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화 대구로…시민에 색다른 문화체험 제공”
“세계 명화 대구로…시민에 색다른 문화체험 제공”
  • 대구신문
  • 승인 2018.04.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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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규 뉴욕 신갤러리 대표

16세에 美 유학길 올라 미술 접해

작품 사고팔며 수집가의 길 걷다

뉴욕 경험 바탕 갤러리스트 선회

“작품 네임벨류보다 직관·촉 중시

경주에 亞 대표 미술관 설립 목표”

23일 을갤러리서 무료 강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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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갤러리스트 신홍규(28) 신 갤러리 대표가 을갤러리 기획자로 대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뉴욕을 가지 않고 대구에서 세계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을갤러리 제공


뉴욕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갤러리스트 신홍규(28) 신 갤러리 대표가 을갤러리 기획자로 대구와 인연을 맺었다. 을갤러리 건축 시점부터 관여해 최근 끝난 개관 전시에 일본 우키요에 화가들의 춘화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알렸다. 두 번째 전시인 극사실주의 대형 회화 작업으로 유명한 리차드 필립스의 전시가 현재 진행 중에 있고, 향후 을갤러리 전시의 기획을 전담하게 된다. 그가 울갤러리에 녹여낼 전시 방향을 짐작케하는 이야기를 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뉴욕을 가지 않고 대구에 앉아서 볼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뉴욕에서 잘나가는 갤러리스트가 대구 을갤러리의 전담 기획자로 흔쾌히 수락한 배경이 궁금했다. 그런데 그가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네임벨류(name value) 높은 좋은 미술관이나 갤러리, 좋은 작가 전시보다 네임벨류는 낮아도 공간이 마음에 들면 전시를 결정한다”고. 사실 그는 유명 작가보다 한국과 외국의 신인 작가 발굴을 선호한다. 이들을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가시키고 솔드아웃시키며 뉴욕에서 주목받아 왔다. 을갤러리 기획 요청을 수락한 것은 이같은 기조의 연장이다.

“미술의 중심부보다 미술과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의외의 장소에서 좋은 전시를 보여주는 상황에 행복감이 크죠. 대중미술관을 가려면 여전히 부담이 있는데, 그런 부담 없이 동네에서 세계적인 전시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이겠어요? 저는 그런 전시를 선호해요.”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시하는 것이 기획자 신홍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라는 것.

신 대표를 언급할 때 2015년 뉴욕 크리스티스 경매를 빼 놓을 수는 없다. 20대 중반이었던 그가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1천623억에 불러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 ‘누워있는 나부’는 신 대표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펼쳤던 중국의 억만장자 부부에게 1천972억원(약 1억7천40만 달러)에 낙점됐다.

최근 전시 기획을 맡아 대구 을갤러리에 온 그에게 모딜리아니의 경매 이야기를 던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콜렉터로 갤러리스트로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왜 모딜리아니 경매 이야기만 하죠. 저를 화제성으로 보지 말고 내용으로 봐 주었으면 해요.”

뉴욕 맨허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안목 높은 미술품 수집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홍규. 그의 출발선은 수집가였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신 대표는 13살 때 2차 세계대전 독일군반합을 모으면서 수집의 세계에 눈을 떴다. 콜렉터로의 길은 14살 때 우연히 접한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우키요에 작품을 미국의 인터넷 미술품 경매 사이트를 통해 낙찰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어렸지만 미술에 대한 열정 만큼은 당찼다.

“경주에 있는 아트선재미술관(현 우양미술관)을 다니면서 좋은 미술작품을 접했죠. 미술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면 어린아이가 될 정도였어요. 미술이 저를 사로잡았죠.”

16살에 혼자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미술과의 인연은 본격화됐다. 인터넷 경매, 갤러리, 콜렉터 등 다양한 통로로 작품을 구입했다. 일찍부터 콜렉터로 활동했던 배경에 사업가 아버지를 꼽지만 그는 단호했다. 작품을 사고 팔면서 돈을 돌렸고, 계속해서 작품 수집이 가능해진 것. 그가 “운”을 언급했다.

“5만원하는 작품을 60개 샀는데 그 그림이 38만원까지 가격이 올랐어요. 그 작품들을 팔아서 또 다른 작품을 사는 방식으로 작품 수집을 넓혀갔죠. 많은 경우 구입한 작품이 가격이 오르는 행운이 따랐어요.”

델라웨어대학 미술품 보존학을 공부하던 2013년 뉴욕에 신갤러리를 열었다. 23살이라는 약관의 나이였다. 콜렉터로도 만족한 삶이었지만 우연히 방문한 뉴욕 첼시 화랑가에서의 경험이 갤러리스트로 선회하는 계기가 됐다. “이름 없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너무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면서 저도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부모의 지원 없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가 “30만 달러를 대출할 때 보증을 서달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그마저 1년 만에 작품을 팔아 다 갚았을 정도로 그의 성과는 노력의 산물로 봐야한다.

하버드 대학에서 뮤지엄 스터리를 전공하며 전문성을 강화한 그는 현재 로이 이스트 사이드에 3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고, 지난해 말엔 시개념 이동성 팝업 미술관인 ‘BATU MUSEUM(바투미술관)’을 개관했다.

갤러리스트는 콜렉터와 다르다. 높은 책임감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그가 미친듯이 팔아야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만큼 치열하다는 말이다. “수집가는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죠. 그러나 갤러리스트는 작가들과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들을 위한 보다 높은 책임감이 필요해지죠.”

신 대표의 소장품은 그동안 MoMA(뉴욕 현대미술관), 프릭 컬렉션 등 유수의 미술관에 전시됐을 정도로 뉴욕에서는 유명세를 떨쳤다. 미술품 보는 안목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반증이다.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원천은 무엇일까? 그가 ‘직관과 촉’을 가져왔다. 이야기인즉슨 수집 이전에 예술적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것. 직관은 그런 후에 따라 온다는 논리였다.

“13년 동안 매일 작가 발굴, 작품 조사 그리고 미술사를 공부했어요. 옛 거장의 그림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하게 수집하는데 작가 선정은 오로지 제 직관에 따르죠. 유명하다고 선택되지 않아요. 딱 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선택되죠.”

신 대표는 갤러리스트와 기획자를 겸한다. 세계 곳곳에서 기획자로 초대받고 있다. 갤러리스트와 기획자 그리고 콜렉터 이 모든 포지션에서 그가 가장 우선시하는 덕목은 작품성이다. 무조건 작품이 좋아야 한다. 작품 중심주의는 그 자신 미술사의 일원이 되고픈 열망의 소산이다.

“작가를 선택할 때 미술사에 영향을 주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에 비중을 두죠. 그러면서 더 좋은 작가를 발굴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먼 미래에 미술사에 좋은 에너지를 남기게 되면 그것보다 큰 보람이 없으니까요.”

신 대표의 큰 계획은 따로 있다. 나이 마흔이 되면 경주에 미술관을 여는 것이다.

자신의 컬렉션과 인맥을 총동원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예술가의 창의성과 저의 가치가 담기는 미술관을 열고 싶어요. 몇 천년동안 사람들이 보며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을 꿈꾸죠.”

한편 ‘아트컬렉션의 노하우, 슈퍼컬렉터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신 대표 초청 강연이 23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을갤러리에서 미술가와 컬렉터, 갤러리스트, 미술대학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053-474-488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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