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간직된 곳, 그의 커피 만드는 모습 더 빛나
아름다움이 간직된 곳, 그의 커피 만드는 모습 더 빛나
  • 박상협
  • 승인 2017.09.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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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25)故 모리미투 무네오씨의 카페비미 이야기(1편)
나무로 만든 정교한 메뉴판에 놀라
정결한 실내·추출에 집중하는 장인
그의 독특한 하얀 유니폼·빵모자
모두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오래전부터 손수 로스팅·커피 연구
후쿠오카 대표 커피 명인으로 ‘우뚝’
낯선 이방인에게도 최선 다해 설명
“내실 다지는 연구·수련이 필요해”
모리미투무네오모습-1
故 모리미투 무네오씨.

일본 커피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지인이자, 커피업계의 선배인 ‘모리미투 무네오(森光 宗男)씨’가 작년 12월 7일 고인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서는 아직 그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를 나의 마음속에서 정말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커피에 올인했던 그의 삶의 흔적을 찾아 이별을 하고자한다.

◇블로그의 자취

“여러분 안녕하세요? 2월 22일입니다. 오늘의 서비스 커피는 “이브라힘 모카(Ibrahim Mokha)입니다. 예멘의 표고 2000 미터의 가파른 땅에서 채취된 희귀한 커피콩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매우 아름다운 커피입니다. 이번 기회에 시음해 보세요. 커피의 양이 적어 조기에 품절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양해해 주십시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느티나무거리 라이브음악회 소식입니다. 2월 9일 ‘후치가미 토 후나토(Fuchigami to Funato)‘의 라이브를 개최합니다. 저녁 7시 입장, 7시 30분 공연시작입니다. 예매는 2000엔(당일은 2300엔), 장소는 커피와 과자가 있는 카페 비미(cafe 美美)로 정원은 25명입니다. 위치는 후쿠오카시 주오구 아카사카 2-6-27입니다. 인원이 되는 대로 접수를 종료하므로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서둘러 신청해 주십시오.”

◇선계(仙界)의 커피명인이 있다면

나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후쿠오카 아카사카에 있는 자그마한 커피전문점 ‘카페 비미’를 찾았다. 너무 이른 탓인지 카페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청소 중이었다. 카페 앞길, 초가을 햇살을 받은 느티나무 가로수는 주변의 풍경과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나무 그늘 밑에서 카페 건물 외벽을 타고 우뚝 솟은 로스터의 굴뚝을 감상하면서 카페 주변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카페 비미’ 문이 열리고 낯선 이방인을 정식 손님으로 맞아 주었다. 나는 종업원의 안내로 2층에 안내되었다. 오픈예정시간보다 10여분 일찍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바텐에 앉았다. 주인 ‘모리미투 무네오(森光 宗男)’씨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커피 주문을 위해 앞에 놓인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무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메뉴판과 그곳에 담긴 엄선된 커피의 이름들. 나는 맨 위에 적혀있는 예멘커피 ‘무니어 모카(Munir Nocka)’를 선택했다. 처음 보는 커피여서 그 맛과 향기가 궁금했다. 주문을 받자 ‘모리미투 무네오’씨는 주문한 커피를 꺼내어 그라인더로 갈았다. 그러자 커피 분말에서 발산된 향기는 실내로 잔잔하게 퍼져나갔다. 익숙한 향기였다. 그는 아침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 커피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들린 융드리퍼 속의 커피는 뜨거운 물을 머금고 부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커피 방울. 점차 실내로 번져가는 커피 향기. 정결한 실내 분위기와 추출에 집중하는 장인의 모습. 모두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특히, ‘모리미투 무네오’씨가 입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하얀 유니폼과 머리위의 빵모자 ‘카페 비미’의 고유 상징처럼 느껴졌다. 아마 선계(仙界)에 커피명인이 살고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추출모습-3
추출 모습.

◇카페 비미(cafe 美美)

