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폭락 투자자들 ‘멘붕’
가상화폐 폭락 투자자들 ‘멘붕’
  • 정은빈
  • 승인 2018.01.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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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대비 반토막 속출
“투자자 입장 고려 않은
오락가락 정부정책”분개
온라인 ‘손절 인증’ 러시
“선거 때 보자” 으름장도
#. 권모(24·대구 달서구)씨는 지난해 12월 초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번다”는 지인의 말에 따라 2년간 체육관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1천여만 원을 모두 비트코인 구매에 사용했다. 같은 달 8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시장 관리에 나선다는 말이 돌면서 거래 가격은 널뛰기 시작했고, 현재(17일) 권씨의 비트코인 보유자산은 투자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 조모(여·28·대구 남구)씨는 가상화폐 구매 이틀 만에 날벼락을 맞았다. 조씨는 200여만 원을 투자해 지난 10일 비트코인을 샀다. 다음날인 11일 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지 검토 등 초강경 규제책을 내놓겠다고 밝히자 거래가격이 폭락했고 조씨는 70만 원가량을 손해보고 매도했다. 전전긍긍하던 조씨는 밤잠을 설쳐가며 거래해 지난 15일 손실을 거의 만회했다. 하지만 16일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도 옵션 중 하나”라고 발언하자 거래가격이 다시 급락, 결국 투자금 200만원 중 130만원을 잃고 코인을 모두 처분했다.

조씨는 “비트코인을 처분하기 전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가격 등락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라며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을 투자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투자자들 입장은 고려않고 규제 등 관련 대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모습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에 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하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손해를 크게 본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손절(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주식 등을 파는 일) 인증’이 잇따랐다.

17일 가상통화거래소 빗썸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가격은 코인당 1천25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7일 코인당 거래가격(2천550만원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가상화폐 가격은 최고점을 찍은 지난 7일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불만도 점증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 누리꾼은 D커뮤니티 게시판에 부서진 컴퓨터 사진과 함께 “수익률이 -50%까지 떨어져 8천만원가량을 손해 봤다. 너무 화가 나서 컴퓨터를 던졌다. 이제 비트코인 시장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다. 또 대출까지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한 누리꾼은 “수익률이 -33%까지 떨어져 6천만원가량을 손해 봤다”며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는 글을 올렸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대책 시사로 손해본 분노를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표출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개인투자자 김모(30대)씨는 “2000년 초기 정부가 코스닥 열풍을 만들었다가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은 쪽박을 찼다”며 “투자로 인한 손실은 개인투자자의 몫인데 정부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 지방선거 때 꼭 투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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