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매매·최저 인력·야근 폐지…고육책 쏟아졌다
공장 매매·최저 인력·야근 폐지…고육책 쏟아졌다
  • 홍하은
  • 승인 2018.01.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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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후 15일째
문 닫는 업체 늘어 공단 거리 한산
매출비중 적은 라인 ‘스톱’
“아예 자동화시스템 도입”
임금협상서 ‘상여금, 기본급으로 전환’
수당 높은 주말근무 등 없애
직원 실질적 월급 되레 줄어
“올 한 해만 지원해주는 게 무슨 도움?”
한시적 아닌 근본적 대책 필요
중기청 “장기적으론 긍정적”
최저임금1
대구 북구 노원동 제3산업단지 내 도롯가에 ‘공장부지 매매’, ‘공장임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을 닫는 공장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2
지역 중소기업들은 이례적인 최저임금의 상승폭을 감당하지 못하고 직원 감축, 야간근무 및 주말근무를 포함한 근로시간 단축 등 인건비 인상에 따른 해결 방안을 짜내고 있다. 홍하은기자
대경중기청-일자리안정자금홍보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청은 지난 11일 대구 중구 내 주얼리 소공인 집적지에서 ‘일자리 안정자금’ 집중 홍보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대경중기청 제공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인상된지 보름이 지났다.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대폭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직원 감축, 상여금 및 수당 삭감, 야간근무 및 주말근무를 포함한 근로시간 단축 등 전방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해결 방안을 짜내고 있다. 이와 함께 당초 우려했던 채용축소, 서민물가 상승 등 최저임금 인상 역풍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상여금을 기본급에 넣거나 휴게시간을 늘려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편법과 꼼수를 쓰는 업체도 적잖다.

◇구조조정·근로시간 단축 등 지역 중기 자구책 마련

지난 13일 오전 11시께 대구 북구 노원동 제3산업단지 내에는 문을 닫은 업체들로 한산했다. 스산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몇몇 공장들의 기계 가동소리와 기계 부품을 실은 화물차가 가끔씩 왔다갔다하는 소리만 들렸다.

산업단지 내 도롯가에는 ‘공장부지 매매’, ‘공장 임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 C씨(63)는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주말에도 공장을 돌리는 곳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대부분 문을 닫는다”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는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 다른 산업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성서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인건비가 많이 올라 직원 줄이는 게 불가피해졌다. 납품 단가는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올랐다. 이러다간 회사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다른 회사 경영진도 고민은 비슷할 것이다. 다른 회사 사장들을 만나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황이 다들 어렵다고 한다. 모두 직원을 줄이거나 근로시간 단축을 고려하고 있지만 무작정 줄일 수도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식품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올해 생산라인 중 매출비중이 적은 제품의 생산라인을 중단했다.

B씨는 “인건비도 올랐는데 이전처럼 모든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없어 중단했다. 모든 생산라인을 가동하면 잔업 시간이 늘어나 인건비 감당이 안된다. 최대한 직원을 안 줄이고 회사를 유지하려면 생산라인을 줄이고 직원 전체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업체들은 불가피하게 직원을 감축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올해 직원 5명을 내보냈다.

C씨는 회사 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C씨는 “지금까지 함께 일한 직원을 내보낸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면서 “최저인력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최저인력으로도 납품기한을 맞출 수 있게 자동화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의 ‘꼼수’로 이어져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몰아치자지역 중소기업들은 직원 감축 등 궁여지책으로 짜낸 방안 외 상여금을 기본급에 넣거나 휴게시간을 늘려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대구에서 섬유 관련 제조업을 하는 D사는 이달부터 주말근무를 없애기로 했다. D사 경영진들은 인건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자구책으로 수당이 높은 야간근무와 주말근무를 없애고 물량을 적게 납품하기로 했다. 큰 폭으로 오른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보다 일 덜하고 물량 줄이는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직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혼자 사는 젊은 직원들은 주말에 쉴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가정이 있는 직원들은 기본급 외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생활이 어려워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특히 가정이 있는 직원들은 “야간근무와 주말근무를 줄이는 것은 월급 전체가 줄어드는 것과 같다. 최저임금이 올랐다지만 실질적으로 직원들이 받는 금액은 더 적어졌다”면서 “이렇게 되면 주말에 일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서 가로등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E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협상을 마쳤다.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인건비 인상으로 회사 운영이 더 어려워 졌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직원을 자를 수도 없으니 함께 고통을 분담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근로자들은 회사 측의 편법 동원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오른다해서 월급도 오를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깎였다”면서 “올해 근로시간 단축제까지 도입되면 수당마저 줄어들텐데 살기 더 팍팍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일자리안정자금이 ‘최저임금 해결사’ 아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약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해결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에 적극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중소·영세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 한 해 월 보수 190만원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장에 월 13만원까지 임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지원 기본 조건은 △30인 미만 사업주 지원(원칙) △최저임금 준수, 신청일 기준으로 1개월 이상 근무 중인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가 대상이다.

대구는 특히 소상공인을 포함한 30인 미만의 사업체 수가 19만여 개로 전체 사업체 수 대비 98%를 차지한다. 이에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청은 지난 11일 대구 중구 내 주얼리 소공인 집적지에서 ‘일자리 안정자금’ 집중 홍보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번 행사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11개 공공기관 50여 명이 참여했으며, 주얼리 소공인 특화센터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간담회와 집적지 내 소공인들을 대상으로 리플릿을 배포하고 정책을 안내하는 가두 홍보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소공인과의 간담회에서 이영석 청장 대행은 “최저임금 인상이 당장은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소상공인 경영여건에 애로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득불평등 완화,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 등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확대로 이어져 소상공인 매출이 늘어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1월 한 달 급여를 지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서류를 수집해 지원하기 때문에 2월에 신청이 몰릴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은 해당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은 올해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 지역 산업계 관계자들은 “최저임금을 16%나 급격하게 올려놓고 올 한 해만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해주는 것이 무슨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가뜩이나 경기 상황도 안좋은데 이런 현장 상황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서서히 올려야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만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한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하은기자 haohong73@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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