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과 하늘…끝모를 풍경서 만난 ‘중첩된 시간’
지평선과 하늘…끝모를 풍경서 만난 ‘중첩된 시간’
  • 황인옥
  • 승인 2017.12.1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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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서 시간 마주한 듯 했다”
풍경에 사유 더해 추상성 강화
푸른색 위주 채색 집중성 높여
시계·기호 연관 이미지도 다뤄
시공간 다룬 연작 20여점 선봬
심상3
심상-17605.

방천시장에 새롭게 문을 연 김결수 갤러리를 블루가 장악했다. 서양화가 이장하의 ‘심상’ 연작 20여점이다. 하늘과 산, 폭포, 길 등의 풍경을 블루를 중심으로 시각화했다. 상상 속 풍경을 그렸다는 점에서 동양의 관념산수화를 닮아있다. 제목이 ‘심상’인 점도 관념산수화적인 요소를 극대화한다. 형태 역시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 추상에 가깝다. 이 또한 관념성을 부추긴다.

관념의 흔적이 강하다는 것은 내면이 무언가로 뜨거웠다는 의미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그가 여행지에서 만났던 지평선을 떠올렸다.

이장하인물
이장하
“몽골의 사막과 티벳의 초원을 여행하면서 광활한 지평선을 보게 됐어요. 지평선 앞에 서니 지평선을 따라 오갔을 수많은 사람들과 역사가 어른거렸죠. 지평선에 중첩된 시간들이 보인 거죠.”

주제가 ‘시간에 대한 단상’이며, 매개는 ‘풍경’이다. 정확히 시·공간에 대한 생각들을 상상 속 풍경에 드러냈다. 그가 지평선과 시간을 연관 지어 주제를 시각화한 첫 작품은 ‘지평’ 연작. 이 작품에서는 ‘딱 봐도 지평선’이라는 느낌이 확연했다. 색상 또한 다양하게 구사해 ‘시간을 떠올렸던 그의 다채로운 생각들’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블루로 색의 집중화를 꾀한 ‘심상’ 연작은 3년쯤 전부터 시작했다. 블루의 집중성에 매료돼 색을 빼고 블루만 쓰고 있다. 풍경도 지평선을 벗어나고, 형태도 추상성을 강화했다. ‘집중과 심화’로의 변화다.

“‘지평’ 연작과 비교해 ‘심상’ 연작은 보다 자유분방해졌죠. 지평선에서 벗어나 산과 길과 폭포와 숲 등 단면적인 풍경으로 확장했죠. 인쇄된 시계 오브제, 기호, 원구 등 시간과 관련된 이미지도 추가했어요. 시·공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라고 봐야겠죠.”

대학 졸업 후 개념미술에 심취한 적도 없지는 않았다. 일상 속 오브제를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선입견에 도전한 현대 미술의 혁명가였던 마르셀 뒤샹처럼 복사한 인쇄물의 숫자와 글자를 조형화해서 개념미술로 표현했다. 하지만 개념미술을 오래 끌지는 않았다. 지나친 철학화보다 자산만의 세계를 진솔하면서도 소소하게 표현하는 것이 생태적으로 맞았다. 그렇더라도 인쇄된 오브제 등은 여전히 그의 평면 작업에 연속되고 있다.

“주도적인 미술풍조를 따르는 것에 의미를 두기 보다 소박한 내면세계를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나 ‘시간’이 사색의 주제가 되면서 철학적으로 깊이 파지는 않았지만, 시간에 대한 단상을 캔버스에 소소하게 펼쳐내는 것은 좋았죠.”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라고 했다. 자조섞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어중간함이 ‘시간’을 사유로 끌어들인 배경으로 보였다. 어려서 모르거나, 나이들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지금이 적기였던 것.

그는 ‘시간’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주장하거나 확정짓는 것을 경계했다. 자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듯, 예술도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태도가 깔렸다.

“내 작업은 ‘시간은 이런 것’이라고 확정해서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에요. 단지 내가 시간에 대해 생각한 흔적을 표현한 것이죠. 은유로서의 풍경이라고 할까요? 제3자에 의해 또 다른 상상을 일으킨다면 더 좋겠지요.”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이장하전은 17일까지. 010-4501-2777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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