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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편견 내려놓아라’…고된 길 끝에서 가르침을 얻다

기사전송 2017-05-11, 21: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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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지의 인도여행기-(10) 쌉싸래한 추억으로 남은 ‘다르질링’
해발 2,248m 위치…이동에만 한나절
원산지에서 티타임 막연한 환상 품고
처음 맛 본 다르질링 예상과 달라 당황
망명 티베탄들 거주 난민센터 방문
생각지 못한 평범하고 담담한 풍경
'주제넘은 측은지심' 반성하기도
다르질링의 녹색차밭
①다르질링의 녹색 차밭.
다즈질링 광장1
②다즈질링 광장에서 여인들이 군옥수수를 팔고 있다.
티베트 난민센터
③티베트 난민센터 내 카페트를 만드는 사람들.
레몬티를 마시며
④쿤가 레스토랑에서 레몬티를 마시며 보낸 오후.

다즈질링의 안개낀 새벽 풍경
다즈질링의 안개낀 새벽 풍경.

북인도의 찜통더위에 지쳐갈 때쯤 들렀던 도시. 바로 해발 2,248m에 위치한 다르질링(Darjiling)이다. 다르질링은 북인도 시킴 지방의 남쪽, 히말라야 산 속에 있는 도시로 한여름 평균기온이 고작 16℃ 안팎인 연중 쌀쌀한 날씨를 자랑한다. 인도 다르질링은 이미 중국의 기문, 스리랑카의 우바와 함께 ‘세계 3대 홍차 산지’로 유명한데, 그 대단한 명성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티(tea) 마니아’들이 연중 내내 몰려들어 초우라스타 광장엔 늘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완벽해 보이는 이 다르질링도 여행객 입장에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안고 있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위치’.

다르질링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차나 관광버스로는 진입이 불가능하며 심지어 인근 지역인 ‘뉴 잘패구리’나 ‘실리구리’등을 거쳐 한참을 차를 타고 올라와야 할 정도로 그 여정이 매우 고되고 복잡하다.

비행기나 지프차 대기 시간까지 합쳐 이동하는 데만 꼬박 한나절을 투자해야 하는 여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르질링에 가겠다는 일행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멀기도 멀고, 추운 날씨 탓에 두꺼운 옷이 마땅찮아서라도 다들 일정에서 다르질링을 제외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허나, 만만찮은 교통비와 살인적인 추위를 끌어안고서라도 나는 다르질링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다르질링에서 다르질링 티 마시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차 맛은 쥐뿔도 모르나, 꼭 한번은 다르질링 고 안개 낀 차 밭에 앉아 홀짝홀짝 홍차를 마셔 보고 싶었다. 유럽 황실을 연상케 하는 멋진 레스토랑도 없을 테고,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그럴싸한 분위기도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단 걸 알지만, 그냥 왠지 다르질링 땅은 꼭 한번 밝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다르질링에서 처음 ‘차 마시기’에 도전했던 날,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즐링 티의 떫은맛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뭐지? 왜 이렇게 쓴 거야? 다르질링 티는 달콤한 거 아니었나?’

정말이지 잠이 확 달아날 만큼의 떫은맛이었다. 그 놀라움은 머지않아 실망감으로 변했고, 곧이어 ‘내가 이런 걸 마시려고 그 개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나!’하는 후회로까지 번졌다.

허나 다르질링 티에 대한 이런 오해는 그리 오래지 않아 풀렸다.

바로 홍차의 종류는 매우 무궁무진하며, 똑같은 시기에 딴 찻잎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했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고로 첫잔에 실패했다고 ‘다르질링 티는 맛없다’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말씀.

홍차는 발효된 찻잎을 통째로 우려마실 수도 있고, 우유나 설탕 등을 첨가해 마실 수도 있는데 이는 개인의 취향이나 찻잎의 단계에 따라 또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처음 도전했던 다즐링 티는 우유가 첨가되지 않은 스트레이스(Straigh) 티였는데, 스트레이트보다 비교적 조금 더 담백한 밀크티를 먼저 접해보았더라면 다즐링 티에 대한 첫 인상을 조금 더 달콤하게 기억하지 않았을까 한다.

평소 차 문화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여행자라면, 조금 시간을 두고 다양한 종류의 차에 도전해보며 본인 입맛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찾아보도록 하자.

다양한 차에 도전해보는 것 이외에도 나는 차밭 거닐기, 재래시장 구경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하루를 바쁘게 보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바로 ‘티베탄 난민센터’를 방문했던 일이다.

다르질링에 있는 티베탄 난민센터에는 인도로 망명해온 티베탄들이 마을을 이루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이 센터 내에서 옷가지, 털실 등의 수공예품을 직접 생산해내며 이것을 판매한 수익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사실 내가 이곳을 방문했던 목적 역시 여기에 있다. 날이 워낙 추워 두꺼운 옷이 좀 더 필요했던 중, 기왕 옷을 구입할거면 난민 센터로 가 조금이라도 수익금을 올려주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난민 센터를 찾아갈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들을 어느 정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았었다. 이미 이름에서부터 ‘난민’이라는 단어가 들어 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이 생겨났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센터에서 만난 어린 아이들은 내가 가졌던 측은지심이 민망할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낡아 빠진 옷을 입고, 바람이 빠져 물렁물렁해진 농구공을 가지고 놀면서도 그 아이들의 표정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밝았고, 이따금씩 눈이 마주칠 때면 쪼르르 달려와 귀엽게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건물 내에서 실을 꼽고 수공예품을 만드는 어른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손끝이 쩍쩍 갈라지고, 건물 내부에 쌀쌀한 산바람이 들이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상한번 쓰지 않고 본인의 업무에 집중했다.

그중 누군가는 본인이 만든 실 뭉치를 보여주며 자랑스레 웃어 보이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내 목에 걸린 카메라를 가리키며 ‘나 좀 찍어줘!’ 하며 장난을 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애초에 그들을 불쌍히 여길 권리 따윈 나에게 없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그들은 본인들의 삶을 아주 잘 살아가고 있었고, 비록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을지언정 그들 모두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며 그렇게 성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내가 가졌던 측은지심이 ‘주제넘은 감정’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나는 서둘러 난민 센터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를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미 상대를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 자체가 큰 무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다르질링 티베탄 난민 센터가 내게 가르쳐준 아주 묵직한 교훈이다.

산 중턱에 위치한 도시다보니 매일 같이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했다. 라면이나 김치찌개 같은 한식은 언감생심이고, 그저 제대로 된 땜뚝이나 한 그릇 했으면 좋겠다 싶은 와중, 지프 승차장 근처에서 아주 보석 같은 가게를 하나 발견했다.

가게 이름은 ‘쿤가 레스토랑(Kunga restaurant)’. 길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추천으로 들렀는데 상상 이상으로 음식 맛이나 분위기가 놀라울 만큼 훌륭했다. 해가진 후의 다르질링은 우리나라의 한 겨울 만큼이나 추울 때가 있는데 그리 손발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들이키는 국물 한모금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온몸을 녹이는 뜨끈한 국물과 바삭하게 튀긴 치킨 모모 한입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다르질링의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더 여행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향긋한 차 한 잔과, 티베탄 난민 센터에서의 예상치 못한 깨달음과, 추운 날씨와 딱 어울리는 따끈한 음식이 있었던 곳. 그렇게 다르질링은 어느 여행자의 눈과, 머리와,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었다.

여행칼럼니스트 jsmoon0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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