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뒤에 색칠하고, 천장에 작품 걸 수도 있어”
“캔버스 뒤에 색칠하고, 천장에 작품 걸 수도 있어”
  • 대구신문
  • 승인 2018.01.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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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홍정욱 nor전

“평면회화 작업 방식·재료 등

상식 파괴하는 순간이 예술”

본질 탐구 통해 확장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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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벽에 걸려야 할 캔버스 3개가 바닥에 설치돼 있다. 일반적이지 않아 일견 불안함도 감돈다. 하지만 의외성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캔버스를 걸지 않고 바닥에 세워야 하는 특성으로 거치면 2개를 뒷면에 붙였고, 당연히 앞에서 칠하야 할 색도 뒷면에 작업했다.

천장에 매달린 삼각뿔 형태의 설치작품도 캔버스의 사각 프레임이라는 정석을 깬다. 삼각뿔은 5각형 형태와 5각형 밑면에서 시작해 또 다른 꼭지점까지 그림을 그리듯 직선과 곡선으로 연결되어 솟아 있다. 최근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 전시를 시작한 홍정욱의 설치 작품 ‘nor’이다.

“‘그린다’는 본질적 측면에서 캔버스 앞면에 칠할 수도 있고 뒷면에 칠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벽에만 걸 이유도 없다. 바닥이나 천장에 설치할 수도 있다. 칠하는 면과 거는 공간의 상식만 깨도 캔버스 자체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예술적 소재가 될 수 있다.”

홍정욱의 예술 주제는 ‘확장’이다. 사회적으로 공인되어 고착화된 개념이나 인식체계를 보다 풍요롭게 확장하는데 가치를 둔다. 그는 '확장'이 일정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고 믿고 있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고착화된 개념이나 인식체계에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논리를 제시하고 △ 새 논리가 사회로부터 공인되는 시간을 거치는 등의 단계를 지나면서 하나의 인식체계가 보다 풍요롭게 확장된다는 것.       

“견고하게 고착화된 개념을 확장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왜냐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은 범위가 좁지만, 이미 널리 퍼진 개념들을 확장한다면 그 범위는 아주 넓을 수 있다. 예술이야말로 도전 정신을 구현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겠나?”

확장을 위한 시발점은 ‘본질 탐구’. 주로 탐구는 작업의 재료나 작업 방식 등의 외형적 요소로부터 시작해 개념적 요소로 확장된다.

예컨데 이렇다. 캔버스를 해체하면 천과 나무로 분리된다. 이때 천과 나무는 각각 본질이 된다. 나무의 경우 휘거나 갈라지는 성질을 가지는데 이것이 곧 본질이다. 캔버스 사각 프레임을 위해 동일한 사이즈로 나무를 잘라도 변형 가능성 때문에 정사각 프레임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변형가능성이야말로 사각 프레임 캔버스의 상식을 깨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본질로부터의 확장이다.

“나무의 변형 가능성이라는 본질을 이해하면 사각이라는 고정화된 프레임은 얼마든지 변화 가능해진다.”

오늘날 분야별 융복합은 대세다. 이 때 핵심은 관계성이다. 홍정욱이 ‘확장’에서 주목하는 또 하나의 프레임도 ‘관계성’이다. 그가 ‘용접’이라는 행위를 대입해 관계가 가지는 확장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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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탐구와 본질과 본질과의 관계성을 통해 ‘확장’을 모색하는 홍정욱 초대전이 봉산문화회관에서 3월 18일까지 열린다.


홍정욱은 조각 전공자가 아니어서 용접에 서툴다. 그래서 용접 외에 다른 접합(접착) 방법을 원하게 됐다. 대안을 찾기 위해 접착의 본질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는 붙인다는 것이 접착의 본질이라면 용접이나 접착제를 사용하는 방법 외에도 재료에 홈을 파서 끼워 맞추거나 자성이라는 물리적인 방식을 결합하는 등 다양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 전시작인 천장에 매단 삼각뿔 형태도 접착제 대신 자성으로 완성했다. “용접 대신 끼워 맞추는 공법과 관계를 맺으면 더 견고한 형태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라는 재료와 접착이라는 작업방식에서 각각의 본질에 접근하고 본질과 본질을 ‘관계맺음’ 함으로써 ‘확장’의 범위와 넓이를 다채롭게 했다. 이는 회화의 본질에 기반하고 있다.

“회화의 본질은 세상과 자연의 원리, 인간과의 관계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느 한 방편에 귀속되기보다 서로 내포된 것임을 알면 새로운 변화와 또 다른 균형의 가능성은 커진다.”

견고한 확장을 얻기 위한 요소는 무엇일까? 홍정욱은 ‘시간’에 주목했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이 믿어 의심치 않는 개념으로 숙성되기 위한 조건으로 ‘시간’을 바라봤다.

“너무 빨리 무언가를 만들고 받아들이면 놓치는 것들이 생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기본에 충실하고, 관계 속의 이면을 탐구하는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야 확장이 견고해진다.” 전시는 3월 18일까지. 053-661-35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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