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 승인 2018.02.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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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설날 아침, 평창으로부터 날아온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은 정치와 경제에 신물을 삼키던 국민들의 마음에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자 위안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어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는 소소한 즐거움까지 누리며, 많은 국민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 이 기회에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루지, 노르딕복합 등 다양한 경기종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너무 집착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의 기대주 최민정 선수가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두 번째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러나 실격 처리가 되어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고, 네 번째로 들어온 캐나다 선수 ‘킴 부탱(Kim boutin)’에게 동메달이 돌아갔다.

이유는 임패딩(Impading: 다른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 즉 가로막기(blocking), 공격(charging) 또는 몸의 일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pushing) 등) 반칙 탓이었다. 심판들은 최 선수가 추월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선수의 무릎을 손으로 건드렸다고 봤다는 것이다.

짧은 거리의 쇼트트랙 경기에서 임패딩은 매우 자주 발생되는 행위다. 안현수, 심석희 등 많은 선수들이 이 규정으로 실격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보는 시각이나 각도의 차이에 따라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이번 시즌부터 판정은 더욱 엄격하게 강화되는 추세라는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격 판정 이후 최 선수가 인터뷰를 통해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 없는 경기였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물론 안방에서 중계를 통해 본 시청자들에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인정할 것은 깨끗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선수가 실격이 된 것을 일부 민감한 네티즌들이 동메달을 획득하게 된 선수의 인터넷 계정(SNS, Social Network Service)에 댓글로 거칠게 항의를 했고, 결국 그 선수는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칫 국제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매우 부끄럽고 주인답지 못한 행동이다.

그런데는 언론의 역할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는 4관왕의 주인공으로 최민정 선수를 꼽고 있었다. ‘따 놓은 당상’이라는 듯 앞서간 방송의 과열된 예측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지나친 기대는 해당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승리에 대한 긴장과 압박감으로 뭉쳐진 선수의 몸과 마음이 실수를 유발할 수 있고, 안타까운 마음에 댓글 항의라는 뜻밖의 부작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는지….

기대가 컸던 만큼 놓친 메달이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에 너무 실망해서는 안 된다. 경기에는 상대가 있고, 모든 선수가 충분한 준비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또한 선수의 컨디션과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변수가 종합적으로 나타나며, 심판의 판정은 되돌릴 수가 없다. 그래서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는 미리 ‘잘 할 테니,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국제 경기나 국제적인 행사를 준비할 때, 국민들을 대상으로 더 이상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교육이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나 SNS에 접속할 수 있다지만, 상대 선수에게 불편한 감정을 함부로 쏟아내는 무례한 행위에 대해서는 특정한 제재가 필요할 것 같다.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최선을 다하고도 실격당한 선수에게 따뜻한 위로와 남은 경기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것이지, 무고한 선수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언론계에서도 ‘심상치 않은 판정’ 운운하는 등 실망감을 부추기는 표현보다는, 승복하는 자세와 달라진 규정이나 용어 등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곁들여주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지구촌의 축제, 평창 동계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월에는 패럴림픽도 개최될 예정이다. 부디 마지막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전한 스포츠 정신과 개최국으로서의 성숙하고 정정당당한 주인의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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