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조성진에 대한 단상(斷想)
<문화칼럼> 조성진에 대한 단상(斷想)
  • 승인 2017.12.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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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지난 11월 1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였다. 이로써 조성진은 카네기홀에서의 연주회와 더불어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과 협연함으로써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꾸던 꿈 두 가지를 23살에 이루게 됐다고 했다.

조성진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정말 특별한 것 같다. 이번 달 모 음악잡지에서 조성진에 대한 특집기사를 다루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을 기사에 싣자 그달 호 잡지가 완판되어 출판사에서도 놀랐다고 했는데 이번 달 호 잡지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본다.

금년 5월 7일 불과 50초라는 클래식 공연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단시간에 티켓이 매진된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조성진의 피아노 독주회에서도 이와 같은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타 공연장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수성아트피아에서의 연주회 역시 티켓을 구하기 위한 팬들의 온갖 무용담(?)이 SNS상에 떠돌았다.

조성진 신드롬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본다.

198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의 우승자인 베트남의 당 타이 손(Dang Thai So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시아인은 과한 감정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조성진은 아주 훌륭한 균형을 가졌다. 지성과 감성 사이, 감수성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 조성진은 나이 때문에 2010년 쇼팽 콩쿠르에 나가지 못했지만 그때 참가 했더라도 우승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베를린 필을 지휘한 사이먼 래틀은 조성진을 ‘위대한 건반의 시인’이라고 칭했다. 당초 중국의 랑랑이 협연하기로 했으나 사정상 협연자를 새로 구해야 할 상황이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메르만(Krystian Zimerman)의 추천으로 성사된 것에 대하여 “치메르만 역시 굉장히 고요하고 잔잔하면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도 있는 음악을 좋아 하기에 두 사람이 세대를 뛰어넘어 형제애를 만들어낼 수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올 초 조성진은 서울 롯데 콘서트홀에서 이틀간 독주회를 열었다. 이 공연 역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공연에 앞서 조성진은 자신의 독주회 티켓 가격 인하를 극장 측에 요구했다. 연주자가 공연장에 대한 이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년 초에도 한국에서 다섯 차례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지만 이 공연들 역시 다 매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지면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조성진은 현재 흥행 보증수표인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착한가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조성진은 특별하다고 본다. 민감한 문제 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연주자들은 조성진 으로부터 이러한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의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조성진의 독주회는 그의 뛰어난 음악과 따뜻한 성품으로 인해 터질 듯한 열기가 가득했다. 통상 조성진은 앵콜을 2~3곡, 많아야 4곡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날은 무려 6곡의 앵콜 연주를 했다. 누군가는 40여분동안 이어진 앵콜 연주를 두고 또 하나의 독주회라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조성진 바라기 들은 그가 얼마나 힘든 연주 일정을 소화해 나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긴 시간동안 선물을 아낌없이 준 것이다.

앵콜 공연 시작부터 뜨겁게 반응한 관객들은 쇼팽 폴로네이즈가 끝나자 말자 단 한명의 관객도 예외 없이 모두가 용수철 뛰듯이 일어나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당초 일정상 공연 후 45분간만 팬 사인회를 가지기로 했다. 조성진측은 무리한 공연 일정과 팬 사인회로 인해 육체적 피로를 호소했던 것이다. 이에 연주자를 보호하고자 팬 사인회를 갖지 않겠다는 우리의 뜻에 그는 음악으로 모두에게 보답 한 것이었다. 이러한 조성진의 음악적 균형미와 인간적 성숙함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겸손함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음악적 중심으로 인해 그의 명성이 결코 일찍 끝나지 않으리라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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