자취방에 짐을 풀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 무렵 필자는 대구교육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홀로 대구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입학식을 마치고도 내내 그 수탉 울음소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쯤 고향집에도 수탉이 길게 울어대겠지.’

고향집 수탉은 높은 곳에 올라가 있기를 좋아하였습니다. 대개의 암탉들이 마당에서 모이를 찾는데 비해 수탉은 담장 위에 날아올라 두리번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이 나타날라치면 꾸욱꾸욱 마당으로 신호를 보내곤 하였습니다. 그러면 마당의 닭들이 땅을 긁어 모이 찾는 것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어 멀뚱멀뚱 살피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가 하교하여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사립문 복바위 밑에 웅크리고 있던 복실이가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것도 수탉의 신호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수탉은 담 위에서 이웃집 닭들의 동향까지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웃집 수탉이 우리 집 암탉을 노릴 기미가 보이면 쏜살같이 뛰어내려 돌진하였습니다. 이웃집 수탉은 우리 집 수탉의 기세에 눌려 뒷걸음질 치다 못해 꽁지가 빠지게 돌아서서 자기 집으로 도망치곤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 집 수탉은 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가 굵은 먹이를 찾기도 하였습니다. 앞 논에서 굵은 지렁이가 기어 나오거나 개구리가 길가로 뛰어 오르면 슬쩍 뛰어내려 꼼짝 못하게 발톱으로 짓누른 다음 쪼아 먹곤 하였습니다.

어쩌다 암탉들과 함께 마당에 어울릴 때에도 구차하게 잔 모이를 쪼아 먹지 않았습니다. 모이를 한 주먹 움켜 마당에 뿌려 주어보면 암탉들은 한 알이라도 더 먹으려고 정신없이 쪼아댑니다. 그런데 수탉은 가장자리에 떨어진 몇 알만 주워 먹고는 그저 암탉무리에 누가 접근하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곤 하였습니다.

이윽고 주인이 뿌려준 모이를 다 주워 먹고 나면 다시 자연 상태에서 모이를 구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수탉은 매우 음전합니다, 암탉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빠르게 땅을 긁어대어도 수탉은 여유만만 천천히 깊게 긁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큰 지렁이가 나타나면 쿡 쪼아 먹지만 웬만한 크기의 먹이는 그냥 놓아둡니다. 암컷들에게 양보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탉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데 결코 그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항상 자신의 몸을 높은 곳에 두어 모든 것을 내려다보려고 애썼습니다. 서둘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나서야 할 때에는 전광석화같이 재빨랐습니다.

대구에서 분주하던 신입생 시절도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문제의 새벽 닭울음소리의 주인공을 찾게 되었습니다. 영선시장 가의 시멘트블록 집 담 안에 닭장 하나가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려 하자 사과궤짝에 얼기설기 철사로 얽어맨 닭장 안에서 그 수탉이 꾹꾹거렸습니다. 그 수탉은 초라한 몰골로 갇혀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눈매는 날카로웠고 울음소리 또한 내어야 할 순간에 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수탉이 아침마다 쉰 목소리였지만 힘주어 울어대었던 것은 비록 갇혀있기는 해도 자신이 수탉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정유년 닭의 해를 맞으며 이 땅의 수많은 수탉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부디 올해에는 갇혀있지 말게 하소서. 마땅한 자리에서 크게 울부짖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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