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님 오실까 말없이 푸른 바다만 바라보네
행여나 님 오실까 말없이 푸른 바다만 바라보네
  • 황인옥
  • 승인 2017.11.3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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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바위 절벽서 개화
‘기다림·침묵’ 꽃말처럼
첫사랑 애절함 품은 듯
부부 사랑 담은 전설도
중부 이남·日 서북해안 자생
독도에만 총 57종 서식
‘우리 땅 독도’ 생태주권 상징
비만·방광염·감기 등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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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핀 해국.

#절벽난간에 핀 ‘바다국화’

늦은 가을 동해안 바닷가에서 높은 절벽난간을 올려다보노라면 바다를 향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고운 자태로 피어있는 짙은 보랏빛의 꽃을 발견할 수 있다. 바위틈에서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며 화려한 보라색 꽃을 피우는 ‘바다국화’라 하여 해국(海菊)이라 부르는 꽃이다. 해국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해안가 및 도서지역과 일본 서북해안에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알려진 식물이다. 서식지로는 강원도 고성 이남의 동해안과와 남해안, 태안반도 이남의 서해안, 울릉도, 독도, 제주도 등의 바닷가 절벽지대에서 자란다.

우리나라 울릉도·독도가 그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의 경우 큐슈(九州) 북부에서 후쿠이현(福井縣)에 이르는 서북해안에 분포한다.

#바닷가 높은 바위 위에서 기다리는 여인

가을날 바닷가에서 해국을 보면 마치 헤어진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마구 뛰는 느낌을 받는 것은 유독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저 바닷가 언덕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해국의 꽃말은 ‘기다림’, ‘침묵’이다.

달마국화(達磨菊)라고 부르는 일본에서는 ‘인내’라는 꽃말이 붙는다. 비바람과 눈보라가 치는 바닷가 바위틈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며 피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꽃말처럼 해국에도 애틋한 전설이 숨겨져 있다.

옛날 어느 바닷가에 어린 딸을 둔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봄날 남편은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갔다. 그러나 그는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딸을 데리고 바닷가 바위 위에 올라 이제나 저제나 하며 하릴없이 남편을 기다렸다.

그때 바위를 덮친 파도에 밀려 아내와 딸은 그만 바닷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얼마 뒤 날씨가 나빠 잠시 다른 섬에서 몸을 피하고 있었던 남편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내와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아내와 딸이 죽은 그 바위 위에서 넋을 잃은 사람처럼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해 가을 그 자리엔 아내와 딸을 닮은 보라색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아내와 딸의 환생이라고 믿은 남편은 꽃을 보며 슬픔을 달랬다고 한다.

해국은 바닷가 갯바위 절벽의 바위틈에서 바다를 향해 피어난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절함 같은 것이 있다. 해서 해국의 꽃말이 ‘기다림’이다. 높고 가파른 바위에 붙어서 보란 듯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자태는 낭군을 기다리는 우리나라 여인의 길고 먼 기다림처럼 느껴진다.

저 머나먼 바다 건너/ 하염없이 님 그리다/ 꽃이 된 나의 사랑아/ 기다림은 청보라빛 멍울되어/ 눈물가득 고였구나 내님이여/ 천년이 흘러 그대를 보니/ 어이 하리 어이 하리/ 나의 사랑꽃이여.// 이제라도 만났으니/ 내 너를 품에 안고/ 시린 바람 내가 맞으리라/ 기다림은 향기 되어/ 내 온몸에 스며드니/ 내 사랑아 울지 마라/ 천년이 또 흐른다 하여도/ 나 역시 꽃이 되어/ 그대 곁에 피어나리. (해국/ 김치경)

바닷가의 험한 바위틈새에서 모진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 꽃을 피우는 해국. 해서 기다림이란 꽃말이 붙은 것일까? 기다림에는 애절한 그리움을 수반한다. 가을 바닷가 천년의 그리움을 품고 피어있는 듯한 모습이다. 세찬 풍파가 몰아치는 바닷가에 피기에 더욱 아름답다.

