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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님에게만…보랏빛 고운 자태 꿈결 같은 만남

기사전송 2018-04-05, 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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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야생화 편지 (12)깽깽이풀
개화 기간 짧아 2~3일 만에 지고 말아
시기 맞추지 못하면 얼굴 보기 힘들어
한때 멸종위기종 지정 됐다가 해제돼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도란도란 모여
여수·의성·소백산 등 전국적으로 분포
식물원서 관람 목적 식재한 곳도 많아
군락지서도 10여일이면 모습을 감춰
한방서 설사 멈추게 하는 약초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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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의 봄꽃

야생화 찍사 아니 야생화 스토커를 시작한 지 벌써 16년째로 접어든다. 그 동안 길을 걸으면서 혹은 산행을 하면서 많은 풀꽃들을 만났다. 그들에게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기도 했고 그들과 더불어 힐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그리움과 기다림으로도 만나지 못한 풀꽃들이 여전히 많다. 백두산에 자생하는 장백제비꽃과 울릉도 산속에 사는 우산제비꽃, 강원도 산골처녀 해오라비난초, 나도제비란 등과 같은 녀석들이다. 그런 풀꽃 가운데 하나가 깽깽이풀이었다.

이 녀석은 개화기간이 매우 짧아 개화해서 2~3일 정도면 지고 말기 때문에 군락지를 찾더라도 불과 1주 정도의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누차 찾아가서는 꽃이 지고난 뒤의 모습만 보고 와야 했다. 15년의 기다림으로 깽깽이풀을 만나러 나섰다. 때마침 고향의 군청에서 공무원을 하는 후배와 언젠가 함께 출사하겠노라고 하면서 번번이 삶의 굴레에 갖혀 취소되곤 했었다. 때마침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찬란히 빛나는 봄꽃을 찾아 그 자생지 계곡을 들어선다.

깽깽이풀은 중부 내륙지방을 기준으로 4월 5~15일경에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가 지금은 전국의 여러 곳에서 자생지가 발견되기도 하고 원예용으로 많이 보급하고 있기도 해서 해제된 상태라 한다. 보호종으로 지정된 많은 야생풀꽃들은 대개 무분별한 채취나 일반인에게 노출된 탓이 있기도 하지만 야생화꾼들이나 사진가들에 의해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깽깽이풀 군락지로 들어섰다. 산 중턱 아래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는 낙엽수림의 가장자리에서 혹은 나뭇가지가 적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도란도란 모여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올해 20도를 넘나드는 고온의 봄날이 10여일 이상이나 계속되어 조금 개화가 이르리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하지만 숲속에서는 그리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고,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듯이 그들은 약속된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련한 봄날의 꿈결 같은 만남이었다.



#깽깽이풀의 특성

깽깽이풀은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깽깽이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Jeffersonia dubia Benth. et Hook로, 여기서 속명 예페르소니아(Jeffersonia)는 미국의 대통령인 Thomas Jefferson를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 한다. 또한 종소명 두비아(dubia)는 잎이 반으로 접혀 올라오는 특성을 나타낸다. 중국명은 선황련(xian huang lian)인데 여기서 ‘선(鮮)’은 곱다는 것 혹은 조선(朝鮮)이라는 의미이다. 즉 곱거나 조선에서 나는 황련(黃連)이라는 뜻이다.

일본명 다츠다소우는 일본군함 다츠다호의 승무원이 러일전쟁 때 중국에서 가져왔다고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한때 희귀식물로 분류될 만큼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 중턱 아래의 골짜기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주로 북쪽으로 터진 계곡 입구의 동향 사면이 주요 서식지로, 약간 습윤하고 반그늘인 곳을 좋아한다. 최근 여수 바닷가, 의성, 소백산, 서산 등 많은 서식지가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 동북부와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분포한다.

꽃대는 높이가 20~30㎝ 정도로 자라고 잎은 연잎처럼 긴 잎줄기에 달려 있는데 빗방울에도 연잎처럼 젖지 않는다. 주로 무리를 이루어 피는데 그 무리가 줄을 선 것처럼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씨앗을 퍼뜨리는 개미가 자신의 집으로 이동시키다가 개미의 길에서 빠트린 것이 발아하기 때문이라 한다. 일본 등에서는 관상용으로 많이 보급하고 있으며, 원예종으로서 단점은 개화기간이 아주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꽃이 아름다워 식물원에서는 관람 목적으로 대개 깽깽이풀을 식재한 곳이 많으며, 인공 번식에 성공해서 야생화를 취급하는 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나 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관찰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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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의 전설

깽깽이풀은 한방에서는 황련(黃連)이라 하여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능을 가진 약초로 이용됐다. 여기에 얽힌 전설이 하나 전한다.

