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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게 살아가는 길고양이 사회 일원으로 인정해줬으면”

기사전송 2017-09-19, 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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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삼성크리에이티브 캠퍼스 사진가 김하연 초대展
생존 위해 노력하는 고양이에게서
아버지 꿋꿋한 삶의 모습 겹쳐져
‘1019사진상’ 당선 계기 작업 본격화
11년째 매일 새벽마다 거리로
로드킬 등 안타까움 죽음 많이 목격
사진 통해 부정적 인식 개선 희망
길고양이 보호 목적 시민단체 조직
사회시스템 변화 위한 실질적 노력도
김하연
길고양이의 삶이 인간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김하연.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생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는 김하연의 길고양이 사진전 ‘너는 나다’전이 30일까지 대구삼성크리에이티브 캠퍼스에서 열리고 있다.
‘찰카기’ 김하연(47)이 2004년부터 소위 말하는 찍사의 길로 들어섰지만 처음부터 길고양이가 대상은 아니었다. 그저 블로그에 올릴 골목과 하늘,꽃을 찍는 여느 블로거의 사진 찍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담장 위에 쪼그리고 앉은 길고양이를 찍었는데 앵글에 담긴 눈빛이 가슴에 와 박혔다. 낯선 길고양이의 눈빛이 묘하게 아버지의 눈빛과 겹쳐졌다. 2005년의 일이다.

“길고양이는 생존을 위해 독립군처럼 살아간다.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세상 밖에서 길고양이처럼 독립군으로 살아오셨다. 그 둘의 눈빛에서 같은 감정의 외로움을 보았다. 그때부터 고양이도 또 하나의 피사체가 됐다.”

김하연의 현재 직업은 한겨레신문사 서울시 관악구 봉천지국 운영자다. 지국장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신문 배달을 했다. 길고양이 전문 사진가로 나선 계기는 2006년 최광호 작가가 주최한 ‘1019 사진상’에 당선되면서다.

이후 그는 한국의 길고양이만 11년째 찍고 있다. 매일 새벽 12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6시간 동안 서울 봉천동 일대에서 신문을 배달하며 사진도 찍고 길고양이 50여 마리의 밥도 준다. 지난 9년 동안 그가 사체를 수습한 길고양만도 600여 마리가 넘는다.

길고양이 사진 전문가는 말하자면 사명감이 준 또 하나의 직업 아닌 직업이다. 탈수로 쓰러져 가는 길고양이와 로드킬 당해 짖이겨져 바닥에 납작하게 눌린 길고양이, 화려한 도심의 이면에서 어두운 그림자로 생존을 위협 당하는 길고양이 등 도심의 가장 낮은 곳에서 독립군처럼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만나면서 눈물이 났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의 길고양이 사진들은 이미 도심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계속해서 이렇데 두어도 되느냐는 일종의 외침이었다.

“길고양이를 친 운전자는 생명체인 길고양이를 물건과 동일시로 취급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 한번 세우지 않고 지나친다. 그것이 과연 생명체가 또 다른 생명에게 할 수 있는 온당한 처사인지 묻고 싶었다. 그러면서 길고양이의 불편한 진실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어졌다.”

그가 찍은 길고양이들은 죽어서 만났든, 살아서 만났든 모두 그의 마음이 닿은 아이들이다. 눈물이 나지만 외면하지 않고 가던 길을 멈추고 수습하고 밥을 준 길고양이들이다. 그의 사진이 충분한 공감대 속에서 탄생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공감대를 만들기까지 단순하게 길고양이를 돕는 행위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고양이의 생태적 습성, 사회적 위치, 생존을 위협하는 열악한 환경 등에 대해 전문가 못지않게 파고들었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알릴 수 있어서였다.

