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추세 무색…간호사 인권 ‘바닥’
워라밸 추세 무색…간호사 인권 ‘바닥’
  • 남승렬
  • 승인 2018.02.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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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일곱 “인권침해 당했다”
40%는 ‘태움문화’ 피해자
환자들의 성희롱 무방비 노출
실태 개선 제도적 장치 시급
개인의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가정 양립)이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일선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처우는 이에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들은 환자 등이 자행하는 성희롱과 성폭행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심각한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대한간호협회(간협)에 따르면 간호사 열명 가운데 일곱명이 병원에서 근로 기준 관련 인권침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료 간호사나 의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이른바 ‘태움문화’의 피해자도 40%를 넘었다. 또 19%는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이 크게 열악할 뿐더러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간협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설문에 참여한 7천275명의 답변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설문결과를 보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인권침해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간호사는 69.5%에 달했다. 원하지 않는 근로를 강요하거나 연장근로를 강제한다는 응답이 각각 2천477건과 2천5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장근로에 대한 시간 외 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천37건,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을 이유 없이 제한한다는 응답도 1천995건에 달했다.

생리휴가, 육아시간, 육아휴직, 임산부에 대한 보호 등 모성보호와 관련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27.1%가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생리휴가를 청구했는데도 불구하고 허락하지 않거나 수유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응답자의 18.9%는 지난 1년간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이 밝힌 가해자의 59.1%는 환자, 21.9%는 의사, 5.9%는 환자의 보호자였다.

이와 함께 지난 1년간 직장에서 이른바 ‘태움’ 등으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간호사는 40.9%로, 절반에 가까웠다. 가장 최근에 본인을 괴롭힌 가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직속상관인 간호사 및 프리셉터(사수)가 30.2%로 가장 많았다.

괴롭힘의 구체적 사례로는 ‘고함을 치거나 폭언하는 경우’가 1천8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험담 등을 하는 사례 1천399건, 일과 관련해 굴욕 또는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사례 1천324건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의 인권단체는 “조직내 팽배한 수직적 갑질 행태가 인권 감수성을 떨어뜨리고 워라밸 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간호사들의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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