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100여명 몰려 북새통
대부분 인터넷 미숙한 중장년층
행여 표 못구할까 초조·불안
일부 표는 10분만에 매진도
16일 하루동안 740여매 팔려
“명절 때마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참…”
설 연휴 열차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16일 오전 8시 30분께 대구 동구에 위치한 동대구역 제2맞이방 앞은 현장 예매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기하고 있는 100여 명의 사람 중 대부분이 인터넷 예매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었다. 이들은 구매를 원하는 승차권의 날짜와 시간 등을 기록한 예매 접수증을 가지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와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권해자(여·76·대구 북구 노원동)씨는 지난 14일 버스 첫차를 타고 오전 6시에 동대구역에 도착해 역사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쪽잠을 자며 이틀을 기다렸다.
권씨는 “이번 설에 경기도 안양에서 내려오는 딸 가족 내외와 손녀를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서둘러 오게 됐다”며 “자식 내외는 일하느라 바쁘니 좀 힘들더라도 내가 고생하는 게 낫다. 그래도 자식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기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오는 자녀를 위해 열차승차권을 예매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인터넷 홈페이지로 인천공항역-동대구역 구간 표를 예매하려다 접속이 안 돼 급히 차를 타고 왔다는 김민희(여·51·대구 동구 숙천동)씨는 늦게 와서 원하는 승차권을 구하지 못할까 봐 초조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딸이 설 연휴라고 몇 년 만에 영국에서 오는 건데 편하게 오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역에 도착해서 설 연휴 열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든 승차권을 예매해야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장 판매가 시작되는 오전 9시가 되자 승차권 예매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코레일 대구본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창구로 향했다. 총 6개의 창구에서 쉴 새 없이 승차권 판매가 이뤄졌다.
승차권 판매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일부 시간대의 표가 매진됐다는 얘기가 창구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창구 앞은 원하는 표를 구매한 시민의 환호와 구매하지 못한 시민의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약 740매 정도의 승차권이 판매됐다.
시민 조명희(여·45·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설 연휴인 15일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중학생 아들을 위해 원하는 시간대의 승차권을 끊어주고 싶었지만 매진돼 이른 아침 표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 대구본부는 올해 설 연휴 기간 열차승차권을 16~17일 이틀간 홈페이지(www.letskorail.com)와 지정된 역 창구, 승차권 판매 대리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