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장비·전기·목공 관심
여성은 패션·조경·화훼 몰려
전문가 부족 드론 강좌도 인기
나이가 들어 새로 취업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앞으로는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살수 있다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대구 서구 평리동의 다옴직업전문학교. 이곳 3층에는 패션·디자인 수업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의 재봉틀 소리가 복도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교실에는 상당수의 50~60대 여성들이 돋보기안경을 쓰고 재봉틀 작업·초크질·가위질에 열중이었다.
수강생 조성분(여·51·달서구 두류동)씨는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두면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패션·디자인 쪽을 꼭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전문적인 일을 하기 위해 패션디자인산업기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대구 동구 불로동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중장비 실습장에는 여러 중장비가 시끄러운 기계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모래 더미 위에서는 한 실습생이 굴착기를 이용해 모래를 퍼 나르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지게차 운전 연습이 한창이었다.
조용대(64·경산 평사리)씨는 “나이가 많아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다 지게차와 굴착기 자격증을 준비하게 됐다”며 “벌써 60대지만 다시 취업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배우니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중·장년층 남성들은 주로 중장비 기계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전기·가구 등의 기술을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굴착기·지게차 기능사 자격증은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취득할 수 있어 서둘러 재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드론 관련 창업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 등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지원해 줄 뿐만 아니라 1인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세원 다옴직업전문학교 과장은 “현재 논·밭 등에 농약을 살포하는 방제 분야에서는 드론 전문가가 부족해 안달이 난 상황”이라며 “드론 제작·납품·촬영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중·장년층 역시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 분야는 창업하기 위해 배우는 이가 많다. 혼자 또는 마음 맞는 사람 여러 명이 모여 소규모 공방을 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들은 패션·조경·화훼장식 등과 같이 섬세함과 감각이 요구되는 분야를 배우고 있다. 패션 분야에서는 양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옷 제작 업체에서 주로 일하게 된다.
장필호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부장은 “중·장년층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재취업보다는 창업을 목적으로 기술을 배우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사무직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분들 많다”고 귀띔했다.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들은 “국내 경기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각 기업들이 50대 직원에게도 희망퇴직·명예퇴직을 받고있다. 이에 따라 충분히 더 일할 수 있는 중·장년층 노동자들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재취업이 요원해지자 비교적 노동자 수요가 있는 기술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