“예쁜 고양이를 찍어 호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 아이들에 대해 공부했다. 처음에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려다보면서 찍다가 누워서 길고양이의 눈높이로 찍기 시작한 것도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스스로를 종군기자에 비유했다. 종군기자의 역할은 전쟁의 참상을 알려 전쟁을 막자는데 있다. 그가 길고양이를 찍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태도를 바꾸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그들을 위협하는 우리안의 제도나 법의 정비에까지 지향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이면도로 제한속도가 40㎞였는데 2012년에 30㎞로 낮춰졌다. 우리나라 전체교통사고의 40%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는데 그것을 개선해보려고 바꾼 것이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길고양이와 어린아이 그리고 노인들이 사고를 당하고 있다. 이면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길고양이 사진은 제발 30㎞ 이하로 속도를 낮춰달라는 호소와도 같다.”

그가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길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나라라고 했다. 길고양이 밥조차 주지 못하게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나 독일, 대만이나 일본 등의 국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가 출연하기도 한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 길고양이의 삶을 비교한 영화다. 영화 홍보 문구에서 이 삼국의 길고양이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여유만만 일본냥! 위풍당당 대만냥! 눈치백단 한국냥?!’

“우리는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우는 소리와 눈빛이 기분 나쁘다고 여긴다. 심한 경우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부터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비극이 시작됐다. 그러나 같은 동양권이라도 일본과 대만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없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나?”

그가 이집트의 역사 속 고양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이집트는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수확물을 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가축화 시켰고 더 나아가 신격화까지 했다. 그들에게 고양이는 수확물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김하연이 중세시대 유럽을 휩쓴 최악의 대재앙 ‘흑사병(페스트)’을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말인즉슨 중세시대 마녀사냥 할 때 고양이를 함께 태워 죽이는 바람에 성안에 고양이들이 없어지가 쥐들이 들끊어 페스트가 창궐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와 결이 비슷한 경우가 우리의 도심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 이야기를 꺼낸 속내였다.

“어느 도심의 식당가에 길고양이들을 쥐약을 놓아 죽이는 일이 있었다. 그때 많은 길고양이들이 죽었는데 정확히 두 달 뒤에 문제가 생겼다. 쥐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뒤에 식당 주인들이 나한테 연락을 해왔다. 고양이를 데리고 와 달라고. 그때 고양이의 영역동물 특성으로 볼때 자연스럽게 들어와 살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그들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이 사례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쥐와 고양이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냐의 문제로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우리가 왜 길고양이와 공생해야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사례다.

김하연은 지금까지 길고양이 사진으로 ‘고양이는 고양이다’, ‘화양연화’, ‘구사일생’, ‘너는 나다’ 등 40여 차례가 넘는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길고양이의 죽음을 수습하고, 밥을 챙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바라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자생적 시민단체인 관악구길고양이보호협회를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들고 꾸준히 회원수를 늘려서 300명이 넘는 모임이 됐다. 길고양이를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회 시스템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단체차원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속한 단체는 관할 구청에 제안해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주민센터에 설치해서 관리하고 있다. 또 마을버스 광고판에 길고양이 광고도 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가 우리사회의 숨어있는 길고양이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길고양이의 삶을 바라보며 불편하고 바뀌길 바라면 행동을 해달라고. 직접 밥주고 구조가 어렵다면 길고양이 관련 단체에 회비만이라도 내는 회원이 되달라”고.

“내가 길고양이 사진전을 하고, 길고양이를 알리는 강연을 하고, 영화에 출연한 것은 길고양이를 포함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지방자체단체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길고양이 지원 정책을 꼼꼼히 따지고 요구하게 되는 유권자가 많아지면 사회 시스템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내 최종 목표다.”

마지막으로 왜 길고양인지에 대해 묻자 그가 첫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그의 아버지 이야기였다. “길고양이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외로운 이와 약자와 공생하지 않는 공동체는 불행할 뿐이다. 길고양이는 인간 사회의 연장선이자 인간 삶의 일부다.”

그가 찍은 길고양이 사진을 소개하는 전시는 대구북구 호암로 대구삼성크리에이티브 캠퍼스에서 30일까지. 010-3504-974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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