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 손노리 초대전 “자아를 찾아”…버려진 물건과 놀기
수성아트피아 손노리 초대전 “자아를 찾아”…버려진 물건과 놀기
  • 대구신문
  • 승인 2017.12.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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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얼굴 가진 강아지’처럼

주워 온 물건 ‘해체·재구성’

“오브제 탐색에서 재구성까지

온전하게 마음 주고 받는다”
손노리 전시작.


햇살 같은 노란 바탕 위에 사랑스러운 소녀가 발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왕관을 쓴 강아지도 개구지게 웃고 있고, 피노키오 인형 코도 끝간데없이 늘어지고 있다. 전시장이 디즈니랜드의 애니메이션을 옮겨놓은 것처럼 재미와 익살로 넘실댄다. 잊고 있던 동심에 새살이 돋을 것 같은 손노리의 순수한 형상들이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작업할 때는 행복감에 충만해진다. 그 행복함이 순수함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초등학생 시절 손노리는 쌈짓돈이라도 생기면 문구점으로 달려갔다. 수첩이나 스티커 등 자질구레하고 소소한 물건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다분히 충동적이었지만 여간 재미진게 아니었다. 작가 생활을 시작하자 노는 물이 달라졌다. 문구점에서 북성로 공구거리로 놀이터를 옮긴 것. 하루가 멀다 하고 공구점을 기웃거렸다. 용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형태의 부품들이 꽃처럼 아름답게 다가왔다.

손노리
손노리
“공구점 상인이 ‘아가씨가 쓸만 한 물건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나는 계속 가격을 물었다. 그리고 자질구레한 부품을 몇 가지 사고는 했다. 어떤 경우에는 버리려고 내놓은 폐부품을 얻어 오기도 했다. 그런 날은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손노리는 때로는 새로 산 부품을 쓰기도 하지만 대개는 쓰임을 다한 물건들을 해체한 폐부품 등의 오브제로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버려진 물건들을 보면 집착녀가 되기 일쑤였다. 길거리를 지나다 버려진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오브제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다. 

작업은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거친다. 버려진 물건을 ‘해체’한 부속이 오브제로 환골탈태 해 전혀 다른 구성과 용도로 ‘재구성’된다. 입체와 반입체 모두 소화한다.

“한동안 오래된 물건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힘들 때가 있었다. 처음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만 보이는 것처럼 내게 오래된 물건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았다.”

작업 스타일은 무계획형이다. 설계도를 가지고 작업하기보다 순간순간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길게는 수개월에서 짧게는 수일을 오브제 앞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에 몰입해 다양한 오브제가 만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작품이 완성된다. 그녀에게 작업은 수행해야 할 과제가 아닌 행복한 놀이이자 자아찾기다.

“수집해 놓은 오브제들에서 메시지가 어렴풋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때 작업을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다. 희미하게 보이는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재미는 행복함 자체다. 무엇을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데, 무엇이 완성된 것을 보면 벅찬 희열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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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노리 전시작.
손노리가 해체한 부품을 재구성한 작품들을 발표할 초기에 동료·선배들은 그녀를 비난했다. 작가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것. 물성을 다루는 일반적인 방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녀만의 방식을 고집한 탓이었다. 공구 사용도 설명서 대로 하기보다 직접 체험해 스스로 터득한 방식을 고집했다. 일종의 상식파괴였다. 하지만 비난이 칭찬으로 바뀌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손노리의 작품은 독특하다며 찬사를 보내온 것.

“기본규범이나 방식에 얽매이는 것을 태생적으로 싫어한다. 선배나 선생님들이 가르침을 줘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방식대로 해야 재미가 있다. 손노리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그 고집 때문 아니겠나?”

버려지는 물건이나 해체한 부품 등의 오브제가 손노리 자신이라면? 이 말은 사실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브제와 온전하게 마음을 주고 받는다. 감정이입이 깊어질 때즘이면  오브제는 더 이상 오브제가 아니다. 손노리 자신이다. 자기애의 결실인 작품이 곧 손노리의 자화상인 이유다.

“내가 보고 싶은 물건을 찾는 것은 나를 발견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나를 이해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애가 강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애를 확장하면 세계애가 된다. 거창하게 세계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말이다. 나는 나를 통해 나와 세계를 이해해 가고 있다.” 전시는 수성아트피아 멀티홀에서 17일까지. 053-668-1566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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