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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17년째 지역 돌며 재능기부 공연…클래식 전도사 역할

기사전송 2018-03-13, 21: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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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희 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
제자들 무대 위해 오케스트라 창단
대중 ‘취향 저격’…객석점유률 120
대구 양로원·구치소 등 찾아가는 공연
국내외 성악가와 매년 전국순회공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
“다양한 인연과 음악으로 나눔 실천”
박향희 (사)대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은 음악을 통해 다양한 나눔의 삶을 살고 있다.


세기말이었다. 정확히는 1999년. 박향희는 고민에 빠졌다. 영챔버오케스트라(이하 영챔버)를 전신으로 전문심포니오케스트라를 창단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망설였다. 지역 대학 재학생을 주축으로 한 영챔버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운영난을 경험한 탓이었다. 그때 쐐기를 박은 인물이 그녀의 할아버지였다.

박향희의 할아버지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는 손녀에게 “사람은 밥만 먹고 살수 없다. 너는 음악을 공부했으니 음악을 통한 나눔의 삶을 살아라”라며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평생 의술을 베풀며 나눔의 삶을 살았던 이의 조언이어서 그랬을까? 할아버지의 진심어린 말씀이 그녀의 가슴에 별처럼 박혀왔다.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돈벌이가 아닌 가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셨어요. 할아버지께서 의술로 나눔을 실천하셨듯이 손녀도 전공인 음악을 통해 나눔의 삶을 살기를 바라셨던 것이죠.”

박향희는 계명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첸뜨로음악원에서 6년 동안 연주자과정을 거쳤다. 3년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A.R.T음악원에서 오르프 과정을 이수했고, 귀국 후에는 연주활동과 더불어 계명대,경북예고,김천예고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사)대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그랜드심포니)는 그 즈음인 1999년에 창단했다. 그랜드심포니는 대구에서 ‘사단법인 오케스트라 1호’이자 ‘전문예술법인 2호’였다. 창단 이전에 영챔버(97년창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영챔버는 그녀에게 입시 레슨을 받던 제자들이 대학 진학 후 설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창단됐다. 박향희 인생의 첫 오케스트라였다. 영챔버는 예술고와 대학에서 만난 제자들 중심으로 55~60명의 단원으로 구성됐다. 이들 중에는 해외 유학파와 박사 학위 소지자도 상당수였다.

“음악이 인간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자산이라는 철학으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어요. 할아버지가 권유하셨던 나눔의 삶과 일치했죠.”

그랜드심포니 창단연주회는 2000년 구 대구시민회관(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었다. 주제를 ‘가족 음악회’로 정하고 대중적인 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동일한 주제로 소주제만 달리해 지금까지 17회의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가족 대상 대중적 프로그램으로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그랜드심포니 정기연주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탔다. 매니아 관객층이 생겨났고, 객석점유률이 120%를 웃돌았다.

좌석이 모자라 통로에까지 관객이 몰렸다. 그 덕에 2015년부터 구미문화예술회관 초청 연주회도 올리게 됐다.

“좋은 연주로 대중적인 공연을 펼친 결과 일반인 클래식 관객층이 생겼어요. 대구 클래식계에 새로운 관객층을 형성했다는 자부심이 생겼죠.”

그랜드심포니는 기획공연도 꾸준하게 해왔다. 재능기부를 통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펼쳤다. 양로원, 대구구치소, 대구고용센터, 초·중·고교 등 관객이 있는 곳이면 장소불문 달려갔다. 2011년에는 년중 150회의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황무지를 찾아다니며 오케스트라 전도사를 자처했다.

“난생처음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이들이 많았어요. 클래식이 어렵다고만 느꼈던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환호하는 모습을 볼때면 행복 에너지가 샘솟았죠. 그 감동으로 재능기부 공연을 매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계기는 가수 예민과 함께한 오지 시골학교 찾아가는 공연이었다.

학생 수 20명 미만의 시골학교를 예민과 함게 돌며 클래식 공연을 선사하며 클래식의 힘을 경험한 것.

“그 아이들에게는 평생 첫 공연이었죠. 아이들의 행복한 눈망울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음악을 통한 진정한 교감이라고 느꼈죠.”

정기연주회와 찾아가는 공연은 17년째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이야 비상근 체제로 운영되지만 창단 후 오랫 동안 유급으로 50~60여명의 단원들을 이끌었다. 발목을 잡는 것은 언제나 예산이었다.

지역기업인 대성 기업의 후원과 일반인들의 1인 년 10만원 기부가 도움이 됐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고, 부족분은 박 대표 몫이었다.

그녀는 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지금까지 휴일도 반납하고 유목민처럼 강의를 떠돌았다. 오케스트라 1년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휴식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예산에 맞추려면 공연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죠. 그러나 제 자존심에 질은 양보불가죠. 질에 맞춘 공연을 하기 위해 제가 몸으로 뛰어야 했죠.”

그녀의 또 다른 수식어는 공연기획자.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 등의 해외 실력파 성악가로 팀을 꾸려 매년 3~4회 전국순회공연을 펼친다.

높은 퀄리티가 순회공연을 이끈 동력이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오케스트라나 기획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의 질이에요.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대중성을 추구하지만 연주력은 최상을 지향해왔죠. 박향희 공연은 믿고 본다는 믿음을 주려고 애써 온 시간들이었어요.”

그녀의 활동력은 어디까지일까? 이번에는 대한민국 1호 클래식 음악실인 ‘녹향 살리기’에 나섰다.

운영난에 문을 닫을 형편이 된 ‘녹향’을 위해 벌써 9년째 공연과 기획을 맡아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 유산인 ‘녹향’ 브랜드를 알리고 녹향 콘텐츠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최근 그녀의 즐거움은 단연 달서경찰서 도원치안센타 문화파출소다. 문화파출소 운영자로 활약하고 있다. 문화파출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경찰청과 함께 추진하는 협력사업이다. 2016년에 전국에서 공모한 치안센터 중에서 10곳이 문화파출소로 지정됐다. 대구 경북에는 유일하게 도원치안센터가 선정되어 지난해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다양한 문화강좌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열정은 문화파출소에까지 뻗쳐있다. 문화파출소 소속 어린이명예경찰 연주단을 창단한 것. 창단 1년 만에 지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시에나 시장 Luugi Vagaggin로부터 시에나 팔리오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공연은 6월 30일에 팔리오 축제 무대에서 열린다.

“문화파출소 공연에 이탈리아 성악가가 포함됐는데 그가 어린이명예경찰연주단의 공연을 보고 시에나 시장님께 소개를 해서 올해 페스티벌에 초청이 됐어요. 현재 항공비와 체류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과제인데 후원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화파출소 만 1년 동안의 운영 성적은 예사롭지 않다. 전국 최고다. 여타 문화파출소가 평균 수익을 낸 것에 비해 도원치안센터 문화파출소는 5천만원의 수익을 냈다. 대규모 공연장 수준에 버금가는 운영 프로그램 강사진과 공연진이 이같은 성과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일마다 최상의 성과를 거두는 박향희 (사)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 지난 연말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녀는 모두가 오케스트라 덕이라고 했다. 오케스트라 운영자로 맺은 수많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좋은 음악회를 기획하고 문화파출소 사업도 다채롭게 펼칠 수 있었다는 것. 오케스트라야말로 그녀의 음악 인생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다양한 음악사업을 펼치면서 마음과 마음으로 인연들을 맺어왔어요. 그 인연들이 새로운 활동의 자산이 됐죠. 앞으로도 음악가로써 음악 안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음악을 통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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