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쳐지는 선·격자무늬로 그려낸 인간의 파장
겹쳐지는 선·격자무늬로 그려낸 인간의 파장
  • 황인옥
  • 승인 2017.03.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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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우석 개인전
내달 2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이우석작품
이우석 작 ‘I am that I am’
이목구비를 생략하지만 얼굴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우석의 그림은 굳이 분류하자면 초상화다. 하지만 이목구비 없는 얼굴을 타원형의 겹쳐지는 회오리 선들로 휘감아 돌고 그 선과 선 사이를 무지갯빛 격자무늬를 깨알처럼 박았다는 점에서 다분히 추상적이다.

그는 “이 두 상징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겹쳐지는 선은 지문을, 일곱 빛깔 격자무늬는 파장을 의미해요. 모두가 개인이 가지는 고유한 성질들이지요. 지문은 눈에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빛이나 소리, 파도 등의 파장은 빛의 프리즘을 통과시키면 드러나죠. 사람의 파장도 지문처럼 고유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지문이나 파장을 통해 고유 정체성을 정제해 내고 영원성을 덧입히는데는 가슴시린 사연이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그로인한 상실감, 그리고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의식적 행위였던 것.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주민등록증을 보게 됐고, 지문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머니가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때마다 거기에 지문과 파장이 남겨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어머니를 만난 듯 기뻤어요. 어머니가 영원히 제 곁에 살아 계신 것 같았죠.”

이우석은 구도자적 기질의 소유자다. 일찍부터 전생과 윤회, 그리고 영원에 대한 개념을 파고들었다.

여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경험이 작용했다. 바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트마우마. 날카로운 것이나 피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이었다.

그는 “원인을 알 수 없어 최면을 해 봤다. 그랬더니 가까운 사람에게 날카로운 것에 찔려죽는 전생이 나왔다”며 “이때부터 전생을 모티브로 한 낙서화를 그렸다. 이후 얼굴 형상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좀 더 깊이 영혼과 우주에 대해 탐구했다”고 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전시에 걸린 작품들은 보다 풍성하다. 재료와 기법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 카세트테이프 필름을 오브제로 활용하기도 하고, 물감을 두텁게 발라 질감을 주기도 한다. 부식의 효과를 낸 바탕 위에 청동 물감을 덧칠해 시간성을 담아내는가 하면 얼굴 속을 장미로 채우기도 한다.

“내 안에는 다양한 내가 있지 않습니까? 어느 것이 진짜 나일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방식과 재료를 다변화해서 이러한 내 안의 다양한 내면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영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윤회나 우주 등의 보다 확장된 세계관으로 탐구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이우석.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전체성이다. 개별성이 전체성으로 확장되는 것.

이번 전시 작품이 유독 여러 조각으로 나눠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블록 형식이 많은 것도 이러한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은유와 관계된다.

“우리는 빅뱅을 통해 분리됐지만 하나의 점에서 분리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비록 개별성의 존재지만 결국은 전체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죠. 그렇게 접근하면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갈등고리에서 벗어나 서로 의지하고 돕는 공동체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이우석은 영남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2013년에는 프랑스 파리 89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가지고 간 작품 27점을 모두 판매한 이후, 2016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올해 10월에도 89갤러리 전시가 예정돼 있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전시는 4월 2일까지 열린다. 053-668-1580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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