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 열어도 날마다 ‘허탕’…자영업 “생존 절벽” 비명
가게 문 열어도 날마다 ‘허탕’…자영업 “생존 절벽” 비명
  • 김무진
  • 승인 2017.02.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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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서민경제
전통시장 찾는 발길 줄고
찾은 손님도 지갑 열기 ‘머뭇’
상인들 “하루하루 죽을 맛”
할인행사 상품만 불티
편의점에도 불황 그늘
유흥가 주변도 마찬가지
신평리시장
텅 빈 시장 골목 19일 오후 6시 50분께 대구 서구 신평리시장. 시장 내 많은 점포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영업 중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서민경제가 파탄 직전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다 국정공백 장기화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반면, 생산자물가는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을 비롯홰 편의점 등 서민들이 주로 찾는 골목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민들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서민경제의 ‘바로미터’인 전통시장 손님·매출 동반 감소

장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통시장이 매출 감소로 빈사상태로 치닫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찬거리 등을 구입하던 전통시장까지 발길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후 6시께 대구 달서구 서남신시장. 주부들이 한창 장을 볼 시간이었지만 시장 입구를 제외하고는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을 보기 어려웠다. 한산한 시장 분위기에 한 생선 가게 주인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손님을 기다렸고, 잡화점 주인은 찾는 손님이 없어 가게 물건을 정리하거나 물건 위 먼지를 털며 시간을 보냈다.

두부 가게에 들른 30대 주부는 두부를 이리저리 살피다 결국 두부 한모만 구입했다. 두부 가게 주인은 “보통 손님들이 오면 두부를 보통 세모 정도 사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한모만 구입하거나 수입 두부를 구입하는 손님들이 늘었다”며 “단골도 줄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좌판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김 모(여·71)씨는 “오늘도 허탕을 쳤다.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실제 야채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손님은 물론 매출이 20~30% 이상 줄었다”며 “손님들의 얇은 주머니 사정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전통시장의 상황도 비슷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50분께 서구 신평리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입구부터 썰렁했다.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손님이 없는 탓에 일찍 문을 닫은 가게들도 많았다.

한 채소 가게 주인은 “최근 손님이 별로 없어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고 단골이라도 계속 붙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래도 장사가 너무 안 돼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육점 주인 박재빈(37)씨는 “최근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한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소고기 대신 대부분 돼지고기를 사가는 등 도무지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나홀로 성장’하던 편의점조차 어려움 겪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던 편의점도 경기불황의 여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어려운 경제와 사회 분위기 탓에 일부 편의점은 담배와 소주, 도시락 판매 등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오후 9시께 대구 달서구 두류동 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 근처 한 편의점. 이곳에는 담배를 사러 온 남성 1명만 눈에 띄었고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0여분 후 한 20대 남성이 들어와 할인 행사 품목에 포함된 커피와 음료수 4개를 구입했다. 이어 한 10대 여성 손님이 ‘1+1’(원 플러스 원) 초코우유를 구입하려다 업주로부터 “지난주 행사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 구입을 포기했다. 30여분 동안 모두 4명의 손님만 들렀다.

편의점 업주는 “최근 들어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며 “오는 손님도 대부분 담배와 소주, 도시락, 김밥, 행사 상품 위주로 구입하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찾은 수성구 두산동 들안길 먹거리타운 시작 지점 인근 편의점 역시 간간히 담배를 구입하려는 남성 손님들만 눈에 띄었다. 10여분 후 들어온 한 20대 여성은 진열대에 놓인 샌드위치를 고르며 점주에게 “샌드위치를 사면 음료수 할인해주는 거 맞죠?”라고 물은 뒤 “네”라는 답변을 듣자 그제서야 계산했다.

5년여간 편의점을 운영했다는 점주는 “이곳은 주택가와 유흥가가 함께 있어 평소 담배나 야식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많이 감소했다”며 “담배와 행사 상품이 아니면 운영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골 손님 장사의 대명사 미용실과 이발소도 직격탄

미용실과 이발소는 단골 손님들이 주로 찾는 업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이마저도 발길을 끊는 등 소비절벽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단골 손님이 없었더라면 진작 장사 망했어요.” 19일 오후 6시 20분께 대구 서구 중리동 중평시장 인근 한 미용실. 손님이 없는 텅 빈 미용실에서는 업주 홀로 TV만 바라봤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놨지만 주인의 표정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업주는 거울을 닦거나 가위 등을 정리한 뒤 평소 보다 빨리 가게 문을 닫았다.

미용실 원장 천 모(여·50)씨는 “예전엔 머리카락이 조금만 길어도 커트를 하러 왔으나 최근에는 두 달 이상 지나야 머리카락을 자르러 온다”며 “그나마 단골 손님들 때문에 겨우 버티지만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이곳 인근 4곳의 미용실도 대부분 가게는 텅 비어 있었고, 업주들은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같은 날 오후 7시 50분쯤 찾은 수성구 황금동 범어성당 인근의 한 고급 미용실 역시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고 이곳 업주 역시이른 퇴근을 준비했다. 이 미용실 원장은 “평소 하루 평균 25명 가량 손님들이 찾았는데 몇 달 전부터 일 평균 10명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며 “단골 손님들의 발길도 많이 끊어진 것은 물론 신규 손님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일 낮 2시께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인근 한 이발소. 40년 가까운 시간의 영업을 통해 많은 단골 고객을 확보한 곳임에도 불구,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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