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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화요칼럼

공동주택단지의 한계

기사전송 2018-04-16, 21: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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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대
한동대교수
한국감정원 상임감사


우리나라의 주거지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자연발생적인 가촌의 형태가 점차 인구의 집적과 함께 도시의 중심지를 형성하면서 공간적 분화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서 서구가 고민해왔던 좋은 도시의 형태 등에 관한 규범적 고민은 도시계획가들이 그다지 골몰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6.25 전쟁 후 도시를 복원하면서 경제적·기능적으로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집촌들을 서둘러 개발하였고, 마포아파트를 필두로 공동 집합주택을 건설하여 도시환경을 일신하는 좋은 수단으로 아파트가 보편화되기 시작하였다.

몰려드는 도시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주택의 양적 공급은 최우선 정책이 되어 1년에 40만호를 건설하는가 하면 매년 6, 7만호에 해당하는 일산 도시만한 규모의 재건축이 일어나곤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은 1,280만호 규모로 성장하였고, 단독주택지는 단독, 다가구, 다중주택 등을 포함 417만 가구가 등록되어 있다. 주택 수를 모두 합하면 1,700여 만호 인데 공동주택이 75퍼센트를 상회하고 있다. 국민의 3/4이 공동주택지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단지화된 공동주택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결정짓는 동안 우리는 점점 내부화되고, 폐쇄적이며, 획일적 타성에 젖어 공동체의 건전한 모습을 상실해왔다. 전국적으로 약 29만개의 아파트 단지가 있으며, 이것은 마치 서로 다른 29만개의 그릇 속에 갇혀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단지의 구조는 흔히 래티스(lattice) 구조와 트리(tree) 구조로 대별된다. 래티스는 격자형 구조로 다양한 네트워크가 가능하나, 공동 주택지는 단지 그 자체가 트리 구조로 되어 있어서 아파트 단지에서 자기 아파트 현관문에 이르는 동안만 통로가 되는 트리 구조를 충실히 하고 있다. 때문에 개별 호의 독립성은 잘 유지되나 이웃과의 교호,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은 원활하지 못하다. 단지가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거나 아파트 입구가 통제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외부로 열려 있지 않다.

서구의 도시는 1920년대 중반에 도시의 계획 단위를 초등학교 하나를 중심으로 보차분리, 보행거리 등의 원칙을 만들어 실현해왔고, 주거지의 구성은 컬데삭(cul-de-sac)이라고 하는 20개 정도의 유니트의 주택지를 막다른 골목 형태로 조합하여 실현해왔으며, 중심지는 시티센터 경계(city center boundary)를 명확히 하여 주거지와 구분하고 그 가운데 공간을 도시공원, 체육시설 등을 두는 원리를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거지 형태는 광활한 토지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나름의 클러스터 속에서 공동체로서의 삶의 질을 누리고 있기도 한다. 공동 주택지도 셰어 하우스 같은 개념으로 공동 주방, 공동 세면장, 공동 현관, 공동 작업장 등 주민과의 생활방식을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하여 왔다. 주택을 공급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수요자 각자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물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획일적 공동주택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면서 단독 주택지는 담장을 개방하고, 조경공간으로, 공동 주차장으로 다시 고쳐 쓰고 있으며, 아파트도 중간층에 문화공간을 재설계하고 단지 내 사도를 준공공 공간화하여 문화가로로 재활용하여 쓰고 있기도 한다.

이전까지 유행했던 용적율 300%를 달성하는 초고층 아파트가 다음 세기에도 과연 지속가능할까? 추가적인 용적율 완화 없이 재건축이 가능할까에 대한 대답이 막히면 우리는 새로운 주택단지 조성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싱글세대가 넘쳐나며, 평당 분양가가 3천~7천만원을 상회하는 지금에 이러한 획일적 배치, 단일한 평면이 계속 받아들여질까? 로또 아파트에 젖어 있는 우리의 심성이 공동체로서의 삶의 방식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도시재생의 수단이 되었으면 한다.

주택은 단지 구조물이거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고 복합적인 일련의 목적을 위해 창조된 하나의 제도(Institution)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사회적 과정이고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난 세기 우리가 미쳐 고민하지 못했던 계획적 수단이나, 기능적 조화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규범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이다. 좋은 주거지가 무엇인가? 좋은 형태의 주거는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규범적(Normative)인 고민이 더해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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