옛날 중국 사천지방에 도씨 성을 가진 명의가 살고 있었다. 그는 삼국지에 나오듯이 화타가 조조에게 살해당한 후 그 후손들은 성을 바꾸고 도망와서 몰래 숨어살고 있었다. 도의원은 열심히 의술을 익혀 사천성에서 제일가는 명의가 된 것이다. 그는 이름이 황후생(黃厚生)라고 하는 고아를 키우고 있었다.

그 의원의 집에는 백 가지 약초를 별도로 키우는 백초원(百草園)이라는 정원이 있었는데 그 황후생에게 정원을 관리하게 했다. 의원의 딸인 연매(連妹)가 걷다가 습지가 많은 곳에서 풀 한 송이를 보았는데 그 풀이 너무 예뻐 자신의 집 정원에 가져다 심었다. 그래서 황후생은 그 풀을 정성껏 돌보았고 그 이듬해 꽃이 만발했다.

바로 그해 겨울 연매가 병에 걸리고 말았다. 입이 마르고 열이 나면서 토하고 설사도 했다. 그런데 마침 도의원이 출타중이라 황후생은 안절부절 하다가 우연히 연매가 심었던 풀이 기억났다. 그 맛이 쓴 것이기에 쓴 약이 몸에 좋다(苦口良藥)는 생각이 들어 연매에게 먹였다. 그런데 몇 날을 복용하고 나서 낫게 됐다. 며칠 뒤 왕진을 마친 도의원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그 이야기를 듣게 됐다. 도의원은 그 꽃을 다시 달여 딸과 비슷한 증세가 있는 사람들에게 처방을 했다. 딸이 먹었던 약초가 위와 장의 열을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도의원은 이 약초를 황후생과 연매의 앞 글자를 따서 황련(黃連)이라 이름 지었다. 이 약초는 지금도 사천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깽깽이풀의 효능

맛은 쓰고 성질은 차갑다. 심장과 간과 위와 대장에 작용한다. 황련은 성질이 매우 차고 써서 열을 잘 내리고 습기를 없애 주기도 한다. 심장에 작용해 열이 있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못 이루는 증세와 코피나 피를 토하는 증상을 다스리고, 위장에 작용해 배가 더부룩하고 설사하면서 아픈 것을 다스린다. 그밖에 세균성 및 아메바성 이질, 장염, 손발에 힘이 없거나 온몸이 쑤시는 갱년기 증세, 심장이 자주 두근두근 뛰거나 얼굴이 붓고 혓바늘이 돋는 것 등에 효과가 있다. 외용으로 사용하면 염증과 습진, 소양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4월의 봄꽃

4월이 오면 이제 완전히 봄날이 왔노라고 할 것이다. 대지에는 새싹들이 돋아나고 수목의 새순도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러한 싱그러운 봄내음이 바람에 실려 올 때 숲속에서 매혹적인 미모로 연보랏빛 꽃을 내미는 것이 깽깽이풀이다.

이른 봄 남보다 먼저/ 이슬에 세수하고/ 바람결에 머리칼 가다듬고/ 돋는 햇살에 얼굴 매만져/ 오직 님에게만 보이고자/ 한껏 멋을 냈어요// 연보랏빛 속마음을/ 아무리 펴 보이려 애를 써도/ 끝내 다 펴지 못 했고/ 한가슴 속 샛노랑 꿈만/ 하늘 보란 듯 두 팔 벌려도/ 일찍 피는 죄는 실바람에도/ 외톨로 떨어야 하나봐요//····(후략) (깽깽이풀 / 김종태)

주로 산중턱 아래 숲속에서 자라는데 꽃이 개화하여 2~3일이면 지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활짝 핀 모습을 만나기 어렵다. 군락지에서도 대개 10여일이면 꽃은 모습을 감춘다. 봄살이식물(spring ephemeral) 중에서도 낙엽수림의 새순이 싹트기 전에 피어나기 때문에 아마도 새순의 잎이 펼쳐지기까지의 짧은 기간에 수분을 하고 종자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일장춘몽’이라 한 것처럼 짧은 기간만 볼 수 있는 귀한 꽃이기에 만남은 더욱 애틋해진다.

잠시/ 해질녘 노을에/ 내려왔는가// 깽깽이풀이/ 바위 그늘에 누워/ 서늘한 바람에/ 잔물결로 흔들리고// 어디선가/ 멈칫멈칫 안겨오는/ 연보랏빛 한숨소리// 어스름/ 노을에 잠겨드는/ 개암나무 둥치에서/ 풀벌레들 기억의/ 한 끝을 찾아우는데// 낑깽이풀/ 여린 몸짓으로/ 돌아눕는 빈자리에/ 그리움이/ 소롯이 내려앉는다.// (깽깽이풀 / 강미)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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