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적 사고…예술인 무시한 황당 요구 일쑤
관료적 사고…예술인 무시한 황당 요구 일쑤
  • 김종현
  • 승인 2017.06.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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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허상>-(1) 문화예술기관의 몰이해
“창작곡 대신 커버곡 연주하라”
창작가요제 취지 벗어난 주문
경연대회 수상팀에 세금 미끼
소액 출연료 다른 행사 강요도
권영진 시장은 취임이후 대구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오페라, 뮤지컬을 집중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고급예술에 대한 수요와 공연은 늘어났지만 생활예술이나 문학 등 다른 예술분야는 전문성이 없는 일방통행식 관료행정을 펼쳐 예술인들의 원성이 높다. 젊은 예술인들이 떠나가는 대구 예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편집자주)

지난해 7월 대구음악창작소가 문을 열었다. 대구시와 남구청이 공동 컨소시엄으로 응모해 사업을 따낸 음악창작소는 지역 뮤지션들의 음반제작 등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대구음악창작소는 개소를 기념해 ‘D 루키스’ 창작가요제를 지난해 12월 개최했다. 10월부터 전국 각 대학 실용음악과와 학원에 대회홍보를 했다. 하지만 정작 지역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는 페이스북 포스터 한장이 전부였다. 지역 한 음악가는 “보통 서울 부산 등지에서 이런 대회를 하면 해당지역 문화재단이나 주최측 담당자들이 직접 전화를 하며 참석을 부탁한다. 대구에서 열리는 행사인데도 대구음악창작소는 지역 뮤지션들에게 연락이 없었다. 포스터를 보고 제가 후배들에게 연락을 해 적극 참여하라고 권했다”고 불평했다.

어쨌든 전국 80여개 팀이 참가해 대회가 열렸고 대상은 대구팀이 차지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당초 대구음악창작소는 개소기념 콘서트를 마련하면서 수상팀 등 지역 3개팀을 불렀는데 창작음악 대신 커버곡(카피곡)을 노래해 줄것을 요구했다. ‘사람들이 창작곡은 안좋아 한다’는 게 이유였다. 3개팀 중 1개 팀은 요구를 거절해 자신들의 창작곡을 연주했다. 대구의 음악 창작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창작곡 대신 기존 곡을 편곡한 커버곡 연주를 주문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문에 참가팀은 1주일만에 자신들의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를 갑자기 준비해 공연해야 했다. 음악창작소 관계자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창작곡이 인기가 없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발뺌했다.

80개 팀에 대한 1차 영상심사를 거친뒤 음악창작소 지하에서 관객도 없이 자체 심사를 거쳐 입상팀을 결정한 것도 지역 음악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역 음악계에서는 “다른 지역은 상금 500만 원인 이런 대회의 본선은 지역 방송이 녹화방송해 지역 문화를 홍보하는 기회로 삼고 뮤지션들에게도 자신을 알리는 장을 마련해 준다”며 “창작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행사 치르기에 급급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은 대구문화재단도 마찬가지다. 대구문화재단은 경연대회 수상팀에게 상금에서 공제하는 세금을 미끼로 다른 행사 출연을 강요해 음악인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대구 인디 음악인을 상대로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공연을 마친 뒤 재단 측은 수상팀 모두에게 며칠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다른 행사 출연을 강요했다. 재단은 “행사에 출연하면 상금에서 세금을 떼지 않고, 출연하지 않으면 세금을 떼고 지급한다”고 했다가 말썽이 일자 취소했다.지역 뮤지션가운데 알려진 팀들은 출연료로 최소 70만원에서 200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대구문화재단은 최근 이들에게 출연료 15만원을 줄테니 칼러풀 페스티벌 축제나 문화거리 축제에 나올 것인지 묻는 문자를 보냈다. 한 뮤지션은 “대구문화재단이나 대구음악창작소 관계자들이 대구를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말하려면 대구음악인에 대한 이해부터 높이라”고 힐난했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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