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현장의 냉랭한 반응에 답이 있다
‘최저임금’현장의 냉랭한 반응에 답이 있다
  • 승인 2018.01.21 10: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와 경제부처 고위관료들이 총동원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 등 정책홍보를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각 부처는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노력을 병행하라”는 당부를 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정책홍보 현장은 문전박대 일색이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민생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지 확인한 기회였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최저임금 대책 홍보를 위해 소상공인을 방문했다가 냉담한 반응에 진땀을 흘린데서 보듯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장 실장이 분식집 방문에서 “임금이 올라야 국민들이 쓸 돈이 생긴다”고 하자 종업원은 “임금이 올라가면 뭐하냐. 장사가 잘돼야 (오른 임금을) 받아도 마음이 편하다”고 퉁명스럽게 받아쳤다고 한다. 당황한 장 실장이 일자리안정기금을 통해 정부가 1인당 13만원을 준다고 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신청한다고 다 주는 게 아니라 뭔가 따르는 게 있겠죠”라는 역공을 받기도 했다.

홍보물을 들고 현장에 나간 다른 장관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일 식당에서 농식품부 장관이 최저임금 정부 지원을 설명하자 주인은 “장관님 얘기하는 것처럼 세상일이 쉽게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음식점 주인은 “(최저임금이 올라) 종업원 두 사람을 또 줄이고 제가 집사람과 같이 일한다”면서 “대통령에게 우리 실정을 잘 말씀드려 달라”고 역주문했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에겐 임금보다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하소연이 쏟아졌다. 고위관료들이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살피러 나가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장·차관급 고위관료들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우르르 달려가는 모양새부터 우스꽝스럽다. 게다가 장 실장이 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공무원이 홍보 전단을 읽고 잘 답변하라는 사전 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정책홍보 미흡으로 초래된 혼란이 아니다. 한꺼번에 16.4%나 올린 최저임금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세업자들은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고용을 적게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재정으로 돌려막고 카드수수료 인하 같은 떠넘기기 대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30인 이하 기업에 일자리안정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고용보험 가입자비율이 적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