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거천 정비사업,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팔거천 정비사업,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 정은빈
  • 승인 2018.01.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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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멸종위기 수달 발견 잇따라
시행사업 놓고 갈등 재점화 조짐
시민단체 “생태계 훼손 우려”
북구 “지금 와서 중단은 힘들어”
수달1
최근 멸종위기 1급 동물 수달이 팔거천에서 연달아 발견돼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4시께 대구 북구 구암동 팔거천 산책로에서 발견된 수달의 모습. 정은빈 기자

최근 멸종위기 1급 동물 수달이 팔거천에서 여러 차례 발견돼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는 조짐이다.

지난 13일 오후 4시께 조모(48·대구 북구 동천동)씨는 북구 구암동 칠곡운암역 인근 팔거천 산책로를 지나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 1마리를 발견했다. 조씨는 수달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시민단체 ‘팔거천지킴이’에 제보했다.

이 밖에도 팔거천지킴이는 지난 1년간 5여 건의 수달 발견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 따르면 팔거천에는 3마리 이상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의 진행 방향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진 팔거천 재해예방사업 중 현재 진행되고 있는 3단계 공사는 유지용수를 공급해 팔거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하천 일대에 펌프시설과 댐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팔거천지킴이 등 시민단체는 인위적인 유지용수 공급이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오히려 하천에 인공물을 설치하는 행위가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매년 유지에만 수억 원이 드는 인공시설을 설치하기보다 하천 상류에서 내려오는 폐수를 차단하는 등 근본적인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팔거천지킴이 관계자는 “1급수 하천에서만 사는 수달이 팔거천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팔거천이 자연 정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수달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재해예방사업을 중단하고 사업 방향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공사 중 수달과 같은 천연기념물이 발견될 경우 일단 공사를 멈추고 새로운 방안을 마련한 뒤 공사를 재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포획 등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있다. 또 보호가 필요한 야생 동·식물과 서식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실태조사 등을 시행하도록 돼 있다.

대구 북구는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을 예정대로 오는 2020년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북구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달리 유지용수를 조절하면 팔거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내년 중 완료되는 하수도정비사업을 통해 오·우수 분리관을 정비하면 생활폐수 등 오염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은 이미 착공돼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중단하기는 힘들다”며 “팔거천 내 수달 서식이 확실해질 경우 환경관리과 등과 협의해 대체 서식지 마련 등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오는 5월께 팔거천과 신천, 금호강 등에서 수달 생태환경조사 연구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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