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되 호방하다…김지영 화가의 작품세계
섬세하되 호방하다…김지영 화가의 작품세계
  • 황인옥
  • 승인 2017.09.1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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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로 익힌 감각·웅변으로 익힌 힘
종교·전통 소재로 한 그림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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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서예 퍼포먼스 장면.

미국의 인문교육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언급했다. 풀검은 이 제목으로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서예· 문인화 작가 김지영(새암) 역시‘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초등학교에서 배웠다’며 비슷한 고백을 했다. 초등학교 시기 배운 서예와 웅변이 삶이 길잡이가 됐다는 설명이다.

“초등학교 때 서예와 웅변을 동시에 배울 수 있었어요. 5,6학년 중에서 몇 명의 학생만 교장선생님이 직접 가르쳐 주시는 서예반에 추천했는데, 저희 담임 선생님이 저를 추천하셨죠.

당시 그녀가 다녔던 달성군 옥포면 금포초등학교에서 서예반은 교장이 직접 가르쳤다. 서예반 학생들은 교장실에서 서예를 배우는 특권을 누렸던 것. 웅변 역시 당시 초등학교에서 해마다 열리는 반공웅변대회에 담임 교사의 추천으로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서예와 웅변 중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웅변이었다. 서예도 곧잘 했지만 초등학교 시기부터 학교를 대표하는 웅변연사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서예는 계속해서 혼자 해 왔지만, 웅변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대구시 대표 웅변연사’가 되어 다양한 웅변대회에 나가서 큰상들을 타며 활동했어요. 20대 이전까지는 웅변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할까요?(웃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스피치 아카데미’에서 웅변스피치 강사로 활동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웅변이력은 화려했다. 제22회 대통령상배쟁탈 전국남녀 웅변대회에서 3등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제12회 전국남녀 반공웅변대회 1등 대구시교육감상 수상과 우승기획득, 제8회 전국남녀 불조심웅변대회 1등 내무부장관상 수상, 제13회 반공영웅 이승복추모 전국남녀 웅변대회 1등 문교부장관상등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웅변이 주춤하지만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웅변이 인기가 높았어요. 특히 저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과 언어구사력이 뛰어나 인기 있는 웅변가였고, 다양한 웅변대회에서 늘 상위권 수상자가 됐죠.”

다시 서예를 시작한 것은 서울에서 스피치 아카데미 강사로 한창 활동하던 때였다. 출퇴근길 지하철역에서 마주한 서예작품을 보며 가슴에 묻어두었던 서예에 대한 그리움이 봇물처럼 차올랐다.

“낮에는 웅변 스피치 강사로 활동하며 밤에는 서예공부를 했어요. 밤잠을 설쳐가며 서예에 매진했던 것 같아요.”

결혼 후 대구로 내려오면서 대학에도 진학하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이 시작됐다.대구예술대학교 미술학과 서예전공을 거쳐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을 하며 이론과 실기를 두루 섭렵했다.

전통 서예와 문인화로 시작했지만 그녀의 서(書)풍과 화(畵)풍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든다.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오방색과 부처, 탑 등의 전통소재로 녹여낸 화풍과 산과 강 등의 풍경을 순수한 수채화풍으로 녹여낸 작품, 그리고 과거 추억 속 풍속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등 다양하다.

“저는 섬세함과 호방함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 서예를 하면서 형성된 섬세함과 웅변을 하면서 생긴 호방한 기상이 제 작품에 오롯이 담기죠.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편안하고 순수한 작품과 광활한 우주삼라만상의 이치를 화폭에 녹여낸 작품들이 대표적이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작품들을 하고 싶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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