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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커피는 하나님의 술…그 향기서 체 게바라 열정 느껴

기사전송 2017-11-30, 21: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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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끝)크리스털 마운틴커피 마운틴 커피 시리즈(3편)
시에라 마에스트라의 최상 기후 조건
커피산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1950년대 중반까지 연간 2만 t 생산
쿠바혁명 이후 국유화로 생산량 줄어
잘 익은 열매만 손으로 수확·로스팅
애호가들, 부드럽고 우아한 향미 찬사
시에라마에스트라산풍경-4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 풍경.


#쿠바의 신

쿠바인들은 그들에게 3개의 신(神)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신은 ‘예수 그리스도’, 두 번째 신은 혁명가인 ‘체 게바라’ 그리고 마지막은 부를 상징하는 신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그런데, 커피를 좋아하는 이방인의 눈에는 4번째 신이 추가돼야 할 것 같다. 바로,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 산맥의 산신(山神)인데, 쿠바커피의 주생산지이자 쿠바혁명의 본거지로, 그곳은 쿠바에서 가장 큰 산이면서 쿠바인에게는 상징적인 장소다. 1800년대 스페인에 대한 3차례의 독립전쟁과 1958년 가을부터 시작된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에 대항해서 혁명을 이끈 반란군의 피난처로, 혁명진영이 활동했던 중심지였다.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은 빼어난 자연환경과 풍광으로 유명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답다. 이곳에는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데, 쿠바에서 만 볼 수 있는 희귀성 동물인 난쟁이 올빼미, 손톱크기의 올챙이, 보이지 않은 날개를 가진 나비 등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좋아하는 쿠바의 영혼이 담긴 크리스털 마운틴커피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크리스털 마운틴커피(Crystal Mountain Coffee)

쿠바는 서인도제도에 있는 섬나라로, 동서로 기다란 섬이 전형적인 열대성 기후의 커피벨트 안에 놓여있다. 쿠바의 커피는 쿠바의 남동부지역 표고 1,974m의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지역과 중남부지역에 위치한 표고 1,140m의 에스캄브라이 산맥(Escambray Mountains)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비옥한 토양으로, 연간 2,000㎜정도의 강우량과 10℃ 이상의 높은 일교차가 있어서 커피가 성장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1748년 호세 안토니오 겔라 베르트 (Jose Antonio Gelabert)는 산토도밍고에서 커피씨앗을 가져와 처음으로 쿠바에 커피를 소개했다. 1791년경에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이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아이티 혁명(The Haitian Revolution)을 피해 커피생산지를 쿠바로 옮겼는데, 그들은 종래보다 더 나은 커피 생산방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걸쳐 쿠바 동부의 커피생산지에는 독특한 문화적 풍경이 만들어졌는데, 유네스코는 이곳의 뛰어난 자연환경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보존을 위해, 커피생산지가 있는 시에라 마에스트라의 산티아고와 관타나모지역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이곳에서 쿠바의 커피는 1950년대 중반까지 연간 2만 t을 수출할 정도로 생산 활동이 왕성했는데, 쿠바혁명이후 국유화되면서 커피생산량이 감소했다.

쿠바커피의 대부분이 쿠바의 남동부지역의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지에서 생산된다. 이곳에서 재배된 커피는 맛과 향기가 뛰어나서 오래전부터 세계커피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그 이유는 시에라 마에스트라 지역의 환경적 요인에 있는데, 이곳의 토양은 구리, 망간, 크롬 및 철분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쿠바커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 크리스털 마운틴 커피는 해발 800미터 이상의 구아무하야(Guamuhaya)산에서 생산되는 커피 중에서 엄선된 커피로, 쿠바 최고의 커피를 말한다. 이 산은 운모와 수정이 풍부하기 때문에, 쿠바의 커피 중에서 산도가 낮고 밸런스가 잡힌 맛에, 블랙베리와 초콜릿 향미의 감미로운 단맛의 느낌이 더해지고, 투명감과 바디감이 공존하는 커피여서 이름그대로 크리스털 보석 같은 커피다.

특히, 이 커피는 세계 커피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데, 아마 커피 이름을 크리스털 마운틴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쿠바커피를 남달리 좋아하는 일본상인들이 붙여준 애칭이 아닐까싶다.

쿠바의커피나무
쿠바의 커피나무.


#쿠바의 커피는 하나님의 술

쿠바 크리스털 마운틴커피는 쿠바 전체 수확량의 약 3%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 가치를 알면서도 구하기가 어려운 커피다. 크리스털 마운틴 커피체리는 잘 익은 열매만을 모두 손으로 수확하고, 태양빛에 건조해서 굵고 좋은 것만을 장인들이 정성스럽게 핸드 픽 선별한다. 그리고 이것들 중에서 최상품의 커피를 선정해서 크리스털 마운틴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쿠바 독립의 아버지인 호세마르티는 쿠바커피를 “우리의 커피는 풍부한 하나님의 술(과즙)이며, 불꽃은 없지만 부드러운 불같고, 피를 맑게 하고 정신을 바르게 하는 음료다.]라고 말했다.

쿠바커피가 섬 전체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시에라 마에스트라지역이 있는 동부에서 70%, 중부에서 20%, 서부에서 10%가 수확된다. 커피의 품질 구분은 크리스털 마운틴을 필두로 사이즈의 크기에 따라 ETL(Extra Turqino Lavao, size 18, 결점두 12개 이하), TL(Turqino Lavao, size 17, 결점두 19개 이하), AL 등급으로 분류한다. 품종으로는 카투라, 티피카, 카투아이 등이 혼재되어 있지만, 생산지의 특성상 부드럽고 우아한 향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와 일본이 대표적인데, 특히 크리스털 마운틴커피는 일본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허리케인 영향으로 커피생산이 줄어들어 공급에 차질이 있었던 시기도 있었다.

쿠바커피
쿠바 커피.


#그리움

한때는 커피공부를 하면서, 일본에서 쿠바의 생두를 구해와 크리스털 마운틴커피를 즐겨 마셨다. 그때를 회상해보면, 강렬함이 약해서 좀 밋밋한 느낌의 커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커피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향미의 투명함이 있는 커피였다. 나는 쿠바의 커피를 마실 때마다, 그 맛이 품고 있는 심연의 향기에서 젊은 혁명가 체 게바라의 열정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문학적 고뇌를 느끼곤 한다. 그리고 한때에 쿠바음악에 빠져, 수백 번도 더 들었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리더, 군빠이세군도의 찰진 목소리가 떠오른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 군빠이세군도의 음악을 회상해보니, 그의 음악은 노래가 아니었다. 쿠바민중들이 갈구했던 자유를 향한 외침이었다. 아직도 체 게바라의 혁명은 완성되지 못했다.

체 게바라와 뜻을 같이했던 피델 카스트로의 독재가 50여 년 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글에서 쿠바의 정치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필자가 바라는 게 있다면, 혁명전처럼 쿠바커피의 생산량이 늘어나서 쿠바커피를 좋아하는 전 세계의 커피마니아들이 자유롭게 쿠바의 커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무척이나 크리스털 마운틴커피가 그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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