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으로 들어간 슈퍼맨
민화 속으로 들어간 슈퍼맨
  • 대구신문
  • 승인 2017.11.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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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展…21일부터 수성아트피아



연꽃·호랑이부터 배트맨까지

전통~현대 아우르는 상징물 활용

스타벅스 등 상업 분야도 소화

전통 민화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
김민수
복을 기원하는 민화의 구복적 의미를 강화하며 부적같은 민화를 그리는 김민수의 초대전이 수성아트피아에서 26일까지 열린다.


동양화하면 여백의 미다. 여백은 또 하나의 형상으로 추앙받을 만큼 동양화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화가 김민수에게 여백은 ‘의미 없음’으로 귀결된다. 그의 화폭에는 최소한의 여백을 불허한다. 연꽃, 원앙, 호랑이, 용, 새, 물고기 등의 전통적인 민화 소재에 예수, 부처, 슈퍼맨 등 동서고금의 히어로들이 여백없이 빼곡하게 화폭을 채운다.

“민화는 장수와 복을 바라는 기복신앙, 잡귀와 악귀를 쫓는 벽사신앙을 기초로 한다. 나는 이러한 민화의 의미적인 요소를 현대적 화법으로 치환한다. 복을 빌고 잡귀를 쫓는 의미에 집중하기 때문에 형태보다 상징물에 집중한다. 여백이 들어갈 틈은 없다.”

화가 김민수 초대전이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서 개막한다. ‘히어로’, ‘복을 입는다’, ‘영웅부적’, ‘도자기속 부귀영화’ 연작 등 전통 민화가 가지는 행복추구에 대한 염원과 길상의 의미를 현재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20여점을 건다. 특히 최소한의 선(線)만으로 형상을 간결화함으로써 의미에 집중하는 신작들이 대구에서 첫 선을 보인다.

20대 중반이었던 김민수가 한국 전통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현대민화로 작업방향의 변화를 모색했을 때, 세상은 의아해 했다. 사실화를 전공한 그가 민화의 형식을 따른다는 것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것이 현대민화일지라도 그들에게는 그저 민화로만 받아들여졌다.

‘왜 민화였느냐’는 질문에 김민수가 성장환경을 언급했다. 김민수는 전통신앙과 토속문화를 고수하는 집안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사실화를 그릴 때도 나는 연꽃을 그렸다. 민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그때부터 동양적인 정신을 무의식적으로 담으려 했던 것 같다.”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전해진 붉은색 자수 보자기를 100호 화폭에 확대해 그린 것이 김민수의 첫 민화작업. 당시 꽃이나 호랑이 등 민화 속 상징물들을 주로 그렸다. ‘구복’이라는 내적 의미보다 외적 형상에 더 관심을 두던 때였다. 이후 책가도를 현대감각으로 녹여낸 현대민화로 넘어갔다.

현대민화를 모색하던 당시의 관건은 ‘어떤 책가도를 그릴 것인가’였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25살 젊은 작가의 책가도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문이 깊어가자 현대적인 기물들이 번뜩였다. 김민수의 책가 도 속 기물들이 변하기 시작했고, 흥미진진해졌다.

“스타벅스 커피나 초콜렛 등 오늘날 우리생활상을 반영하는 현대의 기물을 그렸다. 평면 작업에만 머물지 않고, 기물들을 평면 책가도에 입체적으로 붙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스펙터클 한 책가도가 탄생했다.”

이번 신작들의 특징은 세련화다. 책가도의 형태를 과감하게 버리고 복을 기원하고 악귀를 쫒는 상징들로만 화폭을 채웠다. 모란, 용, 새 등의 수백 가지의 상징물을 선(線)적인 요소로만 처리했다. 이 간결한 선적 요소들이 세련화로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다양한 상징물로 꽉 채운 화면의 답답함을 간결한 선적 드로잉으로 극복했다.”

동서양의 영웅들인 히어로를 화폭 중심에 배치, 주제의 심화와 해학적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도 이번 신작들의 특징이다. 바탕색도 빨강과 황금색 위주로 처리해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강화한다.

“최대 15번의 빨강을 반복해서 올리고, 스케치 없이 드로잉을 한다. 도 닦듯이 집중하지 않으면 밝은 바탕색도 건질 수 없고, 한순간 잡념만 끼어들어도 드로잉을 망친다. 오직 간절한 기원으로 초집중한다. 그리는 과정이 구도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한국과 중국, 인도 등의 동양의 전통 상징들을 평면으로 구현하지만 입체나 가구, 패션, 가방 등의 상업적인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입체적인 작품이나 상업적 콜라보레이션은 평면 속에 복제된 기복에 대한 염원이 현실속에서 현현하는 느낌이어서 기껍게 받아 들인다.

“대학시기 공예, 도자기, 금속, 섬유공예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깊이있게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시에 경험했던 다양한 기능들이 지금의 현대화된 민화작업에 접목되고 있다. 내 작품에서는 무한변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전시는 21일부터 26일까지. 053-668-1566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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