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19일 일요일    단기 4350년 음력 10월2일(庚戌)
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김사윤의 시선(詩選)> 삶 류호숙

기사전송 2017-11-14, 21:24:57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류호숙
류호숙




몇 개의 쓸쓸한 역 지나며

아스라이 꽃잎 진다

비바람이 쉴 새 없이 꼬드겼지만

야문 뼈대 붙들고

자지러진 향기 풍기더니



새벽마다 다닥다닥 맺히는 이슬로

신명나게 꽃봉오리 피우고

무당벌레의 젖은 입술 마주할 땐

부끄럼에 동백처럼 붉더니

비탈진 노을이 어둡지 않은가 보다



저문 하늘에

멋진 춤사위 한판 남기고

하늘거리며 전생을 찾아간다

땅바닥에 갈빗대 늘어뜨리자

구름이 고개 끄덕인다



 ◇류호숙=<문예비전>등단

 대구시인협회, 대구문학 아카데미

 시집 <빈 커피잔에 가을비 내려앉는다> 외



<감상> 근래 이리도 요염한 시를 본 적이 없다. 요즘 대놓고 욕을 하는 시들도 많고 저잣거리에서 쌈질할 때나 쓰였음직한 거친 시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물론 표현의 자유니 이를 두고 탓할 이유는 없지만, 시를 쓴다고 할 때는 기본적으로 공분을 끌어낼 무언가라도 있어야 명분이 선다. 혼자만의 비관에 그친다면 이는 발표하지 않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하물며 전생을 찾아가는 길조차 유쾌하기 그지없다. 자지러진 향기와 젖은 입술, 춤사위가 한데 어우러져 삶에 대한 향유의 시간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게다가 비탈진 노을조차 어둡지 않다. 우리에게 삶이란 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시어의 선택에 따라 이렇듯 그 빛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사윤(시인)-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
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