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의 기본원리서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아라”
“추출의 기본원리서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아라”
  • 황인옥
  • 승인 2017.07.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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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19)커피 맛이 왜 이러지?
1번 영역, 커피입자 양 적어 TDS 낮아
이상적인 커피보다 희석 돼 약한 맛
5번, 가장 이상적인 맛의 조건 갖춰
추출시간 길어져 쓴맛 성분이 나와
커피추출장면
커피추출 장면

커피를 마시는 독자들 중에,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 맛이 왜 이러지?” 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커피쟁이가 돼 커피를 만들면서, 나름대로 맛있는 커피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서있다. 전문가의 입에도, 비전문가의 입에도, 거칠고 쓴 불편한 느낌이 없어야 하고, 마시고 난 후에도 커피의 향미가 후두부에까지 감도는, 여운이 살아있는 커피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런 느낌에 독자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독자들도 커피를 마시고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면, 분명히 맛있는 커피를 마신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누구나 동의 할 수 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과학적 이론에 기반을 둔 추출메커니즘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야 추출의 기본원리위에서 내가 원하는 커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커피의 맛과 향기의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러다가, 십 수 년 전에 커피추출 세계에서 바이블 같은 어니스트 E. 록하트 박사의 커피추출관리차트(Coffee Brewing Control chart·그림 1)를 만나게 됐다. 이 보석 같은 커피추출관리차트가 만들어진 배경과 내용은 전(前) 주에 이미 기술(記述)했다. 오늘은 이 차트를 이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관리차트의 9개영역의 프로파일(Profiles)이 의미하는 추출커피의 특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마도 독자들이 이글을 읽고나면, 미흡하겠지만 시중에 판매하는 커피의 맛을 나름대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맛이 없다면 맛이 없는 이유를, 맛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이유를, 쓰다면 쓴 이유를, 진하다면 진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다양한 추출 프로파일(Profiles) 이해하기

△Weak(약한 커피)= 1번의 영역으로, 커피 1리터에 분쇄커피 45g±10g을 사용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속에 녹아있는 분쇄된 커피입자의 양이 적어서 TDS가 낮다. 추출수율(收率)이 18~22%의 범위에 있다는 것은 정해진 추출기준을 지킨 것인데, 이렇게 1리터를 추출하고 나면 22%의 추출수율(收率) 범위를 초과하기 때문에 추출수율(收率)의 범위까지만 정상적으로 추출하고 추출을 끝냈다. 그리고 부족한 나머지는 뜨거운 물을 부어 1리터를 맞춘 것이다. 결국, 정 중앙의 영역에 있는 이상적인 커피(IDEAL)라고 생각한 커피보다 희석되어 약한 맛의 커피가 만들어진다.

△Weak Underdeveloped(낮은 수율의 약한 커피)= 2번의 영역으로, 커피 1리터에 55g±10g의 분쇄커피를 사용해서 이상적인 커피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졌으나, 분쇄된 커피입자가 적게 녹아서 TDS %가 낮고, 추출수율(收率)도 14~18%로 낮아서 커피의 맛이 약하게 느껴지는 커피다. 이 커피는 연한 커피를 선호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인데, 커피를 추출하다말고 뜨거운 물을 부어 1리터를 맞춘 희석된 커피다.

△Weak Bitter(쓰고 약한 커피)= 3번의 영역으로, 1리터의 커피에 분쇄커피 40g 이하를 사용한 것으로 추출수율(收率)이 22~26%로 높아 보이지만, 낮은 TDS 값을 가진 매우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커피다. 이 영역에 해당되는 커피는 추출방법에 문제가 있는데, 추출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만들 수 없는 커피다. 분쇄커피의 수용(水溶) 가능한 성분이 28% 정도 되는데, 분쇄커피 40g의 수용(水溶) 가능성분이 거의 추출되면서 쓰고 거친 성분까지 녹아나왔다.

결국 1리터의 커피의 양을 추출하기 위해 과(過) 추출이 이루어진 것인데, 총 용존 고형물을 나타내는 TDS 값이 0.8~1.15%로 매우 낮다는 것은 쓰고 거친 맛을 희석하기 위해 일정량의 커피를 추출하고 1리터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뜨거운 물을 탄 것이다.

