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그늘, 일용직 일감도 앗아갔다
최저임금 그늘, 일용직 일감도 앗아갔다
  • 장성환
  • 승인 2018.02.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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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일취업센터 가보니
하루 40~50여명 찾지만
일자리 득템 10명도 안돼
대분분 허탕 치고 ‘한숨’
남성이 여성보다 더 심각
“매일 혹시나 하고 나오는 데 일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예…”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용직 구직자들이 심각한 일자리 난에 허덕이고 있다.

일용직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대구 서구 비산동의 대구일일취업센터.

20일 오전 6시 40분 이 센터는 일감을 찾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센터에 들어오자마자 장부에 이름을 적고 자리에 앉아 일감이 나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센터 전화벨이 울리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직원 쪽으로 향했다. 사람을 구하는 업체의 전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감이 있는지 묻는 구직자의 전화였다. 실망한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한숨을 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날 오전 5시부터 낮 12시까지 약 40~50여 명의 사람들이 센터를 방문했지만 구직에 성공한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하염없이 구인전화만 기다리다 돌아갔다.

이곳을 방문하는 구직자들은 90% 이상이 60대 이상의 남성이었지만 최근에 센터로 들어오는 일감 대부분은 식당 보조나 청소 등 여성 노동자를 찾는 일이어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구직난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일일취업센터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정상식(68·대구 서구 비산동)씨는 “최근에 일을 나가본 적이 없다”며 “한 번 일을 나가게 돼서 잘하면 그 업체에서 계속 써 주기도 하지만 그 한 번 나갈 기회조차 없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재혁(67·대구 북구 침산동)씨도 “매일 센터에 오기는 하는데 올겨울에는 일을 나간 기억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사설 인력 업체랑 달리 여기는 수수료를 떼지 않아 받는 돈은 많지만 일을 구하기가 어려워 경제 사정이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운영하는 대구일일취업센터는 인력 시장처럼 일손이 필요한 업체가 사람을 구하면 그날그날 일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성서공단·제3산업단지·염색산단 등 공장에서 하는 단순 노무 일이나 식당 보조·청소 등의 일을 알선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제조업의 불황으로 일감이 없어지며 일일취업센터를 방문하는 구직자들이 심각한 일자리 난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까지 급격히 상승해 일거리가 작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남성의 경우 작년까지는 평균 10만 원 정도의 일당을 받았지만, 올해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평균 일당이 11만 원으로 1만 원 정도 올랐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많은 수의 일용직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이곳의 사정은 더욱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에서 상대적으로 일당이 저렴한 여성을 불러 남성이 하는 일을 시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센터에서는 일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만 듣고 사람을 보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거르기 힘든 상황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3만 원가량 낮은 평균 8만 원 정도의 일당을 받는다.

조래원 대구일일취업센터 팀장은 “업체 측에서 전화로 일당만 물어보고 사람을 안 쓰는 곳이 많아졌다”며 “아침 일찍부터 센터에 와서 기다리다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경기가 좋아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거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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