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규 ‘NEGUA&VSP 빛과 소리’展
권혁규 ‘NEGUA&VSP 빛과 소리’展
  • 황인옥
  • 승인 2017.10.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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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12월 31일까지
컴퓨터·카메라 활용
관람객 모션→소리 변환
獨 그룹 칼립소 공동 전시
권혁규2
움직임을 소리로 변환해 감각의 불완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권혁규의 전시가 대구미술관에서 12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산수화를 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만의 독창적인 산수화를 그려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렸다. 고뇌가 정점에 달한 순간, 작품을 모두 불태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산수 화가에서 설치미술가 권혁규(36)로의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아예 내가 모르는 분야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컴퓨터였다.”

한지 대신 컴퓨터가 매체로 선택됐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산수화를 대체할 주제가 필요했다. 그가 눈을 돌린 분야가 문학이었다. 문학이 주제를 제시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때 만난 작품이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벽’과 우리나라 천재 시인인 이상의 시 ‘거울’이었다.

그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 옆방 여자를 마음에 둔 남자가 여자의 헐떡이는 소리에 절망해 자살하지만 사실은 여자의 신음소리는 고통으로 죽어가는 소리였다는 로맹 가리의 소설을 읽고 생각이 감각을 왜곡하는 현상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왜곡이 ‘허상’으로 이어지는 현상까지 인식의 지평을 넓혀갔다.

그리고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로 시작되는 이상의 시 ‘거울’을 읽으면서 보거나 듣는 등의 감각에 대한 의심을 굳혀갔다. “두 문학 작품을 통해 ‘사고하는 인간’은 가상의 세상에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이 현상을 왜곡하는 것이다. ‘소리’를 이용해 ‘가상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를 의심해 보고 싶었다.”

한지와 먹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산수화를 그렸듯 컴퓨터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식 습득이 필수다. 때마침 경북대학교에서 학과 간 협동과정인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대학원에 개설하자 당장 등록했다. 기술적인 부분이 어느정도 해소되던 1년 후인 2014년부터 소리 작업이 본격화 됐다.

소리작업의 기초 재료는 ‘움직임’이다. 식물이나 어항 등에 센서를 달아 성장과정이나 움직임을 포착한다. 단순 움직임은 물론이고 강도인 강약까지 섬세하게 감지한다. 움직임은 곧 컴퓨터에 데이터 형식으로 입력되고, 이 데이터는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거쳐 소리로 변환되어 스피커로 울려 나온다.

최근 대구미술관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작가와 관람객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작가가 전시장 바닥에 설치해 놓은 격자무늬 틀 속을 관람객이 움직여야 작품이 완성된다. 컴퓨터와 카메라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포착해 일종의 악보로 변환, 소리로 전달한다.

“신체감각으로 들을 수 없는 움직임을 가상의 소리로 대체한다. 가상(소리)과 현실(이미지)이 실시간으로 병합되면서 나타나는 소리를 통해 인간의 존재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변환되는 소리는 파열음에 가깝다. 아름다운 소리와는 거리를 둔다. 파열음은 소리자체의 주관성을 배제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생각이 감각을 왜곡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본질을 흐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작업의 방향성은 소리를 통해 감각기관, 또는 가상일 수 있는 현실세계를 의심하는데 있다. 하지만 그는 한걸음 더 나가 ‘나비효과’까지 기대한다.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작가가 느꼈던 감각에 대한 의심이 관람객에게도 확산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의심을 통해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곧 동양적인 세계관이다. 산수화에서 컴퓨터 미디어로 매체를 달리했지만, 작품 속 개념은 동양적 가치를 녹여냈다.” 독일 그룹 칼립소의 미디어 설치 작품과 함께 하는 권혁규의 전시 ‘NEGUA &VSP-빛과 소리’전은 12월 31일까지 대구미술관 어미홀. 053-803-79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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