이 방법은 산패되고 오래된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시간이 많이 경과된 원두와 산패된 커피의 특징인 쓴맛과 불쾌한 느낌을 줄이고 희석시키기 위해 커피를 조금 넣고 쓴맛을 물로 희석시킨 나쁜 커피다. “난, 블랙커피를 연하게 마시는 것을 좋아 해!”하면서 몇 개월 지난 원두커피가루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자연스럽게 자동드립머신에 커피가루를 넣고 스위치를 올리는 광경을 상상해보면 된다.

커피-3

△Bitter(쓴 커피)= 4번의 영역으로, 커피 1리터 추출에 45~50g의 분쇄커피를 사용한 커피로, 이상적인 커피 맛을 내기위한 커피보다 양이 부족한데, 총 용존 고형물인 TDS 값은 1.15~1.35%로 적정한 범위에 놓여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인데, 추출수율(收率)이 22~26%로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적은 양의 분쇄커피로 1리터의 커피를 추출해야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추출을 해서 거칠고 쓴 맛의 성분까지 녹아 나쁜 커피다.

△Strong Bitter(강하게 쓴 커피)= 5번의 영역으로, 커피 1리터에 55g의 분쇄커피를 사용한 가장 이상적인 맛의 커피가 추출될 수 있는 조건이지만, 추출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추출수율(收率)이 22~26%로 높아지고, TDS 값도 1.35~1.6%로 과(過) 추출된 커피다. 추출시간이 길어져서 쓴맛성분이 많이 녹아나온 잘못 추출된 커피다.

△Strong (강한 커피)= 6번의 영역으로, 커피 1리터에 60~70g의 분쇄커피를 사용함으로서, 상대적으로 물에 많은 커피입자가 녹아서 강력한 맛의 커피가 만들어졌다. TDS는 1.35~1.6%로 높지만, 추출수율(收率)은 18~22%로 표준이다. 이 커피는 쓰고 거친 맛이 없는 진한 커피로,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커피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커피다.

△Strong Underdeveloped(낮은 수율의 강한 커피)= 7번의 영역으로, 커피 1리터에 75~80g의 분쇄커피를 사용해서 강한 커피라고 말할 수 있지만, 14~18%의 낮은 추출수율(收率)로 커피 맛을 풍성하게 할 향미성분의 커피입자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사용된 커피에 비해 강렬한 느낌의 커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커피는 많은 양의 분쇄된 커피를 사용하지만, 추출시간이 짧아 커피의 성분이 충분히 추출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추출 시 처음 녹아나오는 소량의 성분만 추출하고 멈춘 뒤, 나머지는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하는 변칙적인 추출방법인데, 이 방법에는 추출자의 의도가 있다. 이런 커피는 의외로 시중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업체들이 부족한 로스팅 기술로 다양한 커피의 향미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와 보관기간이 길어서 산패된 커피를 소비해야할 때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마치, 향수의 톱 노트(Top Note)만을 즐기는 것처럼, 추출초기의 향미만을 받아내고, 나머지 거칠고 쓴 부분은 버리는 수법이다. 이런 커피는 커피다운 커피의 다양한 맛과 향미가 없고 바다감이 부족한 단순한 느낌의 커피가 된다. 그나마 사용된 커피의 양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한느낌은 간직하고 있다. 지금 이글을 읽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런 잘못된 커피를 사 마시고 있을 것이다. 아마 독자들이 생각하는 숫자보다 많다면, 믿을까?

△Underdeveloped(낮은 수율의 커피)= 8번의 영역으로, 커피 1리터에 60~70g의 분쇄커피를 사용해서 추출했지만 14~18%의 낮은 추출수율(收率)로 커피의 성분이 부족한 커피다. 부족한 추출시간이 그 원인인데, 이 커피에도 커피추출자의 의도가 숨어있다. 추출시간을 짧게 해서 추출초기의 향미만 받아내고, 부족한 부분은 뜨거운 물을 부어 1리터의 커피의 양을 만들어 낸 커피인데, 이 커피에는 다양한 향미가 부족해서 단순하고 밋밋한 느낌뿐이다. 커피 로스팅 기술이 부족하거나 커피추출 기술이 안 되는 커피업소에서 진한 커피를 싫어하는 나이든 고객을 상대로 판매하는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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