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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그림책으로 세상 읽기

기사전송 2017-10-12, 21: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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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느릿느릿 달팽이라면 좋겠네 - <달팽이 학교>
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컵라면을 먹을 때 3분을 기다리지 못한다, 영화관에서 영화 관람 후 자막이 다 내려가기 전에 나간다, 자판기 커피가 다 나오기도 전에 꺼낸다,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서기도 전 달려가 문을 두드린다, 삼겹살을 구울 때 익기도 전에 몇 번을 뒤집는다???. 여러분은 몇 개나 해당하시는가? 짐작하시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성격 급한 한국인’에 대한 글이다. 올려진 10개의 내용에 상당 부분 해당되니 나는 분명 한국인이라 해야겠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한국인들은 성격이 급하다.’ 식당에만 앉으면 “빨리빨리!”를 외친단다. 우리들이 느릿느릿함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것은 확실하다. 음식점에서 음식이 늦을 경우 비아냥조로 흔히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가. “공장에서 만들어 나오나!” 하지만 그 ‘빨리빨리’문화로 지금까지 잘 살았다. 외세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나라만의 독창적 문화를 이어온 것도,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온전한 복구가 되려면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50년 만에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도 다 쉬지 않고 움직여 달려 온 ‘빨리빨리’ 문화의 덕이었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 더 행복을 좌우하는 시점에 이르러 되돌아본다. ‘왜 이렇게 빠르게 살고 있는가?’

이정록 시인의 시 <달팽이 학교>가 그림책으로 출간되어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간결하고 우화적인 시에 초록 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그림이 속도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달팽이 학교의 달팽이들은 이웃 보리밭으로 소풍 다녀오는데 일주일이 걸리고, 뽕잎 김밥 싸는 데 사흘이 걸린다. 화장실이 코앞인데도 느릿느릿하여 교실에다가 오줌 싸는 애들도 많다. 전속력으로 화장실로 뛰어가다가 복도에 똥을 싸기도 한단다. 달팽이 학교에는 교장선생님이 더 지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교장실 옆 화단으로 집을 옮겼는데 이삿짐 싸는 데만 한 달이 걸렸고, 칸나 꽃 빨간 집이 예뻤는데 이사하는 동안 초록 집이 되고 말았단다. 아이들에게 ‘느려도 괜찮아!’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추석을 낀 긴 연휴동안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거대한 쇼핑문화와 경기도 양평이 만들어낸 자연문화를 함께 경험하였다. 냉탕과 온탕을 드나들 듯 확연히 몸에서 느끼는 반응이 달랐다. 새로 생겼다는 거대한 쇼핑몰에서 드는 나의 생각은 ‘삶에서 돈이 이 얼마나 소중한가?’하는 것이다. 사고 싶은 것 사고 누리고 싶은 것 누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 살려면 돈이 행복의 필수조건임을 깨닫게 해 주는 동시에 성공에 대한 조급함이 느껴졌다.

다음날 양평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느끼는 기분은 또 달랐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기분은 맘의 여유였다. 가을햇살에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는 강, 서서히 단풍이 드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느림과 여유에서 온다는 걸 느끼게 한다. 포장으로 멋을 내지 않아도, 인공 향을 발사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가 반짝임과 향기를 전해주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달팽이 학교>, 이 그림책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자녀들을 똑같이 빨리빨리 몰아붙이는 우리의 모습이 잘못 되었다는 자각이 들기 시작한 때문이 아닐까? 외향적인 아이, 내성적인 아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아이, 움직이면서 생각하는 아이, 처음이 어려운 아이, 처음은 쉬운데 끝이 아쉬운 아이, 수학은 뛰어난 데 국어가 약한 아이 등.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기다림이 가장 필요한 것이 자녀교육이고, 성격 급한 한국인 엄마들이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이 또 기다림이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인생에 앞장서 인도할 것인가? 아이들 뒤에 서서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며 도와주자. 아이들은 진정 원할 것이다. 제발 시계를 보고 가야할 시간을 재촉하지 않기를, 여유 있게 자신들을 기다려 주기를, 학생보다 더 지각이 많은 달팽이 교장선생님처럼 아이보다 엄마가 더 느릿느릿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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