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에 깃든 때묻지 않은 자연
얼룩말에 깃든 때묻지 않은 자연
  • 김성미
  • 승인 2017.08.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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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전, 26일까지 황나현展
“인간은 자연의 일부에 불과”
얼룩말·정물화 20여점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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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에 자연을 은유했다는 황나현 초대전이 갤러리전에서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갤러리전 제공

나뭇가지 사이로 무리지은 얼룩말이 언뜻언뜻 보인다. 정면을 향해 도열해 있는 얼룩말 무리 앞에 잎이 무성한 열대식물 군락지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손을 내밀어 무성한 잎사귀를 헤치고 숲으로 들어가 얼룩말을 쓰다듬고 싶어진다. 그만큼 그림에서 현실감이 몽실거렸다.

“500호 이상의 대작이기도 하고, 워낙 세밀하게 표현해서 현실감 있게 다가올 수 있다.”

길들이기는 힘들지만 친근한 동물인 얼룩말을 초현실적으로 즐기는 전시가 마련됐다. 얼룩말 작가 황나현 초대전이 갤러리전에서 열리고 있는 것. 전시에는 얼룩말이 주제인 작품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정물화 20여점이 걸렸다.

얼룩말은 2007년부터 화폭에 등장했다. 대학 재학 시기 인간의 욕망으로 피폐해진 자연을 그리며 자연의 소중함을 주제로하다 대학원 때부터 패턴의 변화를 모색하다 만난 대상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표현하는 메시지는 동일하게 가면서 아프고 고통받는 자연이 아닌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인간의 손이 타지 않는 야생동물이었다.”

야생동물은 인간이 범접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상징한다. 얼룩말은 그 중에서도 선한 눈빛에 매료되어 선택됐다. 여기에 색채도 한몫했다. 흰색 피부에 새겨진 검은 줄무늬가 자연의 핵심요소를 함축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검은색은 세상의 모든 색의 혼합이며, 흰색은 모든 빛의 혼합이다. 이 두 색이야말로 자연의 핵심인데, 얼룩말의 피부는 그 두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침 없는 얼룩말의 조화로움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자연이 곧 얼룩말이고, 얼룩말이 곧 자연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의 자연을 갈망한다는 주제에서만 놓고 보면 인간은 기피대상이다. 자연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할 대상에 인간보다 더 큰 역할을 한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황나현은 자연파괴의 주범인 탐욕적인 인간을 원시림 숲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순수한 원시인으로 순화해냈다. 인간을 개미처럼 작게 표현하면서도 쾌활한 몸짓으로 그려냈다.

그녀가 “개미처럼 작은 인간은 커다란 자연 속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인간을 자연의 구성요소 중 일부로 제한한 이유를 설명했다.

“자연은 무한히 맑고 선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인간은 그 속의 일부,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조화롭게 소통하고 행복을 느끼는 대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황나현은 동양화 전공자다. 얼룩말과 원시림 그리고 인간이 한 화폭에서 조화롭고 평화로운 숲 풍경은 내용만 다르지 사실은 전통 산수화와 다르지 않다. 화려한 색채로 서양적인 구도 등의 표현법에서 현대적으로 각색했지만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관념산수화의 정신은 오롯이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전통산수화가 가장 기본으로 생각한 산과 물을 얼룩말에 대입하면서 자연 전체를 은유했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우주의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것과 같다. 얼룩말이 행복한 상상의 공간은 행복의 희망이 구현된 관념의 세계다.”

화려한 색채와 서양적인 구도로 동양산수화의 환골탈태를 선언하지만 동양화의 백미인 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은 작가가 원하든 원치 않든 여전히 산수화라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 나뭇잎에 빼곡히 짜여진 잎맥을 옮겨오기는 했지만 동양화 특유의 선의 재현인것도 맞다. 여전히 동양산수화의 맥은 가져간다.”

정물화 신작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053-791-213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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