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안 주우면 겨울 날 방법이 없어요”
“폐지 안 주우면 겨울 날 방법이 없어요”
  • 장성환
  • 승인 2017.12.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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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에 허덕이는 대구 노인들
빈 박스 등 주워 겨우 끼니 해결
아파도 영하 날씨에 노상 장사
생계지원 확대 등 해결책 시급
폐지손수레정리하는노인1
‘천근만근’ 삶의 무게 최근 본격적인 추위가 계속되면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5일 대구시청 앞 도로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실은 손수레를 정리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겨울 한파 속에서 대구지역 상당수 노인들이 폐지 줍기·길거리 노상 장사 등을 하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최대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지급하고 있지만, 온전히 자신의 능력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이에 많은 숫자의 노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대구지역 노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폐지를 모아 팔거나 길거리에서 노상 장사를 하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노인이 상당수다. 지난 14일 오전 6시 30분부터 폐지를 줍기 위해 다녔다는 황모(66·대구 중구 교동)씨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이 일을 시작했다. 약 4시간 동안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빈 박스와 폐지를 모으면 50~60kg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를 고물상에 가져다주면 6~8천 원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이 돈으로 김밥·라면 등을 사 먹으며 끼니를 해결한다.

황씨는 “요즘 같이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울 때면 박스를 주워 모으기가 너무 힘들다”며 “몸도 좋지 않은데 나이 들어서도 먹고살기 위해 이러고 있으니 내 신세가 참 처량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얼마 전부터 길거리 노상에서 고구마를 팔고 있는 유모(69·대구 서구 평리동)씨도 생계를 잇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왔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폐지 수집을 하지 못해 고구마를 팔기로 결심했다는 그는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꽁꽁 언 밥과 김치만 먹으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유씨는 “폐지를 모으는 분들은 그래도 움직이니까 좀 덜하겠지만, 우리는 같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니 너무 춥다”며 “빨리 겨울이라도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 생활고로 인해 대구지역 빈곤 노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어르신복지과 강영란 주무관은 “정부 정책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생계급여를 지원하고,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에서도 도시락 배달·노인 일자리 알선 사업 등을 하며 빈곤 노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8월 노인인구 비율 14.0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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