# ‘독도 생태주권’의 상징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알려진 해국은 영남대학교 생명과학과의 박선주 교수(식물분류학)에 의해 울릉도·독도가 그 원산지라는 것이 밝혀졌다. 해국의 유전적 특성을 DNA 염기서열로 분석한 결과 울릉도와 독도가 그 원산지이고, 이것이 한반도의 동해안과 일본 서북해안으로 이동, 전파됐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독도에는 57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박선주 교수는 독도 식물의 유전적 특성을 밝힘으로써 독도의 식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식물의 이동, 확산, 전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독도에 어떤 식물이 살고 있는지, 그 식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전하는 일이 생태주권(특정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생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즉 해국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독도의 생태주권이 우리에게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다시 말해 독도를 대표하는 식물이 해국이고 해국은 곧 독도 생태주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가을철 울릉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절벽의 틈새나 바위 위에 보랏빛으로 피어 있는 해국의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을에 주로 무리지어 피지만 개체에 따라서는 겨울철과 이듬해 봄까지 해풍과 추위에 견디며 핀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우리나라의 아침을 가장 먼저 여는 독도가 있다. 독도는 평탄지라고는 거의 없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바위섬이다. 사람이 오를 수조차 없는 바위틈 곳곳에 바다를 향해 진한 보라색 꽃봉오리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 해국이다. 독도의 대표 동물을 괭이갈매기라 한다면 독도의 대표 식물이 가을철에 피는 해국이다.

머나먼 바다를 내다보며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듯이 꽃대를 내밀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의 첫 아침을 여는 해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망망대해에 괭이갈매기를 비롯한 바다제비, 슴새, 상모솔새, 물수리 등 수많은 바닷새들을 벗 삼아 우리의 동해바다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백년 천년의 그리움을 간직한 채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 바다를 향해 지켜보고 있다.

#해국의 특성과 약효

해국의 학명은 Aster sphathulifolius Maxim로 속명 ‘Aster’는 그리스어로 별이란 의미이며 ‘별을 닮은 꽃’이란 뜻이다. 종소명 ‘sphathulifolius’는 주걱 모양을 한 해국의 잎을 나타낸다. 꽃 중에서는 드물게 여름에서 겨울까지 8~11월에 걸쳐 개화한다.

바닷가의 세찬 파도와 비바람을 맞으며 험한 바위틈에서 뿌리를 내려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해국은 초롱꽃목 국화과 참취속의 반목본성 여러해살이풀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

식물분류학상으로 참취속에 속하기에 꽃에 향기가 별로 없고 꽃모양은 갯쑥부쟁이와 비슷하다. 이름처럼 주로 바닷가 해안지역에 흔히 자생하며 흙이 없고 수분이 부족한 바위틈에 잘 자란다. 하지만 일반적인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에 내륙의 정원이나 공원에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운다. 꽃은 지름 3.5~4cm정도이고 대개 연한 자주색이다.

흰색 꽃을 피우는 것도 있으며 아주 진한 자주색의 개체도 있다. 1.5~5.5cm 정도의 잎은 주걱형 또는 도란형으로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양면에 섬모가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목질화된 굵은 뿌리가 있으며 줄기는 비스듬히 자란다. 건조하고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며 겨울에도 잎이 반상록으로 남아 있다. 울릉도나 제주도에서는 겨울에도 높은 절벽에서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민간에서 해국의 어린잎은 식용하며 전초를 비만증, 만성간염, 이뇨제, 보익제, 해수, 방광염 등의 약으로 사용한다. 특히 기침이나 감기가 결렸을 때 해국의 전초를 달인 물로 막걸리를 빚어 먹거나 감주를 해서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감포 바닷가에/ 연보랏빛 해국이 피었습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람처럼/ 맵짠 해풍이 몰아치는/ 외딴 섬 바닷가 절벽 위에서/ 바다를 향해 피었습니다.// 하늘과 바다 사이/ 그리움의 경계인 양/ 수평선 하나 그어 놓고/ 바람의 전언을 기다리는 꽃// 오늘은 나도/ 한 송이 해국으로 피어/ 당신을 기다리고 싶습니다.(해국/ 백승훈)

야생화칼럼니스트(농업경제학박사)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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