이날 아침의 ‘카페 비미’ 방문은 처음이 아니었다. 카페를 찾았던 그 전날이 월요일이었다. 나는 카페의 정기휴일을 몰랐기 때문에 월요일인데도 ‘카페 비미’를 찾아갔었다. 초행길이라 어렵게 그곳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카페 정문에는 휴일임을 안내하는 알림판이 걸려있었다. 다음날이 귀국하는 날인지라 선편 시간에 쫓겨 아침 일찍부터 채비를 챙기고 다시 카페를 찾았다. 그곳은 후쿠오카 중심에서 약간 서쪽에 위치한 후쿠오카 성터 근처의 ‘마이주루(舞鶴)’공원의 남쪽 끝. 느티나무 가로수가 있는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카페 비미’의 외관과 간판은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었고, 마치 주인처럼 입구 현관에는 커피나무를 심은 화분 몇 그루와 카페의 영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현관입구 우측에는 작고 아담한 카운터와 오래된 커피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전면 좌측에는 2층으로 통하는 작은 계단이 있었고 그 계단 좌측으로는 커피를 볶는 공간이 배치돼 있었다. 도로 창문을 통해 로스팅 공간이 보일 수 있도록 창문 측에 면해 있었다. 커피로스터는 후지로얄 5㎏ 이었다. 계단을 오르자 테이블과 좌석이 있었는데 대략 어림잡아 25석 남짓한 소담스러운 공간이었다. 실내 마감은 대부분 목재를 사용하여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특히 바닥까지 천연 목재를 사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후면 벽은 공원의 수목이 조망되도록 넓은 창으로 배치돼 있었다. 작은 공간을 넓고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이곳으로 옮겨 단장한지 4년이 지났고, 그 전에는 후쿠오카의 다른 장소에서 이미 30년 동안 카페를 운영을 해왔던 ‘모리미투 무네오’씨. 그의 삶은 커피향기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손수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연구하면서 자신의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커피추출 방식은 전통적인 융드립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이름 있는 커피의 장인들처럼 그도 틈을 내어 예멘, 에티오피아, 중남미지역 등 커피 산지를 직접 방문하여 품질 좋고 맛있는 커피들을 찾아 다녔다. 특히 모카커피 산지인 예멘을 방문하여 독창적인 맛을 가진 희귀한 커피를 찾았다. 그는 그 귀한 예맨의 커피들을 수입업체의 도움을 받아 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카페의 일상 모습과 계획된 이벤트 행사들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고 고객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었다. 그는 2008년도에 후쿠오카지역 잡지인 ‘테노마(手の間)’에 모카커피로 유명한 예멘지역의 커피 여행기를 게재했고, 커피 칼럼가로서, 커피 전문가로서 ‘모리미투 무네오’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커피 명인으로 우뚝 서 있었다.

예술을 매우 사랑하는 그는 기회만 되면 유명한 음악가를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수시로 개최했다. 그는 음악회의 이름을 자신의 카페 앞 도로의 가로수 이름과 같이 ‘느티나무 음악회’라 했다. 마치 한여름 느티나무 그늘이 지나는 나그네에게 시원한 쉼터를 제공 하는 것처럼. 아마도 그는 자신의 커피를 찾는 고객들에게 커피뿐만 아니라 음악의 향기도 함께 느끼는 정신적 쉼터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1층카운터모습
1층 카운터 모습.

◇카페 비미(cafe 美美) 상호는

‘모리미투 무네오’씨와 오래 전부터 교분이 두터웠던 일본의 고미술 감상가인 고(故), ‘진 히데오(秦秀雄)’박사는 “좋은 일을 하면 이름도 좋게 보여 지는 것이다.”라고 생전에 말씀하시면서, ‘모리미투 무네오’씨가 만드는 커피의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커피’를 강조한 이름인 ‘커피 미미’를 상호로 지어주었다. 이 이름을 영어와 일본식 발음으로 혼용을 해서 부르면 ‘카페 비미’라는 멋진 상호가 된다.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름처럼 아름다움이 간직된 이곳. 주변의 환경이 아름답고 가게도 아름답지만, 커피를 만드는 그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다.

나는 그를 만난 날, 커피를 마시면서 ‘무니어 모카‘ 커피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손수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어 예멘 산지의 위치와 관련 자료를 나에게 모두 보여주고 차분히 설명을 했다. 어쩌면 대강 말하고 치워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이방인인 나에게 그토록 최선을 다했다. 어쩌면 일본의 커피가 세계의 일시적인 유행과 트렌드의 물결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저력이 바로 이렇게 노력하는 커피전문점들이 있기 때문일 것 같았다. 커피는 마시는 음료이기에, 미각이 즐겁고 기분이 좋으면 된다. 커피의 좋고 나쁨의 기준은 누가 뭐라 해도 맛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의 커피 장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사람이 북적거리는 중심지에 진출하려고 돈을 모으고 빚을 내어 화려한 인테리어로 장식된 공간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는 이미 커피장인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커피를 제대로 만들면 아무것도 섞지 않은 그 자체의 맛이 환상적이다. 커피의 향기와 맛은 어떤 음료도 어떤 식품도 따라올 수 없는 절대적인 지존의 위치에 있다. ‘모리미투 무네오’씨의 맨토(Mentor)였던 ‘진 히데오’박사의 말처럼 우리 장인들이 아름다운 커피를 만든다면 고객들은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하더라도 향기로운 커피를 찾아올 것이다. 혹독한 예멘의 극한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의 커피가 된 ‘이브라힘 모카’ 커피처럼 우리가 극복해야할 환경은 현재 우리에게 불어 닥친 커피 트렌드 열풍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내실을 다지는 커피연구와 수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후쿠오카의 중심가도 아닌 한적한 아카사카 지역에서 ‘카페 비미’를 키워온 ‘고(故),모리미투 무네오’씨처럼.

*고(故), 모리미투 무네오씨의 카페비미 이야기는 다음 주에 2편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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